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민가에서 삶을 연명하던 엘리아는 어느 날 공작가에서 눈을 뜬다.
그녀를 잃어버린 딸이라고 하지만 무언가를 숨기는 공작가 사람들과,
그녀를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는 황족들.
그리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남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운명에 순응한다면,
당신의 것이 되고 싶습니다.”
엘리아가 붙잡은 손길을 구원이라 이름 붙인 루웬은
그녀의 곁을 점점 더 탐하게 됐다.
그의 세상이 그녀로 바뀌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
“오랜만입니다. 엘리아님.”
그녀의 곁을 떠났던 그는 황제의 직속 기사가 되어 있었다.
그의 분위기는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와 달랐다.
한겨울에 유일하게 얼지 않은 깊은 늪 같았다.
“제가 반갑지 않으신가 봅니다.”
“반기는 건 내 것이었을 때지. 난 남의 것에 애정을 쏟지 않아.”
나약해져서는 안 되는 그녀도 기대고 싶어질 때가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떠오르는 사람에게 느끼는 감정을
그녀는 사랑이 아니라 신뢰라 생각했다.
“언젠가 너를 믿느냐 물었었지.
단 한 번도, 그런 적 없어.”
그러니 지금 가슴이 시린 이유는
실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