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용기, 유머감각, 수용력, 희망…
일곱 살 난 아들의 죽음 이후,
슬픔의 강을 건너며 건져올린 내 인생의 선물
“아들이 갑작스럽게 죽던 날, 나는 작별인사도 건네지 못했다.” 이 책은 삶의 변곡점을 지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를 통해 트라우마와 슬픔과 함께 사랑과 삶, 끈기와 즐거움을 생생히 전한다. 삶과 죽음은 늘 우리 지척에 있으나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이 책의 저자 캐럴 스미스의 인생은 어느 날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무너져내린다. 일곱 살 난 외동아들의 죽음을 부정도 하고, ‘그때 그랬더라면’ 하며 수없이 자책도 하지만 아들 없이도 삶은 계속된다. 한 해, 두 해 지나 이제 그만 애도를 끝냈으면 하는 주변의 시선에도 아들의 흔적을 쉽게 내려놓을 수가 없다.
막막한 나날 속에서 그에게 살아갈 힘을, 삶의 희망을 되찾아준 것은 자신처럼 인생이 극적으로 뒤바뀐 사람들과의 만남이었다. 저자는 기자로 퓰리처상 후보에 일곱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 취재차 선천성 조로증, 화상 사고, 사지 절단 사고, 뇌졸중 등 뜻하지 않게 인생이 바뀐 사람을 만났다. 그러면서 그들의 삶에 스며들어 열정, 용기, 유머감각, 수용력 등 생존과 변화의 비밀을 배우고 서서히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간다. 제각기 고난을 헤쳐간 사람들의 인생 여정과 20년이 흘러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대면한 자신의 이야기를 솜씨 좋게 엮어냄으로써 상실을 경험한 모든 이에게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삶의 목적을 재설정하고 발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내면의 힘을 다시 한 번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고통은 우리를 끊임없이 가르친다
유명하지 않아도 누구나 자신만의 사연을 하나쯤 가지고 있다. 저자는 비범함과 평범함이 어우러진, 삶의 특이한 전환점을 맞이한 사람을 찾아내 몇 달 동안 그를 밀착 취재해 시애틀 포스트인텔리전서에 소개한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 미 합참의장 자리까지 올랐으나 뇌졸중이라는 매우 평범한 의학적 재앙에 직면한 섈리캐슈빌리 장군,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선천성 조로증이라는 상상할 수 없는 질병과 맞서 싸우는 소년 세스, 베링해의 고기잡이배에서 일하던 중 사고로 두 다리를 잃은 로즈, 호스피스 간호사로서 평생 죽음을 지켜보다가 유방암에 걸린 제리, 간호병으로 제1차세계대전에 참전해 숱한 죽음을 접한 로라 등 이 책에서 저자가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예기치 못한 현실에 직면한다.
어떤 경험을 했든 모든 흉터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식의 죽음이라는 상상 가능한 최악의 슬픔을 겪고 슬픔에 파묻혀 지낸 저자는 ‘일곱 번의 만남’을 통해 자신만 비통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저마다 ‘슬픔의 지문’을 가졌다는 걸 깨닫는다.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에 마음을 여는 일의 중요성도 배운다. 힘든 상황을 각자의 방식대로 헤쳐온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저자는 상실을 겪은 후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그리고 끝내 사라지지 않는 희망을 배운다. 성장과 새로운 시작에서 오는 ‘좋은 고통’ 그리고 파멸과 고립으로 인한 ‘나쁜 고통’을 구분 짓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슬픔의 터널 끝에 마침내 발견한 희망
“자녀가 있으세요?” 이 질문은 우리 일상에 지뢰처럼 도사린다. 누군가 이렇게 물을 때면 저자는 고민에 빠진다. 아이가 있다고 답하면 아들의 죽음을 부연해야 할 것 같고, 아이가 없다고 답하면 아들의 삶을 부정하는 것만 같아서다. 고민 끝에 아이가 없다며 입을 다물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자 정체성이 흔들린다. 7년간 아들을 키우며 ‘엄마’로 성장한 자신과 아들을 잃은 자신을 어떻게 통합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그는 ‘일곱 번의 만남’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는 새로운 관점을 익힌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보느냐보다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에 집중해 자기 내면의 강인함을 확인한 안면 화상 환자 존과 빌리를 통해 저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본질은 결코 변하지 않음을 배운다. 정체성만 찾은 게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려면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함도 깨닫는다. 처음에는 아들 또래 근처에도 못 갔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기사화하며 자연스럽게 자신의 경험도 단어로 옮기고, 자신의 트라우마도 재현해 마침내 아들의 죽음을 대면하고 성장해간다. 죄책감 없이 다시 예전처럼 웃고, 사랑하고, 삶을 즐기면서도 아들을 잊지 않는, 슬픔과 동행하는 법을 배운다.
우리는 슬픔을 선택할 수는 없지만, 기쁨을 선택할 수는 있다.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 인생은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느냐며 원망하고 좌절하기보다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힘. 『내 삶을 구한 일곱 번의 만남』 속 사람들은 그 힘을 보여준다. 일상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듯 이 책을 통해 평범한 기적으로 가득찬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