“선배, 절 이용하시는 거죠.”
“서형아, 우리 사귈래?”
달콤한 미소와 다정한 목소리가 거짓인 걸 알면서도
그에게 쏟아지는 마음을 도무지 어찌할 수 없던 열일곱, 첫사랑.
결국 산산이 부서진 짝사랑의 조각을 안고
뜻밖에 맞이한 그와의 세 번째 가을.
“안녕하십니까. 정시훈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과거의 일을 모두 잊어버린 사람처럼
산뜻하게 웃으며 정중하게 인사하는 그 선배, 그 남자가
진심인지 아닌지 모를 눈빛으로 다시 그녀에게 성큼 다가온다.
“연락 주신다고 해서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중이고요. 앞으로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제가 기다리지 말라고 하면요?”
“서형 씨가 저한테 기다릴 기회를 다시 주실 때까지 노력할게요.”
이것이 정말 마지막 계절일까? 혹시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우리 사이의 모든 눈부신 가을,
함께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