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단 하나의 소설로 위대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에밀리 브론테의 기념비적인 작품
서머싯 몸 선정, 세계 10대 소설
BBC 선정, 100대 영국 소설
가디언 선정, 100대 영미 소설
에밀리 브론테는 거대한 무질서로 분열된 세계를 내다보며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통합할 수 있는 힘을 느꼈다. 그 거대한 야망은 소설 전체에서 느낄 수 있다.
― 버지니아 울프
‘폭풍의 언덕’에서 ‘워더링 하이츠’로
사람들이 꿈꾸는 세기의 사랑은 어떤 것일까?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 가족과도 같은 사람과 사랑에 빠졌으나 안정된 지위를 위해 다른 사람을 선택하고, 자신을 배신한 상대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 연인의 가족을 유혹하고, 세상을 떠난 연인이 남긴 아이를 학대하고, 유령이 되어 나타난 연인을 보며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는 비틀린 사랑 이야기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매혹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낭만적이고 가슴 따뜻한 사랑이 아닌 파괴적이고 이기적인 사랑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랑 이야기로 만든 에밀리 브론테는 죽기 바로 전해 『워더링 하이츠』를 출간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영국 요크셔주의 황량한 고향을 사랑한 그녀는 일평생 그곳을 거의 벗어나지 않은 채 살아가다가 1847년 엘리스 벨이라는 가명으로 『워더링 하이츠』를 펴냈다. 출간 직후 소설은 야만적이며 반도덕적이라는 이유로 비평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브론테는 1년 뒤 결핵에 걸려 실패한 작품을 유작으로 남긴 채 서른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을 거두었다.
그로부터 170여 년이 지난 오늘날, 그녀가 남긴 유일한 소설은 서머싯 몸이 세계 10대 소설로 꼽을 정도로 영문학의 고전으로 평가받으며 작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20세기에 들어서 재평가된 『워더링 하이츠』는 높아진 평가에 따라 대중의 열광적인 사랑을 받으며 수차례 영화와 텔레비전 드라마, 뮤지컬, 오페라, 발레 등으로 각색되었고 시나 그림, 노래, 게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영감을 주며 재창조되었다.
아르테에서는 폭풍 같은 사랑 이야기로 널리 알려진 이 작품을 아름다운 감성과 어머니에서 딸로 이어지는 여성의 서사가 담긴 대하 드라마로 소개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폭풍의 언덕’으로 번역된 작품명을 ‘워더링 하이츠’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워더링 하이츠’는 작품 인물들이 머무는 저택의 이름으로 고유명사이자, 폭풍이 몰아치는 하워스 지역 전반의 분위기를 보여 주는 표현이다.
두 집안에 얽힌 사랑과 복수, 행복과 구원에 관한 이야기
이야기는 록우드라는 한 남자가 황량한 시골 마을에 잠시 머물기 위해 임대한 저택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도착하면서 시작된다. 그는 집주인을 만나러 워더링 하이츠에 찾아갔다가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궂은 날씨로 인해 발이 묶이면서 하룻밤을 머문다. 한밤중에 캐서린이라는 유령을 만난 그는 유령과 집주인의 관계에 호기심을 느끼고 다음 날 집에 돌아와 가정부에게 그들의 역사를 청해 듣는다. 세입자 록우드와 시골 저택의 가정부인 넬리 딘의 대화를 통해 워더링 하이츠에 사는 언쇼가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에 사는 린턴가 사이에 얽힌 원한과 사랑, 복수의 진상이 밝혀지고 그 이야기 속에서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서사와 목소리를 가진 채 살아난다.
고아인 히스클리프는 어릴 때 캐서린의 아버지가 리버풀에 여행을 갔다가 굶어 죽어 가는 그를 발견하고 워더링 하이츠에 데려오면서 언쇼가의 구성원이 된다. 아버지 언쇼가 죽고 아들인 힌들리가 가장으로 강압적으로 군림하자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서로 의지하며 유대와 사랑을 쌓아 가는 반면, 힌들리와 히스클리프는 서로 간에 증오를 키워 나간다. 그러나 캐서린이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의 에드거 린턴을 만나면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애착은 다툼으로 바뀌고, 캐서린이 에드거의 청혼을 수락한 날 히스클리프는 자취를 감춘다.
3년 후, 히스클리프는 떠날 때처럼 갑작스럽게 돌아온다. 부유하고 매력적인 신사의 모습으로 나타난 그는 복수심을 숨긴 채 워더링 하이츠에 머문다. 그는 힌들리의 알코올 의존증과 도박을 조장하고, 캐서린을 만나 그녀와 에드거의 결속을 악화시키면서 에드거의 여동생 이사벨라와 도망쳐 결혼한다. 캐서린이 캐시를 낳다가 사망한 뒤 이사벨라와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로 돌아오지만 이내 이사벨라는 도망쳐 린턴을 낳는다.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차츰 장악하면서 목적을 이루어 나가는데…….
소설은 불같은 캐서린과 악마적인 히스클리프 사이의 강렬한 유대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이들 외에도 세대를 거쳐 두 집안이 교류하고 갈등하고 화해하는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요크셔주 시골 마을에 공존하는 두 세계, 폭풍을 상징하는 언쇼가와 평온을 상징하는 린턴가가 히스클리프의 죽음 이후 다시 결합함으로써 질서를 회복하는 과정이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하나가 되는 헤어턴과 캐시 간의 은근한 사랑 이야기 역시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독자들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 형식, 정체 모를 히스클리프의 신분과 재산, 신비로운 유령의 출현, 폭풍우가 몰아치는 음울한 풍경으로 암시되는 격동적인 서사와 인물의 감정 등에 몰입하면서 『워더링 하이츠』의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학의 다리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이게 되는 작품은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 이렇게 4종으로, 모두 여성 서사를 담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어느 시절보다도 여성 서사가 문화의 흐름을 강력하게 주도하고 있는 때다. 그런 만큼 새롭게 번역된 여성 서사의 고전을 만나는 일은 반가움으로 다가올 것이다. 아르테에서는 그 밖에도 『변신』, 『1984』,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올 한 해 총 19종의 세계문학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