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익살과 역설, 외설로 그려낸 죽음 그리고 생명력!
필립 로스가 가장 아끼는 작품
1995 전미도서상 수상 | 1996 퓰리처상 최종후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의 장편소설 『새버스의 극장』이 출간됐다. 필립 로스가 『미국의 목가』와 더불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는 이 소설은 1995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 이후 필립 로스에게 두번째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이듬해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 새버스는 죽음과 생명이 있는 그대로 외설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인물, 평범한 삶을 규정하는 어떤 범주로도 포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로, 소설은 새버스가 스스로 죽을 자리와 묻힐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오십대에 심장에 문제가 생기며 죽음의 압박을 받던 필립 로스는 육십대에 접어들어 건강을 회복한 후 왕성하게 소설 집필에 매달렸고, 그 창조적인 시기 초반의 결과물이 바로 『새버스의 극장』이다. 그래서인지 죽음을 이야기하면서도 소설에는 오히려 압도적인 생명력이 가득하고, 어떤 속박에서 벗어난 듯 자유로움과 강렬한 에너지가 흘러넘친다. 필립 로스가 만들어낸 “가장 훌륭하고 격렬한 창조물”(<피플>) 미키 새버스는 독자에게 충격과 유쾌함과 불편함을 동시에 선사하고, 그렇게 필립 로스는 다시 한번, 엄청난 기량과 예술적 기교로 거장의 솜씨를 발휘하며 “놀랄 만한 문학적 성과의 정점에 선 작품”(<퍼블리셔스 위클리>)을 선보인다.
맨해튼 ‘외설 극장’의 전직 인형극 광대 미키 새버스.
관습 밖에서 쾌락에 탐닉해온 호색한,
무자비한 적대자, 실패하는 일에도 실패한 자,
그의 삶은 무엇으로부터의 기나긴 도주인가?
64세의 전직 인형극 광대 미키 새버스. 그는 평생 쾌락과 욕망에 충실하며 “에로틱한 만취 상태”로 살아왔다. 십대 시절 형이 2차대전에서 전사하고 어머니가 정신을 놓은 이후 뱃사람이 되어 전 세계를 떠돌며 창녀와 매음굴, 인간에게 알려진 온갖 종류의 섹스를 경험했다. 그후 로마에서 인형극을 공부하고 뉴욕으로 와 길거리 ‘외설 극장’에서 손가락 인형으로 쇼를 하고 지하극단에서 연극을 연출하며 배우인 아내 니키를 만난다. 하지만 어느 날 니키는 새버스를 떠나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니키를 찾아 헤매다 자신이 미쳐간다고 느낀 새버스는 당시 바람을 피우고 있던 로즈애나와 함께 뉴잉글랜드의 시골 마을 매더매스카폴스로 이사한다.
관절염 때문에 인형극 광대로서의 커리어도 끝나고, 마흔 살 어린 학생과의 섹스 스캔들로 수모를 당한 후 지역 대학에서 진행하던 인형극 워크숍도 그만두게 된 새버스는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는 로즈애나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매더매스카폴스에서도 섹스에 대한 그의 탐닉은 계속되고, 그는 그곳에서 “생식기의 짝”이자 “가장 훌륭한 제자”, 쾌락과 섹스, 그리고 영혼의 “짝패”인 드렌카를 만난다. 크로아티아 출신 이민자로 남편과 함께 여관을 운영하는 드렌카 발리치와 새버스는 십 년이 넘는 세월 동안 내연 관계를 이어가며 서로의 “가장 필수적인 욕구”를 마음껏 풀어놓는다. 그러다 드렌카가 병으로 세상을 뜨자, 새버스는 오랫동안 철저하게 패배했다고 여겨온 인생의 위기를 맞이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의 주위를 맴도는 어머니의 유령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면서, 새버스는 자살이야말로 실패한 자신의 삶에 딱 맞는 결말이 아닐지 고민하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