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적이 있다면
지금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오후도 서점 이야기》《별을 잇는 손》을 이은
시골 작은 서점을 둘러싼 따뜻하고 신비로운 이야기
따뜻한 마음으로 잇세이를 품어준 오후도 서점이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사쿠라노마치. 이 작은 마을에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수만큼 신비한 일도 가득하다. 산을 가로지르는 바람이나 흐르는 강물 소리에서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를 느끼기도 한 잇세이. 서로 다른 이유로 마을을 찾은 이들도 잊을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과연 이 산골짜기 마을이 간직한 비밀은 무엇일까? 상처와 슬픔을 극복하며, 책을 사랑하는 마음 그대로, 누군가와 함께한 추억과 그리움으로 연결되는 마법과 같은 이야기는 어느덧 우리가 잊고 있던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줄거리
1장 가을 괴담
어른들에게는 별을 본다고 거짓말을 하고 친구인 후타, 오토야와 함께 마을 산속 벼랑에 있는 유령이 산다는 외딴 저택을 향한다. 그러나 비바람과 함께 천둥번개가 치는 바람에 도오루는 담벼락에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만다. 눈을 떠보니 저택 안. 도오루는 그곳에서 소중한 기억을 간직한 책, 《하늘색 기사》를 만나 기뻐하는데…….
2장 여름, 길 잃은 아이
긴가도 서점의 점장 야나기타 로쿠로타는 배웅하겠다는 잇세이를 뒤로하고 사쿠라노마치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한여름의 산길에서 길을 잃고 만다. 해는 저물고, 통신 서비스 지역은 벗어났고, 산짐승이 나오는 곳에서 불안해하던 그는 어린 시절 사촌 누나에게 들었던, 조난을 당했을 때 대처하는 방법을 떠올리자 잊고 있던 기억들도 함께 되살아난다. 그리고 그것에서 그리운 목소리들을 만난다.
3장 아기 여우의 편지
잇세이를 좋아하는 소노에의 소꿉친구이자, 긴가도 서점 문예 담당 점원인 미카미 나기사는 휴가를 맞아 사쿠라노마치에 있는 오후도 서점을 방문하기로 한다. 기차역에서 고갯길을 넘어 가려던 미카미 나기사는 그 길에서 그토록 미워했던 아버지이자 유명 편집자였던 나츠노 고요와 마주한다.
4 등대지기
서로 돕고 신뢰하지만 비밀을 간직하고 싶다면 굳이 따져 묻지 않는 사쿠라노마치 사람들조차 호기심을 품고 있는 푸른 눈의 늙지 않는 노인. 신비한 능력이 있는 오후도 서점 고양이 앨리스. 그리고 그 둘의 눈에만 보이는 한 소녀. 그 소녀는 누구이고, 왜 잇세이 곁을 맴도는 걸까? 푸른 눈의 노인은 정체가 무엇일까?
일본 독자 리뷰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판타지.
마음의 책장에 살짝 놓아두고 싶은 한 권이다.
판타지를 읽는 데 서투른 나도 차분히 그 세계에 잠길 수 있었다.
친숙한 사람들이 경험하는 섬세하고 신기한 환상기담집.
본문 중에서
어두운 유리창 너머로 서가와 그곳에 가득 꽂힌 책을 본 것 같았다. 한순간이었지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책에 관한 것이라면 도오루가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세상에서 책을 가장 좋아하는 데다 최고의 서점인인 오후도 서점 주인의 손자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잘못 본 걸지도 모른다고 스스로 생각할 만큼 찰나였지만 도오루는 현관문 앞에 서 있는 한 사람을 보았다. 검은 옷을 입은 할머니가 긴 백발을 바람에 나부끼며 붉게 물든 나무들을 거느리는 양 서 있었다. _가을 괴담
“있잖아, 산에서 길을 잃으면 절대 당황하지 말아야 해.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사람들은 그럴 때 무조건 아래로 내려가려 하거든. 하지만 길을 잃은 상태에서 아래로 내려갔다가 자칫 골짜기에 빠지기라도 하면 혼자 힘으로는 올라오지 못하게 되거나 덤불 속에 가려진 벼랑으로 떨어질 수 있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다치기라도 하면 옴짝달싹도 못 하게 되는 거야. 발목을 삔 것만으로도 산에서는 목숨이 위험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누나는 검지로 천장을 가리켰다.
“침착하게 위를 향해 가는 거야.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자신의 위치를 알 수 있으니까. _여름, 길 잃은 아이
그 일이 있기 전에는 아빠를 정말 좋아했다. 아름답고 멋진 책을 만드는 사람으로 마치 신처럼 존경하고 있었다. 집에 있는 많은 책으로 나기사를 키워준, 어쩌면 책에 관한 영재 교육을 시켜준 사람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인간으로서 반드시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성장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츠노 고요는 좋은 책과 베스트셀러를 연달아 세상에 내놓았지만 괴짜인 데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일이 많았고, 인간관계에도 좋고 싫음이 분명했다. _아기 여우의 편지
“별장촌에는 그런 집이 많이 있긴 하지. 그러니까 얼굴이 닮은 친척끼리 그 집을 물려받아 사는 거라는 말이지? 그럴싸한데?” 하며 마음대로 결론지어버리고는 다른 쪽으로 화제를 옮긴다. 숲에 사는 노인에 대해 그 이상 파고드는 일은 없었고, 진상을 캐려고 찾아가는 일도 없다. 이곳은 그런 마을이니까. 서로 돕고 신뢰하지만 비밀을 간직하고 싶다면 굳이 따져 묻지 않는다. 특히 여행자에게는. _등대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