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문 반대편에 누가 살고 있을까?
낯선 이웃에 케이크 200개를 건넨 사랑스러운 실험
아이와 노인, 원주민과 이주민,
혼자 사는 사람, 가족과 함께 사는 사람,
활기찬 사람과 외로운 사람이
모여 사는 동네의 사생활
120일간 130가구와 나눈 200개의 케이크
지방 출신 워킹맘, 베를린 인싸가 되다!
“나 정말로 이웃집 방문 할 거야. 통계를 내볼 거야. 집에 들어오라는 사람이 몇 명인지, 그냥 쫓아내는 사람이 몇 명인지. 내가 케이크랑 커피 다 갖고 가면, 집에 들어오라 하지 않을까? 케이크 싫어하는 사람 없으니까.”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는 수많은 낯선 사람으로 둘러싸인 대도시에서 이웃에 관심과 친절을 베푼 한 여성의 유쾌하고 진솔한 통찰이 담긴 에세이다. 출산 직전 남편을 따라 베를린으로 온 슈테파니 크비터러는 외로운 생활을 이어가다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직장이 아닌, 거리로 나선다. 200일 동안 케이크 200개를 구워 들고 200가정을 방문하는 것을 목표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른다. 닫힌 문이 열리고 마음의 문도 서서히 열리면서 저자는 이웃들과 함께 티타임을 가지는 동안 그들의 진면모를 발견한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인구 변화를 겪은 도시에서 낯선 이웃을 향한 편견의 장벽까지 허무는 저자의 이야기는 공동체에서의 환대와 연대, 소속감의 힘을 전한다.
대도시 속 이웃을 만나러 가는 모험
슈테파니는 얼굴을 전혀 몰랐던 이웃과 친구로 지내기까지의 경험을 공유한다. 이웃도 그저 모르는 사람으로 여기며 지낸다는 게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는 걸 몸소 경험하는데, 집에서 육아만 하다가 종종 유아차를 끌고 거리를 나갈 때면 아기 엄마를 향한 따가운 시선을 느낀다. 그런 사람들 때문에 동네에 도무지 정을 붙일 수 없었던 슈테파니는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알아가보기로 한다. 대학생 때 와인 오프너를 빌리러 옆집을 찾아갔을 때 뜻밖에도 멋쟁이 베를린 남자가 문을 열어주었고, 이를 계기로 그와 이웃사촌이 된 경험도 있었다. 문 뒤로 펼쳐진 미지의 세상을 향해 슈테파니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는다.
닫힌 문 너머로 사내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아까 그 아줌마 누구야?” 아이 엄마가 대답하는 소리도 들렸다. “몰라. 그냥 우리와 같이 커피랑 쿠키 먹으러 온 아줌마야. 좋은 아줌마지?”
해냈다! 내가 초인종을 눌렀다!
