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도
‘여성이 주인공’인 역사 이야기, 처음이지?
예전에 한 여성 국회의원이 “여성이 너무 똑똑한 척을 하면 밉상을 산다면서 약간 좀 모자란 듯한 표정을 지으면 된다”고 말했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이 총선에 도전하는 여성 후배들에게 공공연히 할 말은 아니라는 게 많은 사람의 의견이다. 그러나 이 조언이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서 국회의원까지 하고 있는 선배가 자신의 경험에 의한 진심을 전했다는 것에는 아무도 토를 달 수 없을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양성 평등’이라는 사회에 우리가 살고 있지만, 과연 실제로 그런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사람은 없다. 최근 뉴스를 봐도 여전히 여성들은 데이트 폭력 등 가까운 남성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거나, 강력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때로는 단지 그저 ‘여성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기분이 나빠진 남성으로부터 폭력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 뿌리 깊은 여성에 대한 무시와 남녀차별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또 여성에 대한 차별은 우리나라에만 해당하는 것일까. 이 책 『히브리 여성 잔혹사』는 이제까지 한 번도 제대로 우리가 들어보지 못했던 세계사 속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던 역사는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이었지만, 이 책 속에서만큼은 여성이 주인공이다. 특히 이 책에선 동양 여성들이 오래전부터 역사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가족과 사회에서 어떤 존재였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전설과 신화, 그리고 때로는 역사적 사실과 문학 속 에피소드를 통해 서양의 남성 지식인이자 이방인의 시각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방인의 눈으로 본 ‘동양 여성’의 이야기
이 책은 미국 Rittenhouse Press에서 총 10권으로 출간한 ‘Woman: In All Ages and In All Countries’ 시리즈의 제4권을 번역하여 국내에 출판한 책읽는귀족의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의 분권에 해당한다.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의 원제는 ‘Oriental Women’으로서, 미국 Rittenhouse Press에서 총 10권으로 출간된 ‘Woman : In All Ages and In All Countries’ 시리즈의 제4권에 해당한다.
『어서 와, 이런 이야기는 처음이지?』에는 기원전에서 역사 초기 시대, 그리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동양에 살았던 여성들의 삶이 담겨 있다. 즉, 이 책은 역사 태동기에서 19세기 말까지 서아시아, 극동 아시아, 동남아시아, 호주 등 방대한 지역을 다룬다.
이 책의 저자, E. B. 폴라드는 침례교 목사로 서품을 받았고, 대학에서 성서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서양의 남성 지식인이다. 이 이방인의 눈으로 전설과 신화, 문학과 역사 속의 수많은 에피소드을 넘나들며 동양 여성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
이처럼 제삼자의 시선으로, 동양의 다양한 나라와 수많은 민족의 역사 속 이야기들을 듣다 보면, 남녀 차별의 이유가 어떤 합리적 근거도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수많은 동양 여성들에 대한 삶을 읽다 보면, 여성이 지금처럼 참정권을 가지고, 사회의 일원으로 대접받기 시작한 것이 불과 백 년도 채 안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랄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속의 내용이 단지 옛날이야기라고 하기엔 뭔가 찜찜한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할 것이다.
◎ 금수저든 흙수저든 ‘여성’이라는 굴레를 넘어서
이 책은 전혀 무겁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선사해준다. 또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준다.
이 책의 저자는 “그리스 여성들의 열등한 위치는 그 대단하였던 나라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던 한 가지 원인이었다. 로마에서 느낄 수 있는 여성들에 대한 모독은 로마 권력의 하락을 부채질하였다. 그러나 히브리의 아내와 미망인들을 보호하던 문화는 이스라엘의 생존을 뒷받침하는 거대한 원동력이 되었다”고 강조한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봐도 힘 있는 집단만이 재물과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가는, 결국은 쇠퇴하여 파멸로 치달았다. 반면에, 힘이 없고 약자인 구성원들까지 보살피는 시스템이 있는 집단은, 오랫동안 존속하고 발전하며 힘이 더 강해졌다. 결국은 우선 내부를 잘 다지고, 보살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준다. 그래야 외부에 대고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집단이나, 조직이나,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역사의 가르침인 셈이다.
또한 옮긴이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이 책은 ‘금수저든 흙수저든 여성이라는 굴레를 넘어서’ 모든 동양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며, 우리에게 과제를 안겨주는 메시지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뛰어난 여성들뿐만 아니라, 풍습과 관례라는 굴레 속에서 혹독한 삶을 살아야 했던 보통의 여성들, 모두라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이름도 잘 몰랐던 어느 부족의 여성들 이야기도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척박한 삶은 우리 앞에 살다간 조선 여인들의 삶과 어딘가 모르게 닮은 구석이 있다. 이들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지금 우리 여성들이 서 있는 삶의 토대가 되었다. 이 토대를 밟고, 도약하여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후대 여성들에게 전하는 것이 현대 여성의 또 다른 숙명인 것 같다.”
◎ 『튀르키예 여성 잔혹사』 본문 맛보기
튀르키예키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수백 명의 왕실 여성들이 왕위 찬탈을 노리는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익사당한 사건이다.
여성들이 자루에 넣어져 바다에 던져졌다. 이 사건은 광인으로 알려진 술탄 이브라힘 1세 때 일어났던 일이다. 그는 튀르키예키에서 가장 악명 높았던 왕 중 한 명이었다. 또한 이브라힘 1세는 왕궁에서 나이든 여자들을 없애버리려는 생각을 처음 해낸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이처럼 술탄의 광기에 희생된 불행한 여인들은 밤이 되면 몰래 자루에 넣어져 바다 속에 던져졌다. 운이 좋게도 그중 단 한 명만이 자루가 풀어진 틈을 이용해 빠져나왔다.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배가 그녀의 목숨을 구해주었다. 그 후 파리로 보내진 그녀는 하렘 여성들이 잔인하게 죽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였다.
-「튀르키예 여성 잔혹사」 중에서
튀르키예를 면밀하게 관찰해 온, 어느 작가가 이렇게 언급하였다. 미국 박애주의자들이 튀르키예인들의 마음속에 공립학교의 정신을 주입하려는 노력에 관한 내용이다.
“여성은 지적인 능력이 없다는 게 일반적인 생각 같았다. 미국인들이 지적 진보와 발전에 튀르키예 여성들을 참여시키려고 처음으로 시도하였던 노력이 반대에 직면하였다. 비웃음을 당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 미국인들은 여성 교육을 찬성하는 새로운 국민적 정서를 튀르키예에서 만들었다. 이러한 국민 정서가 미국인들이 여성 교육을 위해 튀르키예에 건립한 학교들을 향한 관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파샤, 고위직의 민간 군 장교, 성직자들과 각 민족의 부유층들이 이 작업에 참여하였다. 그리하여 튀르키예 여성의 여건을 개선하려는 미국인들의 노력에 대해 진심으로 공감을 표하고 있다.”
-「튀르키예 여성 잔혹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