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집을 나설 때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길목에서, 문방구 앞에서, 횡단보도를 기다리며 어린이를 한 명이라도 마주치면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언니 손을 꼭 잡고 가는 아이, 저만치 떨어져 걷는 동생에게 서두르라고 소리치는 아이, 팔을 휘휘 저으며 성큼성큼 걷는 아이, 일찌감치 등교해 형광 조끼를 입고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아이, 휴대폰을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아이. 자기 몸집보다 커다란 가방을 등에 잘도 메고 걷는 아이. 어떤 모습의 어린이라도 좋습니다. 어린이는 다 다릅니다. 동시에 모두 빛납니다. 꽃이 종류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어도 각각 다 예쁘듯이 말입니다. 누군가 ‘어린이는 이래야지’, ‘어린이는 이런 걸 좋아하지’라고 말하며 어린이를 전부 똑같은 빛깔로 칠하려 한다면, 부디 이 책을 읽고 말해주세요. 나이가 몇 살이든 사람은 그 자체로 고유하고, 그래서 참 귀하다고요.
여기에 모인 ‘다 자란 사람’ 아홉 명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하나 특별한 어린이였고 시간이 흘러 아홉 편의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보석 안경을 가진 소녀가 겪는 마법 같은 이야기도 있고, 진정한 꿈을 찾는 소년의 목소리도 있고, 단단한 지혜와 용기를 지닌 친구들의 모험담도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에서 어린이는 어떻게 자라는지, 동물을 사랑하는 어린이는 어떤 소망을 품는지, 초등학생들은 서로 어떻게 친구가 되고 또 멀어지는지 들여다보기도 하죠. 처음 마주하는 감정과 새로운 가족을 받아들이는 과정, 게임을 통해 배움을 얻고 성장하는 경험도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이야기가 다른 누군가에게 닿아 또 다른 모양의 이야기가 될 것을 생각하니 기쁘고 설렙니다. 온 세상 어린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새로운 내일로 힘차게 나아가기를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