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살아 있는 사람이 있네…….”
기계가 모든 것을 지배한 핏빛 세상.
망해 버린 세상에서 하윤은 이유도 모른 채 삶을 반복하고, 그 대가로 기억을 빼앗긴다.
지긋지긋한 고통의 끝에서 또 한 번의 죽음을 맞이하던 때.
모든 게 비현실적인 남자와 맞닥뜨리게 되는데…….
“나는 필드 중심으로 갈 겁니다. 살게 해 줄게요. 같이 가요, 나랑.”
“……내가 뭘 믿고. 개수작 부리지 말고 꺼져요.”
그러나 의문스러운 상대의 거듭된 제안과 기계의 습격으로 인해
하윤은 결국 여연오와 함께하게 되는데.
“어디서 왔어요?”
“왜 갑자기 그게 궁금해졌어?”
“못 믿겠으니까.”
“이건 좀 상처네. 왜 내 진심을 몰라주지…….”
필드 중심으로 향한다는 공동의 목표로 한 팀이 되어도
켕기는 구석이 많은 여연오 탓에 의심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하윤 씨 이제 혼자 아니에요. 혼자서 죽기 살기로 싸우지 않아도 살 수 있어요.”
반면, 여연오는 하윤의 경계에도 개의치 않고 한없이 다정한 손길을 뻗어 온다.
겪어 본 적 없는 온기에 하윤의 마음은 갈수록 혼란스러워지는데…….
“나 못 믿는 거 처음부터 알고 있었는데……. 이젠 좀 믿어 줬으면 좋겠어서.”
“…….”
“이러면 이제 나 좀 믿어 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