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알려주는 좋은 학습법과 공부를 위한 마음 관리법
아이들의 뇌 성장을 돕는 의사들이 권하는 학습법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진료실에서 아이와 엄마들을 동시에 만난다. 엄마는 아이가 겪는 정신적인 스트레스와 질병을 가까이서 가장 먼저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진료실에서 부모가 가장 많이 털어놓는 고민 중 하나는 아이의 ‘공부’다. 이런 고민을 수없이 접한 여덟 명의 저자는 아이들의 학습을 돕고자 이 책을 기획하고 쓰게 됐다.
이 책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아이들의 학습 방법을 연구해온 의사들의 임상과 상담 경험이 담겨 있다. 어떤 방법을 어느 시기에 취하느냐는 앞날을 좌우할 관건이 되며, 시기와 방법은 때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이 책은 실용적으로 언어·수리·영어 등 주요 학습 분야와 단계별로 목차를 짰으며, 문해력처럼 전체 학습의 기둥이 될 내용 역시 중점적으로 다룬다.
둘째, 학습은 목표를 세우고 결심하면 그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저자들은 학습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후 공부 성취를 이루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면서 회복된 정서로 목표를 다시 직면하도록 이끌어준다. 공부는 주변 환경과 마음이 차분해야 할 수 있다. 저자들은 학습 환경의 최적 조건에 관한 팁을 주고, 경쟁이 치열한 학군에 있는 아이라면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지 일러준다. 한편 공부에는 상대평가가 뒤따르기 마련인데, 남들보다 뒤처지는 아이라도 자기주도적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노하우 또한 알려준다.
셋째, 저자들 자신이 학창 시절 학습능력이 뛰어났고 노력을 많이 한 사례여서 어떤 방법의 공부가 효과 있는지, 공부와 자존감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이 털어놓는 자신의 이야기는 공부 욕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모범 사례가 돼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는 자녀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고민한다. 어떤 교구나 책을 사줘야 할지, 어떤 유치원에 보내야 할지, 학습지나 학원은 언제부터 시켜야 할지 부모가 결정 내릴 것은 너무 많은데 물어볼 사람은 없다. 인터넷에는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정보가 넘쳐나지만 맞는 말인지 확신은 들지 않는다. 많은 경우 부모의 불안을 이용한 마케팅 기법이기도 하다.
학습과 관련된 고민에는 정답이 없다. 그렇더라도 저자들은 아이들의 뇌 성장과 발달을 오랫동안 지켜보며 치료한 데다 정서를 보살피며 북돋운 경험이 있다. 이런 저자들의 이야기는 연구와 임상, 상담 사례가 어우러져 있어 귀 기울여볼 가치가 있다.
인지 기능 키워주기
근성과 자기조절력으로 높이는 성취
아이마다 뇌 발달은 제각기 다르다. 병원에서 발달 문제를 치료하는 저자들은 이 책에서 뇌과학 연구를 기반으로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뇌에 대해 살펴본다. 이 점을 알면 내 아이의 학습은 왜 또래들과 다르거나 뒤처지는지 좀더 정확히 알 수 있다.
우린 무언가를 배울 때 지능을 포함해 여러 인지 기능을 사용하는데, 이는 뇌의 신경생물학적 요소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태아기에 뇌 피질은 이미 고도로 분화된 수십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임신 35주경이 되면 뇌 피질의 주요 주름이 형성되며, 언어를 관장하는 측두엽 영역은 비대칭성을 보이기 시작한다. 즉 아동청소년기에는 인지 기능뿐 아니라 뇌의 구조, 기능, 뇌 부위들 사이의 연결성이 모두 성숙해진다. 따라서 부모가 각 시기에 맞는 경험과 학습을 제공해줘야 아이의 뇌는 건강하게 발달하며, 새로운 것을 습득할 기반을 갖추게 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 기능, 충동 조절, 고차원적인 추론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의 발달이다.
지능이 아이들의 학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며, 아이의 지능 수준에 따라 다른 학습 전략이 요구된다. 부모로서 내 아이를 잘 이해하려면 ‘뇌는 학습을 위해 어떤 기능을 사용하는가’를 알아두는 게 좋다.
