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여성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밝히고,
여성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
르 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선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대 논픽션
여성 예술가의 계보를 밝혀 주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보여 주는 작품.
― 가디언
정확성과 대중성을 높인 번역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 ‘클래식 라이브러리’의 세 번째 작품인 『자기만의 방』은 버지니아 울프를 페미니스트의 상징으로 만들며 문학에서 여성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울프는 비단 뛰어난 페미니즘 비평가로서만 인식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제임스 조이스, 마르셀 프루스트와 함께 ‘의식의 흐름’이라는 새로운 서술 기법을 발전시킨 선구자이며 모더니즘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작가로 손꼽히는 위대한 소설가다. 그럼에도 여성의 지위에 관한 짧은 에세이 『자기만의 방』이 울프의 작품들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까닭은 소설가로서 울프가 발전하는 데 기초가 되는 생각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방』에서 울프는 자신과 비슷한 상상 속 인물의 입을 빌려 여성이 글을 쓰려면 돈과 자신의 방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의 주체성과 독립성이라는 메시지는 울프의 또 다른 작품인 『댈러웨이 부인』, 『등대로』, 『올랜도』 등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자기만의 방』은 작가 정신의 기초로 작용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독자에게도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1929년에 출간된 이후 약 한 세기가 흘렀음에도 이 작품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끊임없이 여성의 삶과 인권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이 작품이 유효한 이유는 울프가 토로한 여성의 불평등이 지금의 현실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글 속에 울프 본인의 경험과 생각이 진솔하게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그 명성만큼이나 여러 곳에서 출간되었다. 명확한 메시지, 설득력 있는 논리 전개, 곳곳에 등장하는 위트에도 불구하고 200쪽이 채 되지 않는 이 짧은 에세이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내면의 의식에 따라 흘러가는 울프 특유의 문체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문학적ㆍ사회적 배경 지식, 시적 은유, 한 문단이 길게는 4쪽에 달하는 긴 호흡, 청중에게 건네는 말속에 툭툭 튀어나오는 회상 장면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어조 변화, 도입부에서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여러 번 바뀌는 화자 등으로 문장을 온전히 소화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이 책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른 판본과 다른 여러 요소를 적용했다. 부연 설명을 하는 주석 외에도 간단한 부가 정보가 필요한 곳에는 본문에 내용을 짧게 덧붙였고, 과거의 생각은 현재 시점으로 바꾸어 전달하지 않고 그대로 살려 문장을 단순화하되 다른 서체를 적용해 시점 변화를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했으며, 길게 구성된 원문의 단락은 짧게 나누어 전달력을 높였다. 또한 문헌과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관련 자료를 연구하여 최대한 오역을 줄이고자 노력했다.
이름 없는 모든 여성들을 소환한 울프의 기록
『자기만의 방』은 1928년 10월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여자 대학인 뉴넘 칼리지와 거턴 칼리지에서 행한 두 강연의 일부를 수정하여 책으로 펴낸 것이다. 두 칼리지로부터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에 대해 강연해 달라고 요청받은 울프는 여성 작가, 여성 작가가 쓴 픽션, 여성에 관한 픽션 등에 대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결국 강연 주제에 관한 진리는 알아내지 못하고, ‘여자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는 사실만 깨닫는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어떻게 이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들려주면서 우리가 스스로 나름의 결론을 내리도록 안내한다.
울프는 1인칭 시점을 사용하여 우리가 대학의 교정과 만찬장, 대영박물관을 그녀와 함께 거닐게 함으로써 그녀가 무엇을 통해 여성의 지위에 대한 인식의 포문을 열고, 어떤 경험을 겪으며 감정과 생각을 전개하는지 생생하게 전달한다. ‘여성과 픽션’이라는 주제를 품고 대학 교정을 이리저리 거닐던 그녀는 잔디밭에 여성은 들어갈 수 없다는 대학 관리인의 제지에 생각을 방해받고, 남성을 동반하지 않고는 여성 혼자 도서관에 출입할 수 없다고 거부당하며, 남자 대학의 화려한 오찬과 여자 대학의 초라한 저녁 식사를 대접받는다. 독자는 그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일련의 경험을 통해 변화하는 생각을 은밀하게 엿보게 된다.
여성의 글쓰기는 남성의 글쓰기와 다른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태생적으로 다른 것일까, 아니면 남자 대학과 여자 대학의 설립 모금액이 다르고 정찬 차림새가 다르듯이 사회적ㆍ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진 것일까? 이러한 물음은 여성이 처한 차별과 빈곤에 대해 경각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수만 가지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이에 합리적인 답을 얻기 위해 울프는 다음 날 대영박물관에 방문한다. 그러나 서가에서 또 다른 가혹한 진실을 목도한다. 교수부터 소설가, 언론인 할 것 없이 수많은 남성이 어떤 명확한 논리도 없이 여성의 열등성에 관해 쏟아 낸 글들을 발견한다. 울프는 남성들의 이런 주장에 깔린 심리를 예리하게 파헤치고, 여성들은 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었고 작가로서 이름을 남기지 못했는지, 작품 속에 여성의 사회적 열등감이 어떻게 드러나는지 등을 설명한다.
울프는 얼마나 많은 여성이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장벽 앞에서 스러져 가는지 한탄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위대한 재능을 꽃피우려면 한쪽 성에 치우치지 않는 양성적인 마음이 필요하며, 지적 자유를 위한 경제적 독립을 달성하여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온갖 종류의 책을 쓰도록 호소하며 끝을 맺는다.
울프는 ‘픽션과 여성’이라는 주제에 국한하지 않고 사회, 역사, 교육, 젠더로 논의를 확대시키며 뛰어난 통찰을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그녀의 날카로운 분석과 생생한 내면 묘사, 시적 문체에 빠져들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따라 문학과 상상력, 여성의 삶 등을 넘나들다 보면 제인 오스틴, 조지 엘리엇 등 여성 작가뿐만 아니라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는 우리 자신의 삶과 이를 둘러싼 문제를 인식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학의 다리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이게 되는 작품은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이렇게 4종으로, 모두 여성 서사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시절보다도 여성 서사가 문화의 흐름을 강력하게 주도하고 있는 때다. 그런 만큼 새롭게 번역된 여성 서사의 고전을 만나는 일은 반가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르테에서는 그 밖에도 『변신』, 『1984』,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올 한 해 총 19종의 세계문학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