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소설가,
커트 보니것만의 기발한 상상력
그의 세계관이 집약된 마지막 소설이자 메타-회고록
웃음과 유머로 절망에 맞선 작가 커트 보니것의 유작 장편 『타임퀘이크』가 커트 보니것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이 소설을 발표하고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한 만큼 그의 세계관을 총망라한 작품이다. 탄생 이래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팽창해오던 우주가 회의를 느끼고 잠시 수축한 동안 지구의 시간은 십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다. 지구의 사람들은 기묘한 데자뷰를 느끼며 지난 십 년간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하기 시작하는데…… 작가의 삶과 환상, 위트와 체념, 시작과 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범하고 유쾌한 줄타기가 빛을 발한다. 문학을 가볍게, 그럼에도 누구보다 진중하게 읽을 줄 알며 인간의 영혼과 상상력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책.
탄생 이래로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팽창해오던 우주가 회의를 느끼고
잠시 수축한 동안 지구의 시간은 십 년 전 과거로 되돌아간다.
지구의 사람들은 기묘한 데자뷰를 느끼며
지난 십 년간의 일을 똑같이 되풀이하기 시작하는데……
웃음과 유머로 절망에 맞선 작가 커트 보니것의 유작 장편 『타임퀘이크』가 커트 보니것 탄생 100주년을 맞아 문학동네에서 출간된다. 이 소설을 발표하고 보니것이 소설가로서 은퇴를 선언한 만큼 그의 세계관을 총망라한 작품이자 “보니것만의 모든 비법이 담긴 카탈로그 같은 책”이다. ‘우주가 팽창을 멈추고 수축한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이 소설은 실패한 SF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를 주인공으로 우주의 수축 이후의 소동과 극복을 보니것만의 유쾌한 상상력으로 펼쳐 보인다. 더불어 작가 커트 보니것이 직접 소설 속 등장인물이 되어 추억을 회상하고, 삶에 대한 그만의 철학이 담긴 메시지를 전달함으로써 소설과 회고록의 기발한 앙상블이 탄생했다. 작가의 삶과 환상, 위트와 체념, 시작과 끝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비범하고 유쾌한 줄타기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간문명의 자살 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보니것의 간곡한 탄원서이자 휴머니즘 선언, 그리고 문학을 가볍게, 그럼에도 누구보다 진중하게 읽을 줄 알며 인간의 영혼과 상상력과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위한 선물 같은 책이다.
우주가 팽창을 멈추자,
시간에 지진이 일어났다!
『타임퀘이크 1』의 전제는 하나의 타임퀘이크, 즉 시공간 연속체 속의 갑작스러운 미세 오류 하나가 모든 사람, 모든 일로 하여금 지난 십 년간 했던 일을 좋건 나쁘건 정확히 한번 더 반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십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기시감이 멈추지 않았다. 인생이 낡은 것들뿐이라고 불평할 수도 없었고, 그저 내가 돌아버린 건지 아니면 모두가 돌아버린 건지 물어볼 수조차 없었다. _본문 13쪽
어느 날, 운명의 여신의 근육에 우주적 경련이 일어난다. 탄생 이래 단 한 순간도 쉬지 않고 팽창을 이어온 우주가 별안간 회의에 빠진 것이다. ‘무한 팽창을 계속해야만 할까? 도대체 왜 그래야 하지?’ 자신감의 위기에 봉착해 결정 불능 상태에 빠진 우주는 잠시 수축한다. 그 사이 지구의 시간은 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다. 이내 자신감을 회복한 우주는 다시 팽창을 이어가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지난 십 년간의 일들을 좋건 나쁘건 정확히 한번 더 반복하게 된다. 똑같은 사람과 한번 더 결혼하고, 엉뚱한 패에 또다시 돈을 걸고, 이미 퇴고한 작품을 다시 한번 쓰고. 무슨 일이건 다시 한번 더! 사람들은 기이한 기시감을 느끼면서 매분, 매시간, 매년 힘들게 나아갔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십 년의 재연 기간이 끝난 뒤였다. 의지와 상관없이 과거의 일을 맹목적으로 행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 자유의지에 당황하고 말았다. 곳곳에서 사고가 터졌다. 길을 가던 사람들은 죄다 고꾸라졌고, 통제력을 잃은 운전자 덕에 온갖 교통수단이 이리저리 부딪혔다. 지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바로 그때 절판된 SF 작가 킬고어 트라우트가 나타난다. 그리고 자유의지 사용법을 잊어버린 사람들을 마법 같은 주문으로 깨워낸다. “당신은 아팠지만, 이제는 다시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할일이 있습니다.”
“처음 쓰거나 다시 쓰거나,
내게는 모든 게 똑같습니다.”
『타임퀘이크』에서 보니것은 자전적 경향에 크게 의존한다. 20세기 말 영미소설의 서사는 존 바스가 말한 ‘소진의 문학’을 경험하게 되고, 그에 따라 자전적·주관적 요소의 (재)활용이 두드러진다. 이것 또한 장르의 혼동, 경계의 와해, 주관과 객관의 어우러짐이라는 포스트모더니즘 문화 현상의 결과이기도 하다. ‘객관적’ 역사·철학마저 일종의 허구·문학적 글쓰기에 불과했다는 인식이 두드러지면서 주관과 객관, 허구와 사실, 문학과 역사·철학, 기억과 기록 등이 뒤섞이게 되고, 소중한 개인의 ‘기억의 장소’들이 더욱 중시되게 되었으며, 이런 흐름 속에서 보니것은 오스카 와일더의 『우리 읍내』처럼 소중한 자전적 일화들을 파편적 포스트모던 서사 덩어리 속으로 감싸넣는다. _옮긴이의 말 중에서
1997년, 커트 보니것은 『타임퀘이크』를 발표하고 소설가로서의 은퇴를 선언했다. 단편소설이 돈벌이가 됨은 물론 화제의 중심이던 시절도 지나고, 근대 교양의 최고봉인 거대서사, 장편소설마저 종언을 맞이하는 듯하다. 그의 어린 시절과 청춘을 함께한 형제자매, 오랜 친구들은 세상을 떠나고 다섯 자녀들이 저마다의 자리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흔이 넘어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음을 실감한 그는 시간을 과거로 되돌린다. 오랜 세월을 반추하며 추억에 잠겼다가, 자신이 쓴 글 하나하나를 다시 퇴고하기 시작한다. 그 모든 작품을 퇴고한 결과가 바로 『타임퀘이크』다. 이 소설에는 그의 삶과 우주가 담겼다.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삶을 성공적으로 항해하는 보니것식 지혜의 총체 중 핵심이자 정수다. 소설과 논픽션을 막론하고 보니것의 글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그때의 감동과 희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귓가에 선명하다. “나도 당신과 매우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며, 당신이 관심을 갖는 많은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대부분의 사람이 관심을 갖지 않을지라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땡그랑! 이 맛에 사는 거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