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 소개
가장 정치적이면서도 가장 예술적인 고전!
디스토피아적 SF 문학의 원조
〈르몽드〉 선정 세기의 책 100선
〈뉴욕타임스〉 선정 세기의 책 100선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사회를 경고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천재’의 반열에 오르고 있는 조지 오웰의 탁월한 저항 소설 『1984』가 아르테에서 출간되었다. 조지 오웰을 전공한 배진희가 맡아서 오웰이 쓴 문장부호 하나까지도 고심해 가며 우리말로 옮겼다.
이 책에는 전체주의가 어떻게 작동하고, 소수 독재를 영속시키기 위해 그들이 과거의 역사와 현재의 진실을 어떻게 왜곡하고, 사람들의 눈과 귀와 입을 막아 어떻게 ‘우매한 대중’으로 만들어 지배하는지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전체주의 사회의 운영 체계, 감시 체제, 기만 방법, 고도의 심리 조작, 역사 왜곡 기술 등이 매우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어서,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지금까지 무심히 접해 온 뉴스와 사건들을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인간 역사에서 전체주의, 즉 독재는 빈번하게 출현하고, 지금도 번연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에 『1984』는 자신이 처한 사회와 역사의 실상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는 언제나 필독서가 될 것이다.
자서전 같은 소설?!
흔히 조지 오웰의 글을 ‘자서전 같은 소설’이라고 평할 때는 비하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하는데,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을 아는 사람이라면, 단지 작가 연보 몇 페이지만이라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표현은 그에 대한 최고의 찬사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누구도 그처럼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작가로 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지 오웰은 1903년 영국의 식민지 인도 벵갈 지방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는 자녀 교육을 위해 먼저 영국으로 왔고, 이후 조지 오웰은 중산층인 집안 형편에는 버거운 사립학교 교육을 받았다. 그는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계급 차별을 경험했고, 이는 그의 정치의식이 싹트는 계기가 되었다.
오웰은 20대 초반 버마에서 식민지 경찰로 근무했고, 글을 쓰기겠다는 일념으로 런던과 파리에서 밑바닥 생활을 이어 갔다. 그리고 스페인 내전 참전, 제2차 세계대전 발발 후 군입대 무산, BBC 프로듀서 근무, 『트리뷴』 편집장 등의 다양한 경험을 했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현실감을 더하는 묘사와 대화로 되살아난다.
1948년과 『1984』, 그리고 오늘
조지 오웰이 『1984』의 초고를 완성한 때는 1948년이다. 이 시기는 20세기 인류가 두 번의 참혹한 세계대전을 겪은 후다. 제2차 세계대전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투하되면서 끝이 났고, 세계는 사회주의 진영과 자본주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냉전에 돌입했다. 두 체제 모두에서 인간성과 인권은 철저히 짓밟혔다. 이러한 시기에 오웰은 인간 역사에서 언제고 등장할 수 있는 전체주의를 경계하며 『1984』를 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It depends on you, don’t let it happen.(그것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소설의 배경은 핵전쟁 이후의 1984년 현재다. 세계는 오세아니아, 유라시아, 이스트아시아, 3대 초대국으로 나누어져 있다. 그중 오세아니아에서는 빅 브라더가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 거리에서도 집에서도 근무지에서도, 어디서나 두 눈을 움직이며 사람들을 감시한다. 텔레스크린을 통해 행동뿐만 아니라 미묘한 표정, 목소리 톤의 변화까지도 심지어 마음까지도 감시한다. 빅 브라더가 항상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당이 권하고 시키는 일 이외에는 그 무엇도 해서는 안 된다.
하급 당원인 윈스턴 스미스는 진실부에 근무하며 먼 과거의 역사부터 지난주의 경제 데이터까지, 당의 명령을 받으면 모든 역사와 진실을 바꾸는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언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텔레스크린의 눈을 피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어느 날 윈스턴은 검은 머리의 한 여자로부터 의문의 쪽지를 받는다. 거기에는 놀랍게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삶에 대한 욕망에 사로잡힌 윈스턴은 빅브라더의 감시가 닿지 않는 곳에서 줄리아와 은밀하게 만나 사랑을 나누기 시작한다. 그리고 둘만의 아지트를 갖고 싶어 채링턴 씨의 상점 위층을 빌린다.
어느 날 윈스턴은 자기 편이라 확신한 오브라이언의 초대를 받고 줄리아와 함께 그의 집으로 간다. 오브라이언은 암흑 속에서도 투쟁해야 한다며 반당 조직인 형제단에 가입할 것을 권유한다. 윈스턴은 채링턴 씨의 방으로 오브라이언이 건네준 책을 읽는다. 그때 벽에 걸려 있던 그림이 떨어지면서 텔레스크린이 나타난다. 결국 윈스턴과 줄리아는 어딘가로 끌려가는데…….