의사 엄마를 둔 현우는 현재 중3이다. 집안 식구 모두 공부에 뛰어났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우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집중력이 떨어지고 행동도 느렸다. 코로나 시기 비대면 수업 때는 한 시간에 고작 수학 문제 하나만 풀기도 했다. 선생님이 현우의 이런 행동을 여러 번 지적하자 아이는 위축되고 우울해하면서 이대로 잠들어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현우는 엄마와 진료실을 방문해 지능검사를 받았다. 그 결과 현우의 지능지수는 77로 낮게 나왔고, ADHD가 있었다. 저자는 현우처럼 지능이 낮은 아이에게는 반복된 눈높이 교육을 권한다. 특히 아이의 언어 이해 능력과 어휘력을 고려해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그림과 동영상 자료를 활용하면 도움이 된다.
뇌 회로는 쓰지 않으면 저절로 약해진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 스스로 계획 세우고 수정하는 일을 연습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 경험은 전전두엽을 성숙시키고 실행 기능을 단련시키기 때문이다. 만약 실행 기능이 나쁘다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우선 단기적으로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자기 욕구를 못 다스려 자기객관화가 떨어지고, 비효율적인 학습을 고집하기 쉽다. 이로써 생기는 아이의 스트레스를 방치해두면 뇌 기능은 더 떨어지는데, 저자는 아이를 효율적으로 학습시킬 수 있는 열한 가지 요령을 밝히고 있다. 아이 학습의 속도와 질은 이 요령들을 얼마나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지능만큼이나 중요한 다른 한 가지는 아이 스스로 자신의 뇌 발달이 노력으로 가능하다는 신념을 갖는 것이다. 꾸준히 노력하는 근성과 자기조절력을 갖춘 아이는 학업만이 아니라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성취를 이뤄낸다.
문해력, 수리력, 영어 실력을 어떻게 키울까
문해력은 모든 공부의 바탕이 되는 능력이다. 문해력이 높으면 공부 자존감도 높아진다. 문해력 파트를 쓴 저자는 독서를 많이 했건만 학창 시절 자신이 유독 언어 영역을 어려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원인이 될 만한 것들을 차례로 짚어나간다. 이 책의 장점은 이처럼 저자들의 현재 연구와 치료 분야뿐 아니라 자신의 학창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노하우를 알려주거나 혹은 놓쳤던 부분을 되새겨주는 것에 있다.
초기 문해력을 못 갖추면 초등학교 1, 2학년 때 공부 실패를 겪고, 그 후 부익부 빈익빈에 따라 읽기 능력이 더 벌어져 학습 격차는 좁히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문해력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저자는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읽기’를 권한다. 조금 뻔하게 들릴 수 있지만, 책에서 설명하는 뇌 부위의 발달과 독서의 상관관계를 알고 나면 커다란 동기 부여가 된다. 독서를 많이 할수록 우리 뇌의 시냅스는 대규모로 연결되며, 시냅스 연결이 촘촘하고 굵게 바뀌면서 각종 뇌 부위가 발달한다. 읽기는 특히 지능과 관련 높은 대뇌피질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며, 이로써 전전두엽의 능력이 발달한다. 더욱이 문해력은 정서적 안정감과도 관련 있고 자존감도 높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 읽기는 언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그 골든타임과 읽기의 방법 등이 책에서 자세히 펼쳐진다.
