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 주명철
한국전쟁기라는 엄혹한 시절에 태어나 학부에서 영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했다. 역사공부의 참맛을 제대로 느껴보고자 무모하게 프랑스로 떠나 파리 1대학에서 알베르 소불 교수에게 입학허가를 받았으나 그분이 갑자기 세상을 뜨는 바람에 다니엘 로슈 교수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았다. 소불 교수에게 프랑스 혁명사를 배우지 못한 것은 큰 한이겠으나, 로슈 교수에게 앙시앵레짐의 사회와 문화를 배운 것이 오히려 혁명사 공부의 탄탄한 기초가 되었다.
1987년부터 2015년 여름까지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문화사학회, 역사학회, 한국서양사학회 종신회원, 한국서양사학회 회장을 지냈다.
2015년 9월 1일부터 한국교원대 역사교육과 명예교수(라 쓰고 ‘백수’라 읽는) 신분으로 며칠 놀아보다가, 무턱대고 노는 일도 절대 기쁘지만은 않다고 느껴 진정 기쁘고 보람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국 그동안 미루던 일을 끝내야 마음의 평화와 기쁨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홀연 깨달았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대서사의 서막』, 『1789』, 『진정한 혁명의 시작』, 『1790』, 『왕의 도주』, 『헌법의 완성』, 『제2의 혁명』, 『피로 세운 공화국』, 『공포정으로 가는 길』, 『반동의 시대』(프랑스 혁명사 10부작), 『바스티유의 금서』(이후 『서양 금서의 문화사』로 재출간), 『지옥에 간 작가들』, 『파리의 치마 밑』,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과 마리 앙투아네트 신화』, 『계몽과 쾌락』,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 등이 있고, 앙시앵레짐과 프랑스 혁명 관련 책을 여러 권 우리말로 옮겼다.
그러므로 이제 ‘백수’로서 즐겁게 살면서 조금이나마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은 프랑스 혁명사를 재미있게 저술하여 한평생 추구한 학문을 제대로 마무리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