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늬높새갈마소슬바람러시아로불다

조정희 | BG북갤러리 | 2017년 04월 20일 |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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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프롤로그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학창 시절.
달리기가 정말 싫었어.
아니, 엄밀하게 말하면 ‘100m 빨리 달리기’가 싫었지.
항상 꼴찌를 맡아 놓고 하기 때문에?
그건 아니야. 믿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꼴찌는 상관없었어.
꼴찌를 했다는 건 달리기가 끝났다는 말과 같은 거잖아.
달리기를 끝낼 수만 있다면 등수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지.
달리지 않을 수만 있다면 맡아 놓고 꼴찌를 주어도 괜찮았어.
정말이야. 내가 공개적으로 쓰는 글에서 왜 거짓말을 하겠어.
거짓말은 언젠가는 엉키고 꼬이게 마련이란 걸 잘 알고 있는데 말이야.
어디서 어떻게 거짓을 들통 낼 실마리가 조용히 촉수를 흔들고 있을 진 아무도 몰라. 그 촉수는 너무 작고 너무 기척이 없어서 거짓을 만든 주인도 눈치를 채기 힘들어. 그러니 아예 그런 꼼수를 둘 생각은 하지도 않는 거지.

100m나 이어진 여러 줄의 흰 선.
흰 선들을 가로지르는 한 줄의 출발선.
출발선에 섰을 때의 긴장과 불안을 견디기가 싫었어.
심장이 너무 뛰어 터질 것 같은 느낌도 싫었고 그런 긴장 속에 있는 나 자신도 미웠어.
어떤 일을 앞두고 긴장하는 건 못난 짓이라고 배웠던 지도 모르겠어.
어쩌면 자신감과 활달함을 강조했던 교육의 희생자인지도 몰라.
꼴찌를 도맡아 해도 괜찮다면서 무엇이 불안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어.
하지만 정말 꼴찌를 하는 건 아무렇지도 않았어.
거의 꼴찌를 하다 보니 면역이 되어서 그랬는지, 포기를 하게 되었는지는.
그런데도 불안했어. 마냥 불안했다고.
너무 심할 때는,
그 자리에서 돌아서서 반대로 뛰어가는 상상을 하곤 했어.
뛰기도 전에 숨이 턱까지 차고,
정신이 몽롱해질 때쯤,
출발신호가 터지지.
땅!
심장이 내려앉을 만큼 놀라면서 내 몸은 뛰어나가.

바로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져.
달리기 시작하면 내 몸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거야.
불안과 긴장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달리는 일 외엔 아무것도 없어.
오직 달리고 있는 몸만 있어.

저자소개

조정희

소설가.
대구에서 태어나 교사를 하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1년 ‘월간 문학세계’ 신인문학상 부문에 단편소설 《비》,
《적자생존》 당선. 탁월한 구성과 섬세한 문장,
예지력을 가진 작품이란 심사평을 들었다.


+ ?다양한 주제를 특유의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첫 소설집
《나는 소꿉친구와 결혼했다》(2002) 발표 후, 거의 해마다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 ?인도의 풍물이 안타까운 사랑 속에 어우러진
《그 거울 속엔 바람이 산다》(2004)
+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했던 아픈 영혼들의 이야기
《비련애》(2005)
+ ?절망 위에 우뚝 선 세 남자의 특별하고
간절한 사랑과 삶 《숨겨놓은 세 남자 창탕밍》(2006)
+ ?죽음의 문턱에서 삶을 돌아보고 동시에
생명이 빠져나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겨울산》(2007)
+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한 남자의 삶과 사랑을
집요하게 추적한 《홍나비》(2008)
+ ?사랑, 기쁨, 절망, 슬픔, 죽음, 깨달음이 다섯 편의 이야기 속에
각각, 또는 하나로 녹아있는 《꿈에서 꿈을 꾸다》(2011)
+ ?모든 생명체에게 내려진 유일한 축복은
‘사랑’이라고 외치는 《그녀에게 뽀뽀하기》(2012)
+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버린, 아픈 가슴을 위한
위로의 편지 《한낮에 별을 보다》(2013)
+ 하나가 전체고 전체가 하나인 마음의 비밀 《아득한 오늘》(2014)
+ 뫼비우스의 숲 《폭풍우》(2015)

목차소개

차례

004 프롤로그 ?달리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014 씨스뜨라

+ 첫째 날(5월 2일, 월요일)
019 새벽의 푸념
022 호출택시
025 쉐레메찌에보 공항
032 호객택시
041 러시아 청년 사샤
048 <떠나기 전에 1>

+ 둘째 날(5월 3일, 화요일)
052 계산이 맞지 않으면 개조를 하라
058 아르바뜨 거리
063 붉은 광장이 아닌 아름다운 광장
069 모스크바 크렘린(마스꼽스끼 끄레믈)
075 성 바실리 성당
080 슈퍼마켓 찾아 삼만리
085 어둠 속에 벨이 울리고
089 <떠나기 전에 2>

+ 셋째 날(5월 4일, 수요일)
094 적응력
099 모스크바 투어버스
105 지하궁전, 끼옙스까야
110 감자 요리와 굼 백화점
120 <떠나기 전에 3>

+ 넷째 날(5월 5일, 목요일)
124 또 택시!
130 초고속 열차 삽산
135 마스꼽스끼 바그잘
141 모이까 강, 그리고 숙소
147 <떠나기 전에 4>

+ 다섯째 날(5월 6일, 금요일)
152 맑음과 흐림은 뫼비우스의 띠
155 에르미따쥐 가는 길과 궁전광장
160 그림, 또 그림
164 네바 강을 건너 멘쉬꼬바 궁전으로
168 달밤의 함박눈, 요르단 계단
173 과욕이 낳은 작은 사고

+ 여섯째 날(5월 7일, 토요일)
179 다시 에르미따쥐
188 중국 음식점, 하얼빈
191 <단상 1> : 미술품 수집과 감상할 권리

+ 일곱째 날(5월 8일, 일요일)
196 그리보에도바 운하와 피의 구세주 성당
203 여름정원과 묘령의 여자
207 식당, 마말리가에 밀린 까잔 성당
218 마린스끼 극장과 한여름 밤의 꿈
227 <단상 2> : 여름정원에서 있었던 일
+ 여덟째 날(5월 9일, 월요일)
233 국가의 전승 기념일과 국민의 추모 행렬
237 바실리 섬과 라스뜨랄 등대
241 자야치 섬, 뻬뜨로빠블롭스끄 요새
249 바람의 다리, 뜨로이쯔끼 모스뜨
253 <단상 3> : 추모의 의미

+ 아홉째 날(5월 10일, 화요일)
258 배를 타고 뻬쩨르고프로
265 세상의 모든 분수, 여름궁전 아래정원
272 대궁전을 뒤로 하고
275 <단상 4> : 권력과 능력

+ 열 째 날(5월 11일, 수요일)
278 차고 신선했던 숲, 빠블롭스끄 공원
285 예까쩨리나 궁전
296 버스를 타고 집으로
300 <단상 5> : 비쩹스끼 역에서

+ 열한째 날(5월 12일, 목요일)
305 러시아 박물관
311 러시아 도넛 ‘삐쉬까’와 한국 음식점 ‘서울’
316 뿔꼬보 공항으로
322 <단상 6> : 여유가 불러온 엉뚱한 생각

+ 열두째 날(5월 13일, 금요일)
326 집으로
329 <마지막 단상>

331 에필로그
332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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