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고전 로맨스 소설 속 엑스트라로 빙의한 지도 10년째.
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한 성격인 나는 지독한 짝사랑을 앓고 있었다.
앨런 레오폴드. 그는 왕국 최고 사업가의 후계자이자 만인의 연인이었다.
온 왕국이 앨런의 아름다움을 칭송했고, 그는 내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눈부신 그에게 감히 다가설 수 없어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빛나는 금발도, 보석 같은 눈동자도, 대단한 집안도 내게는 먼 얘기였으니까.
그렇게 맞이한 성년. 열병 같던 짝사랑 대신 꿈을 좇기로 다짐한 어느 날,
정신을 잃은 나는 낯선 고성 지하에 갇힌 채로 눈을 떴다.
“화내지 마, 멜리사.”
“…….”
“다시 나를 사랑해.”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지금, 납치당했다. 그것도 내가 짝사랑하던 남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