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모르면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고
영화를 모르면 인생을 제대로 볼 수 없다
프랑스에서는 일찍이 1911년에 건축, 조각, 회화, 음악, 문학, 공연에 이어 영화를 제7의 예술로 정했다. 창조하고 표현하려는 인간의 주요한 활동 중 하나로 영화가 우리 삶에 깊숙이 들어온 것이다. 지난 세기 영화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발전했고 영화를 즐기는 한편 영화를 보는 방법론 또한 무수히 많아졌다. 과학, 경제, 역사, 미술, 심리학, 철학, 수학, 미학 등으로 접근해 왔다.
이 책은 철학이라는 창으로 영화를 들여다보며 궁극적으로 인생과 세상을 제대로 읽어내고자 하는 목적을 지녔다. 철학이 영화를 지나 인생과 세상에 다다르는 와중에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해 마지않는다. 한편 가장 효과적인 철학 공부가 다름 아닌 영화 감상이기도 하다.
일련의 영화와 철학 개념 그리고 철학자가 하는 말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지점에 도달해 있다. 영화와 철학이 따로 또 같이 미래, 사랑, 재미, 관계, 정의의 키워드에 맞닿아 있고 적절한 곳에서 맞닥뜨리며 상호를 보완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영화도 다시 접하고 철학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며, 세상을 읽어내 알맞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삶의 리더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철학자가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이치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영화관에 간 철학』 전체를 관통하는 철학적 문제가 있다. ‘인간이 이성의 동물인가 감정의 동물인가’ 하는 것이다. 중년의 철학자인 저자는 책을 통해 대체로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는 쪽에 손을 든다. 영화를 읽으며 깨달은 이치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미래를 다룬 ‘매트릭스 4부작’이나 사랑을 다룬 <감각의 제국>과 재미를 다룬 <비긴 어게인> 등으로 들여다본 철학 논제들 모두 인간이 감정의 동물이라는 걸 뒷받침한다. 정의를 다룬 ‘배트맨 3부작’조차도 그러한데, 저자는 <다크 나이트>의 하이라이트인 조커가 기폭 장치 작동으로 시민과 죄수 간의 ‘죄수의 딜레마’를 이용해 악의적인 장난질을 칠 때도 냉철한 이성이 아닌 감정적인 양심이 작동했다고 말한다. 의외인 듯하지만 맞는 해석이다.
<매트릭스>부터 <어벤져스> <다크 나이트>까지
주옥같은 22편 영화 속 철학 이야기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매트릭스 시리즈 4부작으로 불투명한 ‘미래’를 전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무너진 이야기를 다루고 기계가 인류와 세계를 지배하는 미래를 보여주며 미래에도 인간이 자유 의지로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을 던진다.
2부는 ‘사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어바웃 타임>과 <건축학개론>으로 결함투성이 사랑을 말하고 <첫 키스만 50번째>를 통해 사랑과 섹스가 결핍이 아니라 생산이라고 설파한다. 한편 <친구와 연인사이>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감각의 제국>도 다뤘다.
3부는 ‘재미’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와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시간과 공간도 잊게 하는 재미를 결정짓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기생충> 로 개별, 특수, 보편의 개념과 의미를 고찰해 전 세계를 매료시킨 가장 한국적인 게 무엇인지 맞춰 봤다. 한편 <비긴 어게인>도 다뤘다.
4부는 ‘관계’의 핵심을 파고들어 본다. <변호인> <그랜 토리노>로 남이 나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를 전하고 <그랑블루>로 인간과 동물 간의 공감 형성에 관해 들여다본다. 한편 <007 노 타임 투 다이> <대부 2>도 다뤘다.
5부는 배트맨 3부작으로 ‘정의’란 무엇인지 고찰해 본다.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다룬 공리주의, 법칙론, 자유지상주의, 평등주의, 목적론, 공동선 이론을 가져와 영화들의 핵심 철학에 맞춰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