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찰청의 경감 권해성입니다. 국과수 법의관 채서경 씨가 맞습니까?”
신분을 밝힌 남자는 빨리 대답하라는 듯 재촉하고 있었다.
조금 무례한 첫 만남이었지만,
“늦어도 집에는 꼭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이 남자의 미소는 친근함을 넘어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서경은 저 미소가 자신에게는 해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채서경 씨.”
“네?”
해성은 서경을 부르다 그녀의 집 주변을 한 번 휙 살폈다.
“최근 이상한 일 없었습니까?”
“네? 그런 일은…….”
놀란 토끼 눈으로 올려다보는 서경을 보고 있자니 해성은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가 누군가의 타깃이 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
“잡으라는 겁니까? 아니면 어서 일어나라는 손짓입니까?”
“아…… 잡으실래요?”
“그러죠.”
“으앗!”
해성이 손을 잡으며 체중을 싣는 바람에 서경은 맥없이 휙 끌려갔다. 버텨 보려 했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기울어 그의 가슴팍에 코를 들이박을 뻔했다.
“이게 잡아 주는 겁니까, 같이 넘어지겠다는 겁니까?”
해성의 심드렁한 말투에 서경은 눈썹을 일그러트렸다. 그렇게 확 잡아당길 줄 아니, 그렇게 체중을 실어 올 줄 누가 알았느냔 말이다.
“힘을 길러 다음엔 잘 잡아 보도록 할게요.”
서경은 이 정도 답변이면 되겠죠? 하는 표정으로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