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이나 많은 남자와 정략결혼을 하게 된 어린 신부 다빈.
제 청춘을 송두리째 앗아 갈지도 모르는 그 남자가 못내 미울 거라고 생각했다.
“누굴 달래 주거나 위로해 주는, 그런 거 잘 못하는 사람이야. 나.”
하지만 부러 애쓰지도 다정하지도 않은 그 말에 뭔지 모를 진심이 느껴져서…….
“싫어도 어쩔 수 없다. 너는 나랑 결혼해야 해.”
다빈은 오히려 그가 밉지가 않았다.
*
진언은 회사를 지키기 위해 세상 물정도, 남자에 대해서도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애를 제 옆에 앉혔다.
“아저씨, 좋은 사람 같아요.”
조금만 잘해 주면 좋은 사람이라고 따라갈 것 같은 여자애.
“그러니까 우리 이제, 친해진 거예요?”
책임지고 잘 데리고 살아보려고 했더니,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남자가 생겼단다.
그래서 보내 주려고 했는데…….
“나도 다 컸어. 이제 애 아니라고. 조선시대 때는 애도 낳았는데.”
“…….”
“도깨비랑 은, 으흑. 탁이랑은 천 살이 넘게 차이 나도 잘만 살드라. 이 나쁜 놈아!”
설마 그게 나였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