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prologue
큰 배를 만들게 하고 싶다면
나무와 연장을 주고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줘라.
그러면 그 사람 스스로
배를 만드는 법을
찾아낼 것이다.
- 생텍쥐페리
무언가를 얻으려는 의지만 있다면 어떻게 해야 가질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뜻의 이야기다. 그 무엇보다도 의지가 중요함을, 그리고 그 목표가 명확해야 함을 강조할 때 많이 인용된다.
얼마 전, 이웃 블로거 한 분이 1998년에 개봉했던 ‘굿윌헌팅(Good Will Hunting, 1997)’이라는 영화를 소개하는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워낙 유명하고 평이 좋은 영화였지만 필자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영화라면 액션이나 SF물만을 편식하는 탓이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는 꼭 봐야지 하면서도, 여태 보지 못하고 미뤄놓은 숙제 같은 영화들이 몇 편 있다. 마치 책을 읽을 때 소설만 주구장창 읽으면서 ‘인문학도 읽어야 하는데’라고 여기는 의무감과 비슷하다.
그런데 아직도 그 영화를 못 봤다는 필자에게 그 블로거가 어떤 책에서 봤다며 보내준 답글이 기억에 남는다.
“이 영화를 아직 안보셨다니 행운아이십니다. 이 영화를 처음 보면서 느낄 커다란 감동을 맛보실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이 블로거는 필자에게 어떻게 해야 그 영화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필자가 그 영화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한 마디를 던졌다. 이제 필자는 어떻게 해서라도 그 영화를 찾아서 볼 것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쓴 이유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다.
필자는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위해 이 책을 쓴 게 아니다. 행여나 필기시험이나 면접요령 등에 대한 어떤 노하우를 기대했다면, 지금 당장 책을 내려놓기 바란다. 그런 방법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 어디에도 없다. 대신 이 책에는 그 어느 책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공기업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가 소개되어 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가 염려되지만, 오히려 독자들은 공기업에 대한 어떤 동경을 갖게 될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필자가 이 책을 쓴 목적이 바로 그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제목에서 이미 예상했겠지만, 이 책은 공기업에 대해 소개하는 책이다.
특별히 첫 번째 PART는 공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할애했다. 제1장에서는 취업준비생들이 정말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부터 물었다. 그들이 취업을 원하는 곳이 공기업인지 대기업인지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공기업이라고 해서 모두가 다 똑같지 않다는 것도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이어서 제2장에서는 공기업에 대한 막연한 환상에 젖어있을 취업준비생들에게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려고 노력했다. 예를 들면 ‘공기업은 신의 직장이다’라는 환상이 그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언론에서 ‘공기업 = 신의 직장’이라는 공식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마치 사실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공기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라면 반드시 이 말이 사실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그저 남들이 그렇다고 하니까 그런 줄로 알았다가는 기껏 입사한 회사에서 낙마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필자는 이 장에서 ‘공기업은 신의 직장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독자들의 판단을 돕고자 했다. 흔히 말하는 ‘신의 직장’의 조건에 대해, 그리고 그에 대한 공기업의 현실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필자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펼치지는 않았다. 따라서 “뭐야! 이게 사실이라면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하잖아!”라는 의견도 있을 것이고, “역시! 사람들이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고 하는 이유가 있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판단은 여러분의 몫이다.
제3장에서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너무 서두르지 말기를 당부했다. 기왕에 공기업을 목표로 삼았다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준비해 보자고 제안했다. 더불어 공기업을 ‘신의 직장’이라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은 신(神)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물론 이것은 일단 공기업에 입사하게 되면 스펙이 아니라 사람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필자의 평소 지론을 펼치기 위한 포석이다.
두 번째 PART는 이미 취업에 성공한 공기업 신입사원을 위한 생활지침서라 할 수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듯 공기업에 입사하면 공기업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분명 공기업에는 민간기업과 다른 특별한 조직문화가 존재한다. 비록 그것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함부로 무시해도 좋을 대상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이해하고 순응하려고 노력하는 게 공기업이 바라는 조직문화일 수 있다.
하지만 필자의 이야기가 독자들의 젊은 감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견뎌내 주기를 희망한다. 먼 옛날, 여인네들이 시집을 가면,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을 지내야 한다고 했다. 며느리가 시댁에 가서 그곳의 전통과 문화를 배우려면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공기업에 새로 입사한 당신은 공기업의 전통과 문화를 배울 시간이 필요하다. 필자는 그 시간이 1~2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혀두지만, PART Ⅱ는 공기업 생활을 하면서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충고를 담은 것이 아니다. 이 PART는 오로지 이제 막 입사한 1~2년차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다. 입사 3년 이상이 됐거나 이미 중견사원이라면 지금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대로 생활하는 게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그들은 그들 나름의 생활법이 따로 있다.
그럼 신입사원들이 배워야 할 공기업의 조직문화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필자는 그것을 ‘변화보다는 안정, 경쟁보다는 협력’이라고 생각한다. 제4장에서는 그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다뤘다. 이어서 제5장에서는 신입사원들이 공기업의 조직문화에 익숙해지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를 소개했다. 왜 굳이 ‘네 가지’인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에게 맡기겠다. 또 주구장창 충고만 해대면 받아들이기도 힘들고 머리에도 남지 않을 것이 뻔하기에 동양 최고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삼국지》의 일화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때문에 어떤 것은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필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게 될 것이다.
결국 각 PART를 통틀어 힘주어 말하고자 한 것은 ‘공기업은 어떤 특징을 가진 기업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이든 신입사원이든 공기업의 특징과 조직문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 이걸 소홀히 했다가는 최악의 경우, 남들은 들어가지 못해 환장하는 기업에 입사해서는 퇴사나 이직을 고민하게 될 수도 있다.
필자는 기왕에 당신이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이 ‘닥치고 취업’이 아닌 ‘현명한 취업’이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이 책이 존재한다. 필자는 이 책이 아직까지 점령해야 할 고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방황하는 취업준비생에게는 신호탄으로, 이미 지난 전투에서 패배를 경험했거나 벌써 수차례의 전투로 인해 승리에 대한 갈망이 약해진 취업준비생들에게는 새로운 자극으로 다가서기를 바란다.
단언컨대 이 책은 당신의 전투력을 놀랍도록 상승시켜 줄 것이다. 그때 할 일은 단 하나뿐이다. ‘바다로 나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