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힘이 세다”
독일 아마존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숫자는 객관적이다. 이해관계가 다르거나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도 숫자는 정확하게 전달된다. 이 때문에 보고서나 신문 기사에서도 숫자나 도표를 이용하면 설득력을 얻는다. 간접흡연에 노출되면 심장 질환 위험이 25퍼센트 증가한다거나, 유방조영술을 통한 유방암 조기 발견이 사망률을 20퍼센트 줄인다거나, 새로 개발된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가 99.8퍼센트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 우리는 연구의 타당성보다 일단 숫자에 주목한다. 숫자는 그렇게도 힘이 세다.
하지만 숫자가 우리를 속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숫자에 속는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코로나 백신을 예로 들어보자. 60대 이상 인구 중 코로나 감염자의 60퍼센트, 코로나 사망자의 43퍼센트가 백신 접종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만 보면 예방 접종의 효과를 의심할 만하다. 하지만 다른 숫자가 등장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전체 인구에서 접종자가 차지하는 비율, 즉 기저율이다. 기저율을 고려해 다시 살펴보자. 60대 인구 100명당 91명은 백신 접종자다. 전체 인구에서 100명당 10명이 감염된다고 가정하면 그중 6명은 접종자, 4명은 미접종자인 셈이다. 접종자 91명 중 6명이 감염되고 미접종자 9명 중 4명이 감염되었으므로 감염률은 각각 6.6퍼센트와 44퍼센트가 된다. 즉 앞선 숫자들은 사실 백신의 효과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 사례에서 알 수 있는 최소한은 우리가 숫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면 어떤 숫자들은 사실을 왜곡하는 데에 쓰인다는 것이다. 숫자를 해석하는 통계적 사고는 바로 이럴 때 유용하게 작동한다. 힘이 센 숫자에 압도당하지 않고 그 의미를 스스로 해석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는 위험을 피하려다 더 큰 위험에 빠진다”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 나갈 통계적 사고의 힘
귀신 피하려다가 호랑이 만난다는 속담이 있다. 지금은 귀신이나 호랑이에게 위협을 느끼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호랑이가 불쑥 나타나던 시절보다 평균 수명도 훨씬 늘어났다. 하지만 어쩐지 미세 먼지, 신종 전염병, 교통사고, 보이스 피싱 등 우리 주변의 위험 요소는 더 많아지기만 한 것 같다. 심지어 무조건 위험을 피하려다가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도 자주 마주한다.
이를테면 2021년 백신 물량이 부족하던 시기에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이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병원을 찾는 심장병 환자 수가 30퍼센트 줄었다. 그들은 코로나 감염과 심장 마비, 뇌졸중의 위험을 비교하지 않았다. 다른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00만 명의 어린이가 CT 촬영을 받는다고 한다. 의료 현장의 상업 논리와 부모의 과도한 염려 때문이다. 하지만 CT 촬영은 발달 중인 어린이의 장기를 위험한 방사선량에 노출시킨다. 후쿠시마에서 4주간 휴가를 보낼 때보다 높을 수도 있고, 수십 년 후 암에 걸릴 수도 있다. 암 조기 검진 역시 마찬가지다. 그 자체로 암을 예방하거나 치료하지는 않음에도 수많은 사람이 조기 검진에 비용과 시간을 쓰고, 검사 후유증을 앓기도 한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두려움과 불안을 느끼고 확실함을 좇게 마련이다. 하지만 ‘경쟁위험이론’에 따르면 하나의 위험 요소를 제거하면 다른 위험 요소가 등장한다. 즉 우리는 늘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통계적 사고는 결국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태도와도 직결된다. 통계적 사고를 발휘한다면 절대적 확신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불확실성과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통계적 사고가 ‘위험을 인식하는 기술’이며 ‘정서적 기술’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모든 종류의 확고한 신념과 주장을 건전하게 의심하고 사실과 분명한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난간을 잡으면 길이 안 보여도 괜찮듯
통계적 사고는 불확실한 세상을 헤쳐나갈 힘이다
우리는 뉴스를 통해 매일 수많은 숫자를 접한다. 이 숫자들은 실수로, 혹은 의도적으로 조작되어 우리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이를테면 상관관계와 인과관계의 혼동, 기저율을 고려하지 않은 비율, 특정 답변으로 유도하는 설문 조사, 절대 수치를 감추고 상대 수치로 효과를 과장하기 등이다. 인포그래픽과 그래프에서 사용하는 흔한 눈속임도 포함된다. 이는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 인터넷 등을 통해 널리 퍼진다. 그렇게 우리는 숫자맹이 된다.
이 책의 토대가 된 《이달의 잘못된 통계(Unstatistik des Monats)》 프로젝트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2011년 시작됐다. 저자 심리학자 게르트 기거렌처, 통계학자 발터 크래머, 빅 데이터 전문가 카타리나 슐러, 경제학자 토마스 바우어는 미디어에서 발견되는 통계의 오류를 발굴하고 독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돕고자 이 책을 썼다.
이 책의 저자들은 우리가 숫자맹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보다 통계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통계적 사고는 일상생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 어떤 정보에 어떤 개입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알아내 분별력 있게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통계학의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고 나면 「녹색당 지지자들은 SUV를 즐겨 탄다」, 「한 시간 조깅할 때마다 수명이 7시간 증가한다」 같은 제목에 낚이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팬데믹 같은 혼란 속에서도 사실을 분별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