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에서 거두어진 이래, 민 회장의 무남독녀 가영의 그림자가 되어 살아온 순정. 가영의 부탁으로 그녀는 맞선 자리가 생길 때마다 대신 나가 100퍼센트 걷어차이는 폭탄이 되어 남자들을 한 방에 떼어 내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그녀의 폭탄 연기가 먹히지 않는 남자가 나타났으니, 그의 이름은 유지석, 직업은 검사였다! 그를 떼어 내기 위해 순정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데…….
“덥네요. 안 더워요, 검사님? 저는 왜 이리 덥죠?”
“그럼…… 외투를 벗어요.”
그는 예의바르게, 외투를 벗겨주기 위해 일어서서 그녀의 뒤로 돌아갔다. 아무 생각 없이 외투를 벗겨주던 지석은 그 순간 저도 모르게 손을 파들 떨고 말았다.
오…… 이런, 이걸 어떡해야 하나. 이 여자, 앞만 멀쩡하지 등은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상야릇한 옷을 입고 온 것이다.
앞에서 봤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목에 맨 스카프 아래 이 가는 실…… 아니, 끈과 허리를 묶은 또 다른 끈의 바로 위까지 그녀의 등은 말 그대로 ‘누드’였다.
옷을 들고 서 있던 그는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키며 아주 잠시 망설였다. 다시 입히고 싶지만 명분이 없다. 저리 덥다고 유난스럽게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데 실은 더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고 해서 다시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