수리력은 (세속적으로 들리는 것에 양해를 구하는데) 아이의 성공, 나아가 국가경쟁력과도 연관성이 높다. 수학은 생각보다 많은 영역에서 응용된다. 한 예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예측과 대처, 치료에는 수학이 한몫했다. 또한 여러 연구를 참조컨대 수학을 하면 관찰력, 추리력, 통찰력이 길러진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는 성공적인 의사결정을 할 가능성과 사회경제적 성공도 이룰 가능성도 좀더 높아진다.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의 수감각 발달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환경적 요건을 갖춰보자고 권한다. 생후 14~30개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간 대화에서 숫자를 사용하는 빈도는 큰 폭으로 차이 났다. 당연히 그림책을 보거나 마트를 갈 때 숫자를 말하는 부모가 훨씬 더 도움이 된다. 한편 아이가 특정 유형의 문제만 골라서 풀고 다른 문제에선 자꾸 실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초6 하진이가 그런 사례인데, 하진이는 도형이나 공간 감각을 사용하는 문제에서는 뛰어난 반면, 계산과 연산에서는 뒤처진다. 전자는 시공간 영역에 해당되고 후자는 숫자·추론 영역에 해당돼 물론 균등하게 발달하지 않을 수 있다. 시중에서는 연산능력을 발달시키려면 ‘반복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방법의 적절성을 검토하며 뇌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이것이 맞는 해결책인지, 또는 부작용은 없는지 살핀다. 나아가 인지 기능에 문제가 없는데도 수학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의 경우 어떤 방법을 취하는 게 좋을지 일러준다.
영어 공부, 언제 어떻게 시킬까를 쓴 저자는 의사이면서 한국난독증협회 대표다. 외국어 학습에 민감기가 있을까? 현재 유행하고 있는 엄마표 영어 교육법이나 단기 어학연수 등 영어 몰입 교육은 도움이 될까? 저자는 엄마들이 흔히 품는 의문들을 차례로 검증해나간다. 가령 아기에게 영어로 말하고 영어 동요를 많이 들려주는 엄마가 많은데, 아이들 뇌는 새로운 영어 단어를 자신의 모국어에 대응되는 어휘와 맞춰보려 하기 때문에 모국어가 빈약하면 외국어 어휘 또한 빈약할 수밖에 없다고, 이런 교육은 의외로 효과가 없다고 지적한다. 논란 많은 조기 영어 교육은 어떨까? 저자는 “집중력을 비롯한 학습 능력이 갖춰진 후 나중에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면 영어 실력에서 다른 사람보다 절대 뒤처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조기 교육을 놓친 아이와 부모를 격려해준다. 그가 제시하는 ‘외국어 교육 관련 퀴즈’를 풀어보면 우리의 상식을 뒤엎는 사실이 아주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정 조절 잘하는 아이가 거두는 성취
이 책이 여느 학습 책과 다른 강점은 저자들이 마음을 돌보는 의사로서 학습할 때 감정 조절하는 법을 일러준다는 것이다. 공부에는 학습 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저자들은 ‘감정 조절을 잘하는 아이가 공부 성취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감정 기복이 심한 아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 사회성, 문제해결 능력 모두에서 뒤처졌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하다가 중고등학교 때 성적이 떨어지는 사례를 보면 정서 관리나 감정 조절에 실패한 아이가 많다. 이 책에는 명문 자사고생 민우가 감정 기복이 심해 불안과 좌절감을 겪은 반면, 그림을 그렸던 소연이가 공부 쪽으로 진로를 바꿨을 때 의외로 뛰어난 성적을 거둔 이야기를 대비해 보여준다. 두 아이는 대표적으로 ‘학습 감정’의 조절 실패와 성공 사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인지력, 집중력, 학습 동기가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정서 문제를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전두엽이 본격 발달하면서 자기조절능력이 올라가지만, 호르몬 변화로 감정 및 중독 행동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므로 감정 관리가 관건이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감정지능이 높은 아이가 학업 성취도도 높다”. 이에 따라 책에서는 학습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는 방법을 자세히 제시하고 있다.
***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는 경쟁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경쟁은 때로 성취력을 높여줘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최선을 다하는데 공부 집중력이 부족해 성적을 못 올리는 아이는 전략적인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고, 환경 조성을 잘해주어야 하며, ADHD 등은 없는지 진단이 필요할 수도 있다. 아이가 공부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부모가 나서서 학원을 그만두게 하거나 게임을 자유롭게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쉽게 해결될 리 없다. 선행학습 역시 효과를 못 거두는 선행도 있는 반면, 적절하고 필요한 선행도 있다. 저자들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아이들 각각에게 이 책에서 최선의 답을 주려 한다. 그 외에도 ADHD 증상 체크리스트, 난독증 선별 체크리스트, 난산증 체크리스트 등이 실려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