이 작품은 완전한 절망만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주인공 윈스턴은 패배하더라도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인간의 전형을 제시하고 범인류적인 미래의 저항 의식을 추구한다. 그는 체제에 대한 저항의 실패를 예견하면서도 실패에도 더 나은 실패가 있다며 자신의 무사안일이 아닌 체제의 전복을 위해 저항하는 용기를 보여 준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을 읽으면 오웰이 그린 디스토피아가 인류의 최종 목적지가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확인하게 되고, 또 다른 윈스턴과 줄리아를 기다리는 희망을 품게 될 것이다.
◎ 책 속으로
“신어로 ‘진부’라고 부르는 진실부는 첫눈에도 다른 건물들과 놀랄 정도로 판이하게 달라 보였다. 그 건물은 반짝이는 흰색 콘크리트 벽이 층층이 계단식으로 쌓아 올려진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로서 하늘 높이 300미터나 치솟아 있었다. 흰 건물의 전면에는 윈스턴이 서서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랗고 우아한 글자체로 당의 세 가지 슬로건이 쓰여 있었다. 전쟁은 평화, 자유는 예속, 무지는 힘.”
“당이 과거에까지 손을 뻗어 이 사건 저 사건에 대해 ‘결코 일어난 적이 없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고문이나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일 것이다.”
“윈스턴은 썼다. 희망이 있다면, 그것은 노동 계급에 있다.”
“그들은 불만이 있어도 아는 것이 없어서 사소한 것에만 집중할 뿐 어느 곳에도 불만을 표출하지 못한다. 아무리 큰 죄악들이 세상에 횡행해도 변함없이 그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부분의 노동자 집에는 텔레스크린도 없었다.”
“자유란, 2 더하기 2가 4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이다. 만약 그런 자유가 허용된다면 다른 모든 것도 따라온다.”
“진정으로 중요한 사건들은 그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들은 큰 것은 못 보고 작은 것만 볼 줄 아는 개미 같았다. 점점 기억은 퇴색되고 기록이 날조될 때, 정말 그런 일이 벌어지면 인민들의 생활환경이 개선되었다는 당의 주장은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사소한 육체의 고통이 거대한 가치를 능가한다는 사실이 외관상으로 영웅적이든 비극적이든 어느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전쟁터에서나 고문실에서나 침몰하는 배에서나 싸워야 하는 진정한 쟁점들을 항상 잊어버린다. 인간에게는 사소한 육체의 문제가 우주보다 크기 때문이다.”
“나는 죽음이 두려워. 당신은 젊어서 나보다 아마 더 두려울 거야. 분명 가능한 한 우리는 죽음을 미룰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별 차이가 없지. 인간이 인간으로 남아 있는 한 삶과 죽음은 같은 것이거든.”
“소수라고 해서 아니 혼자라고 해서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 세상에는 진실과 허위가 있는데 세상에 대항하면서까지 진실에 혼자 매달려 있다고 해서 미친 것은 아니다.”
“제정신은 통계적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야.”
“당신들은 실패할 겁니다. 뭔가가 당신들을 굴복시키고 말 겁니다. 삶이 당신들을 패배시킬 겁니다. (중략) 이 세상에는 당신들이 절대 정복할 수 없는 뭔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세계로 가는 문학의 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에 대하여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아르테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세계문학 시리즈로, 이에 앞서 문학과 철학과 예술의 거장의 자취를 찾아가는 기행 평전 시리즈로 호평을 받고 있는 ‘클래식 클라우드’의 명성을 잇는 또 하나의 야심 찬 시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공간’을 통한 거장과의 만남을 위한 것이라면, 그 형제 격인 클래식 라이브러리 시리즈는 ‘작품’을 통해 거장의 숨결을 느껴 보기 위한 것이다. 이로써 거장을 만나는 세 개의 다리, 즉 ‘공간’과 ‘작품’과 ‘생애’가 비로소 놓이게 된 셈이다.
시중에는 이미 많은 종류의 세계문학 시리즈가 있지만, 아르테에서는 우리 시대 젊은 독자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해당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전문가급 역자에 의한 공들인 번역은 물론이고, 고전 하면 으레 떠오르기 마련인 무겁고 진중한 느낌에서 탈피하여 젊고 산뜻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번역의 질적 측면으로 보나,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의 외관으로 보나 클래식 라이브러리는 오늘날 젊은 독자들에게 또 하나의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약 5년간의 준비 끝에 2023년 봄과 함께 첫선을 보인 『슬픔이여 안녕』(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평온한 삶』(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자기만의 방』(버지니아 울프 지음, 안시열 옮김), 『워더링 하이츠』(에밀리 브론테 지음, 윤교찬 옮김)를 시작으로 아르테에서는 『변신』, 『1984』에 이어 『인간 실격』, 『월든』,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등 올 한 해 총 19종의 세계문학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