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본 『동양미술』(1929) 동양미술연구회 비조원(飛鳥園) 刊 창간호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를 그려도 거기에 자연에 대한 경건한 깊이가 있다면 그것을 종교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 넓은 의미에서 벗어난다. 종교예술이라고 할 때 나는 그것을 역사적이고 형식을 갖춘 종교예술로 해석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미술가들이 불화(佛畫)를 소재로 삼았다고 해도 그것은 정상적인 의미의 종교예술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불자가 아니고 또 불교의 전통적 규약을 따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서 종교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 종교에 대한 신앙을 가진 사람의 작품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까지 의미를 한정하면 종교예술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신앙을 떠나서 종교예술은 그 품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