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도서는 글 없이, 사진으로 구성된 사진집 입니다.]
내 유년의 기억이 지금을 있게 한다.
나를 돌아보면
기억조차 가물가물할 때도 꽃은 곁에 있었다.
들꽃이 동무가 되어 소꿉놀이를 부추겼고
학창 시절 등굣길에는
왁자하게 피어난 네게 한 눈 팔며 사춘기를 흘려보냈다.
난해한 질문은
쪼그려 앉아 말 없는 너에게 물었고
모질게 지루하고 갈피를 못 잡을 때
너 하나로 환해지며 피식 웃음을 찾았었다.
나를 아끼고자 꽃 한 송이 사 들면
왠지 가라앉은 기분을 붕 뜨게 하는 마력을 발휘하는 너는
소소한 기쁨의 날에도 늘 동행이었다.
꽃!
너는 친구였고 언니였고 고향이었으며
여전히 웃음 잃을 즈음에 실실 웃게 하는 힘이다.
구석 자리 홀연히 핀 너조차 알아볼 수 있는 나는
유혹에 홀랑 넘어갈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그걸 아는 너는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유혹을 멈추지 않는다.
화려하고 시들한 시절 있었던 너를 보며
나의 꽃 시절은 언제였나? 묻고는
자신 있게
‘지금, 현재’라고 답한다.
두근거림을 선사하고
나를 돌아보게 하는 시절을 선물하는 너를
온전히 ‘사랑했노라.’ 말하며
더불어 나를 향해
사랑이라 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