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오늘도 가장 좋은 방향으로 걷고 있다
1장 봄 : 인생의 긴 소란을 뒤로하고
좋아질 것이라 믿어 보는 일
특별한 보통날의 시작
인생이라는 무작정
좋은 얼굴들이 매화처럼 떠올
볕이 빼곡한 밀양처럼, 과하지 않게 미량처럼
꽃의 가운데에서 살 수 있으니
너는 모르겠지만 달빛이 내 마음을 대신하고 있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가는 중
새끼발가락 또는 마음이라 부르는
저 나이 때는 뭘 해도 다 예뻐
더욱 좋아지는 당신이 있다
그대가 놓고 간 말들
멀리 가는 사람이야 알아서 잘 살겠지
2장 여름 : 소나기 속, 착한 마음이 되어
사는 데까지 잘 먹고 잘 살려고
그대의 자리에서 그대가 가장 빛날 때
장마는 너와 나의 먼 여행 같아서
인연이라고 생각되는 감정들
주전자 가득 찻물을 올린다는 것
감나무의 기척
기다리는 마음은 잡초처럼 무성하고
황새골 저수지에서 든 생각
더 가까워지기 위해 더 멀어지기
배롱나무에 꽃 피고, 그 가지에 함박눈 얹히더라도
해 지는 쪽으로 발걸음
내게 온 아름답고 튼튼한 사다리
그냥, 알고나 있으라고
살가운 처방, 따끔한 교
라따뚜이를 먹는 여름 저녁
3장 가을 : 결실도 없지만 좋았다고 웃는 일
이 계절과 팔짱을 끼고 걷자
마음의 씀씀이를 늘리는 일
무릉리 아리랑
우리는 잠시 여행처럼 반가웠어요
돌아오지 못할 것을 생각하는 일이 잦다
내 마음을 노랗게 물들이는 깃발
어쩌면 거짓인 말, 그것마저 사랑이다
사람의 일, 마음의 일
얼른 밀양행 기차를 타라고 해야 했나?
어느 흐린 날 커피를 볶는다
마음과 같이 걷기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4장 겨울, 지나 다시 봄 : 신중히 걸어 당도한 마음
새벽에 펄럭이는 마음
눈물을 조금씩 장판 아래 모아두었다
나를 향해 아름답지 말 것
월연대 단출한 한 칸처럼 살 수 있다면
그 마음을 돌 아래 눌러둔다
내 글이 누군가에겐 든든한 한 끼 밥처럼
대나무 젓가락 고이 놓아둔다면
너는 나보다 잘 살아라, 내가 너를 좋아하니까
그건 사랑하기 때문이다
벚꽃잎 받아먹은 날
습관처럼 외로운 사람
사랑 없이 살아도 봄은 사랑스러운 계절
에필로그 : 여행은 어디에나 있고 산책은 언제나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