티타임으로 맺어진 관계 속에서 찾은 보물
무작정 이웃집에 찾아가 티타임을 가진다는 황당한 아이디어도 매일 정성스레 케이크를 구워 들고 하루에 한 집 방문하다보면 어느새 멋진 프로젝트가 된다. 슈테파니는 그림 형제 동화에 나오는 빨간모자 소녀처럼 바구니에 케이크, 커피, 코코아, 차, 설탕 등을 담아 가지고 떨리는 마음으로 집집마다 초인종을 누른다. 티타임이 성사되면 집이라는 사적인 공간이 주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웃은 자기 이야기를 술술 꺼낸다. 조기 퇴직하고 약초 공부를 한다는 여인 카타리나는 건초와 캐모마일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냄비에서 식물성 염료를 실험하고 있다. 그는 직접 딴 쐐기풀로 만든 차를 권하고 사바나의 코끼리와 기린을 수놓은 스웨터를 보여주며, 슈테파니에게 “뭐든 직접 만드는 걸 좋아해요. 아기 엄마도 젊을 때 뭐든 해봐요”라고 응원을 보낸다. 한편 혼자서 자식을 키우며 사는 여인의 집에서 슈테파니는 그의 자녀들 사진을 본다. 처음에 딸 이야기만 하고 아들 얘기는 전혀 하지 않는 여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슈테파니는 그의 비밀을 알게 된다. 그는 이웃과 함께 웃고 눈물 흘리며, 베를리너들의 다양한 집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느낀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20여 년이 지난 대도시의 모습은 흥미롭다. 낡은 아파트와 재건축한 아파트가 공존하는 동네에 다양한 배경과 출신을 지닌 사람들이 살고 있다. 원주민인 이웃 아저씨는 옛날 베를린 사람들이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다며 술통 운반하는 마차가 지나다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동안 신문에서 스크랩한 옛 거리 사진도 보여준다. 한 여성은 1980년대 당시 모잠비크에서 계약직 노동자로 일하러 동독에 온 남자와 사귀고, 독일이 통일된 후 그와 결혼까지 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베를린은 음악가들이 모여 사는 곳이기도 하다. 슈테파니의 남편 톰 역시 재즈 음악가다. 저자는 그랜드피아노와 매트리스밖에 없는 이웃집 안에 들어가서 집주인이 피아니스트인 걸 바로 알아본다. 음악계에 종사하는 이웃 얘기를 하다가 남편 이야기를 꺼내는데, 이 집이 옛날에 톰이 살던 곳임을 알게 된다. 슈테파니는 톰이 살던 흔적을 직감적으로 알아보면서 빙그레 웃는다.
이웃과 함께하는 워킹맘의 삶
워킹맘으로 베를린 인싸가 된 저자의 이야기는 엄마로서의 삶과 자기 자신으로서의 삶의 균형을 찾는 행복한 여정을 보여준다. 이웃집 방문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변화한 삶은 놀랍기만 하다. 집안에서 육아만 하는 단조로운 생활을 보내다가 베이킹이라는 취미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남편과는 육아 문제로 티격태격하다가도 케이크 앞에서는 둘도 없는 사이가 된다. 저자는 이웃에 먼저 다가간 결과, 다른 엄마들에게서 도움과 응원을 받기도 하며, 자식에게는 또래 친구를 만들어준다. 이제는 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고 인사도 건네면서 긍정적인 감정을 전파한다.
슈테파니의 베이킹 실력은 나날이 늘어간다. 처음부터 케이크를 잘 만든 건 아니었다. 팔미에를 까맣게 태우기도 하고 ‘실험적인’ 케이크를 이웃집에 들고 가기도 한다. 처음에 남편 톰은 마블케이크를 보고 “당신이 만든 케이크가 어떤지 내가 잘 알지! 케이크가 아니라 벽돌을 구운 줄 알았어”라고 말했는데 꾸준한 노력 덕분에 슈테파니는 어느새 베이킹에 도가 터 애플파이와 마블케이크는 손쉽게 만든다. 이제 톰은 “정말 못 말리는 애플파이 귀신”이 되어 이웃집에 가져갈 케이크에 손을 대기도 한다.
그의 이웃집 방문 결과는? 가장 짧은 방문 시간은 12분, 가장 긴 방문 시간은 180분인데, 집주인이 처음에 정말로 30분밖에 시간이 없다고 말한 경우의 평균 방문 시간은 150분이다. 집에서 편의점까지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웃집 방문 시작 전 평균 3분이었지만, 시작 후에는 길에서 이웃과 수다를 떠느라 평균 30분이 걸린다. 방문한 집에 사람이 가장 많았을 때는 21명으로, 한 아이의 생일파티가 열리고 있었다. 이웃집 방문 100회를 앞두고 그동안 먹은 케이크 수는 163개이며, 이중 직접 구운 건 150개다. 가장 자주 먹은 케이크는 마블케이크이며, 치즈케이크와 애플파이가 그 뒤를 잇는다. 하지만 저자는 정확하게 재고 싶지 않은 수치도 있다. 그건 바로 자신의 늘어난 체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