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필립 로스 | 문학동네 | 2023년 03월 14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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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인생이란 그런 거야.
발을 아주 조금만 잘못 디뎌도
영원한 비극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거!”

1950년대 말 첫 소설집 『안녕 콜럼버스』를 발표하고 이 작품으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한 이래, 필립 로스는 이후 오십 년 동안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며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사십 년간 미국 작가 중 가장 훌륭한 커리어를 가진 작가 중 하나”(<슬레이트>)라는 평도 이 작가 앞에서는 결코 과장된 찬사가 아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작가”라는 말이 당연한 수식어처럼 따라다니는 이 작가는 칠십대라는 고령에도 여전히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우고 있다.

『울분』은 필립 로스가 200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95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대계 청년의 삶을 보여주며, 젊음의 치기, 미숙함, 성(性)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 용기, 선택과 실수에 관해 이야기한다. 미국의 역사가 상처받기 쉽고 취약한 개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해왔던 필립 로스는 이 작품에서도 뛰어난 통찰력과 묘사로 특정한 역사적 상황에 놓여 있는 한 개인의 비극을 밀도 있게 다루고 있다. 2008년 국내에 소개된 『에브리맨』에서 ‘한 노인의 삶’을 통해 나이듦과 상실 그리고 죽음에 대해 다뤘던 이 작가는 『울분』에서는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젊은 청년의 삶’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희극과 비극을 오가며 그려낸 청춘의 격정과 분노!

소설의 초반부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 이 소설은 채 스무 해도 살지 못한 청년 마커스의 짧은 삶을 조명하며,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있다. 필립 로스는 『울분』을 통해 “매우 평범하고 우연적인, 심지어 희극적인 선택이 끔찍하고 불가해한 경로를 거쳐 생각지도 못했던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가감 없이 냉정하게 보여준다.
『울분』은 불길한 기운을 예감하면서도 차마 떨치지 못하는 격정, 자기 파멸적인 분노, 그리고 그것을 통제할 수 없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이면서,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동시에 역사와 개인의 비극을 절묘하게 엮는 필립 로스의 특기가 발휘되고 있는 작품이다. 『울분』에서 로스는 한국전쟁과 매카시즘 광풍이라는 역사적 상황 속에 청년 마커스를 놓아두고, 역사적 사실과 마커스의 개인사가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보여준다.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이는 미국 중동부의 작은 대학교. 그러나 그런 모습 뒤에 숨어서 개인의 숨통을 조이는 보수적이고 관습적인 분위기. 작가는 역사 속에 놓인 개인의 비극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충분히 그것을 감지하게 하고, 실감하게 한다.
칠십대.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나이이다. 『울분』은 죽음을 목전에 둔 이 노작가에게 어떻게 이토록 격렬한 청춘의 격정과 분노가 남아 있는지, 새삼 놀라게 하는 작품이다. <워싱턴 포스트>의 평이야말로 이 작품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말이 아닌가 한다. “청춘의 격정으로 불탈 만큼 여전히 분노하고 동시에 그 격정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음을 이해할 만큼 충분히 현명한 작가로부터 나오는 폭발을 볼 수 있는 소설.”

저자소개

지은이 필립 로스
필립 로스는 1998년 『미국의 목가』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해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예술훈장을 받았고, 2002년에는 존 더스패서스, 윌리엄 포크너, 솔 벨로 등의 작가가 수상한 바있는, 미국 문학예술아카데미 최고 권위의 상인 골드 메달을 받았다. 필립 로스는 전미도서상과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상을 세 번 수상했다. 2005년에는 『미국을 노린 음모』로 2003~2004년 발표작 중 미국을 테마로 한 탁월한 역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 역사가협회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으로 영국 WH 스미스 문학상 ‘올해의 도서상’을 받음으로써, 이 상의 46년 역사상 최초로 두 번 수상한 작가가 되었다. 또한 생존 당시, 미국 생존 작가 중 세번째로 라이브러리 오브 아메리카(Library of America, 미국 문학의 고전을 펴내는 비영리 출판사)에서 완전 결정판(전9권)을 출간했다. 로스는 펜(PEN)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펜/나보코프상을, 2007년에는 펜/솔벨로상을 받았다. 2011년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국가인문학훈장을 받았고, 같은 해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했다. 2012년 스페인 최고 권위의 상인 아스투리아스 왕세자 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프랑스 최고 권위의 코망되르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2018년 8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옮긴이 정영목
서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수료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옮긴 책으로 『로드』 『책도둑』 『에브리맨』 『메신저』『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눈에 대한 스밀라의 감각』 『눈먼 자들의 도시』 『눈뜬 자들의 도시』 『서재 결혼시키기』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여행의 기술』 『불안』 『동물원에 가기』 『사자의 꿀』 『통조림 공장 골목』 『목수들아, 대들보를 높이 올려라』 『맛』 등이 있다. 『로드』로 제3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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