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편견, 비극으로 뒤섞인 우리 시대의 자화상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대표작
치명적 비밀을 가진 남자, 위험한 과거를 지닌 여자……
다시 한번 과거는 그들의 인생이 되어버렸다!
출간 당시 ‘필립 로스 최고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휴먼 스테인』은 20세기 후반 미국 사회의 병폐를 낱낱이 파헤치며 그 속에서 삶을 영위해야 하는 개인들의 갈등과 고뇌를 다루고 있다.
미국 뉴잉글랜드 시골을 무대로, 보수와 진보의 대립, 정치적 올바름, 그리고 빌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스캔들로 떠들썩했던 1990년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의 화자는 네이선 주커먼이라는 예순다섯 살의 작가다. 주커먼은 버크셔 산악 지대의 한 호숫가 오두막에서 외부와의 인연을 마다한 채 집필에만 전념하던 작가였지만, 아테나대학의 교수이자 오랫동안 학장을 지낸 콜먼 실크가 그를 찾아오면서 세상과의 단절에서 오는 평온함도 막을 내린다.
은퇴를 얼마 앞두지 않은 나이에 강의실로 복귀한 콜먼은 출석을 부르는 동안 수업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두 학생을 무심코 유령들(spooks)이라 지칭한다. 그런데 하필 두 학생이 흑인이었고, spook이라는 단어가 ‘검둥이’라는 뜻의 속어이기도 한 탓에 인종차별을 했다는 혐의를 받자, 그는 그 문제를 해명하고자 맞서다가 결국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사직해버린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아내마저 심장마비로 죽자 콜먼 실크는 그런 거짓된 비난의 전말을 책으로 써서 세상에 알리겠다며 작가 주커먼을 찾아온 것이다.
아내가 죽은 후, 자식들도 다 떠난 집에서 혼자 지내던 콜먼은 자신이 재직했던 대학의 청소부로 어딘가 모르게 우울해 보이고 문맹인 서른네 살의 여자 포니아 팔리와 애인 사이가 된다. 젊은 여자와의 사랑으로 생의 활기를 되찾은 콜먼은 포니아를 삶의 구원자로 여기고 깊이 사랑하지만, 여교수 델핀 루는 은퇴한 학장이 청소부 여인을 성적으로 농락하고 있다고 음해하고, 주변 사람들 역시 이들의 만남을 파렴치한과 성적으로 문란한 계집의 추문으로 여긴다. 포니아의 전남편 레스터 팔리는 베트남전쟁 참전용사로, 전쟁 경험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사회에 적응 못하는 광포한 인물이다. 이 레스터 팔리가 두 사람의 뒤를 밟으면서, 결국 콜먼과 포니아는 이 남자가 유도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두 사람의 사후, 주커먼은 자유로운 삶,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을 뿌리를 잘라내야 했던 콜먼의 아이러니한 진실을 찾아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