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영을 타고나는 존재, 정화령(淨化靈).
오방신의 신묘한 힘이 깃들어 있는 서롱국.
몰락한 선문가에 정화령, 자오연이 태어났다.
“무영 자씨, 오연. 세자 저하를 뵙습니다.”
“재밌네. 정화령은 대부분 머리가 텅텅 비어 있던데.”
기실, 이유 없는 미움이야 숱하게 겪어 온 것이었으나
이와 같은 적대감은 처음이었다.
허나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엄격한 규율 속에서 온갖 압박을 받으며 자라났을 왕세자, 박일우.
그가 정화령이란 까닭으로 편히 살아왔을 자신을 아니꼽게 여기는 것은.
그런 일우와 앞으로 한 해를 함께 지내야만 하는데…….
“화도 낼 줄 모르냐? 분한 게 뭔 줄은 알고?”
“……먼저 가 보겠습니다.”
언제나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 왔다.
정화령이 아닌 인간 자오연으로 인정받기를 소원했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유효한,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었다.
한평생 꽃 틔우지 못한들 어떠하랴.
세상엔 그런 삶도 있는 것이다.
오연은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
꽃 필 리 없는 무화과나무에 꽃이 피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