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을 결심한 건 그 남자를 알게 된 지 이틀 만이었다.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때도 있는 법.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려는 세 할머니의 품위 있는 살인 결심!
누구나 마음속에 죽이고픈 사람 한 명쯤은 있잖아요?
온순한 세 할머니가 무자비한 악질을 만나 살인 결심을 하기까지
메그, 대프니, 그레이스. 전부 일흔 살이 넘은 이 세 주인공은 필라테스를 하고 카페에 모인 늙은 여자들일 뿐이었다. 어느 날, 카페에 있는 이들에게 다가온 소녀 니나. 이들은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아이를 구해줘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얼른 카페 화장실에 아이를 숨겼다. 뒤이어 들어온 두꺼비처럼 생긴 남자. 그는 딸아이를 찾는다고 했지만 그 말에는 손톱만큼도 믿음이 가지 않았다. 남자가 떠난 뒤 이들은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가장 가까운 메그네 집으로 향했다. 그후 그 남자를 족치겠다는 건 이들 인생 최고의 결심이었다. 대단하고 또 대담했다. 살다보면 우리 인생에는 죽이지 못한 사람이 여럿이다. 예전에는 왜 이런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했을까. “꼭 초보자로 돌아가는 것 같네, 그렇지 않아?” “우리는 초보자지만 똑똑하잖아. 다 부숴버릴 거야.” 이제 그 두꺼비 남자를 처리하러 갈 시간이다.
Beginner 1 메그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는 심약한 성격.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는 편. 런던 도심의 멋진 집에 살지만 왠지 시골 할머니 분위기를 풍김. 오랜 세월 자신을 학대한 남편이 마침내 죽었으나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환청을 경험하고 있음.
Beginner 2 대프니
컬러풀한 패션감각의 소유자. 다양한 걱정 전문가. 화려한 외양에 비해 소심하게 웃음.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예의를 지킴. 아시아인 모친과 백인 부친 사이에서 태어나 인종차별에서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아왔음.
Beginner 3 그레이스
매사에 확실하고 자신감이 넘침. 고향 자메이카를 떠나 런던에 와서 교사로 일했음. 웃음소리가 호탕함. 교사 시절에 자신이 한 학생의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늘 괴로워함.
The Target 두꺼비 남자
어린 여자들을 납치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죽어 마땅한 인간. 평범한 세 할머니가 살인 결심을 하게 될 정도로 아주 악질이며 무자비함.
“살인을 계획한다면 한 팀으로 삼고 싶은 이들을 생각하며 썼다.”
자신의 아픔을 거울삼아 남에게 다정함을 발할 줄 아는 이들의 살인법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에서 살인을 저지르기로 마음먹는 세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일흔 살이 넘은 노인들이다. 만약 사건이 벌어진다면 용의선상의 맨 마지막으로 밀려날 듯한 이들은 밤에 눈도 침침하고 가만히 정차한 차에 올라타는 것도 힘겹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들에게는 그 긴 세월을 겪고도 결코 개운히 잊어버리지 못할 저마다의 아픔이 있다. 살인을 계획하고 그것을 위한 과정을 수행하는 동안에도 그 아픈 기억들은 수시로 끼어들어 이들을 방해하고 괴롭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경험이 이들을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사려 깊은 동료이자 오히려 탄탄한 살인팀으로 만들어준다.
대프니가 울음을 터뜨리려는 게 눈에 보였고, 대프니가 울면 나도 울 것만 같았다. 내 울음은 늘 그런 식이었다. 눈물이 몸안에서 대기하고 있고 나는 으레 그걸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누군가 슬퍼하기 시작하면 그걸로 상황 종료였다. 말 그대로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정신 차려, 그럴 때마다 헨리가 말했다. 못하겠어, 사방에 마음이 흩어져 모이질 못하는걸, 나는 늘 그렇게 답하고 싶었다. (본문 11p)
그건 간밤에 재워주고 곁에 앉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인사 같았다. 대가로 뭔가 보답해야 한다고 느꼈을 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 정보를 무시하고 아이가 아무것도 고백하지 않았다는 듯 굴어 취약해진 기분이 들지 않게 해야 할지, 아니면 방금 들은 말을 받아들이고 그걸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할 시간이 몇 초 없었고 나는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기로 했다. 누군가 더 물어봐주고 관심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말을 꺼냈는데 굳은 침묵만 돌아올 때의 기분이 얼마나 끔찍한지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본문 116p)
작가 로절린드 스톱스는 「감사의 말」에서 “이 책은 살인을 계획한다면 한 팀으로 삼고 싶은, 내가 알아온 모든 여성을 생각하며, 또 그들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썼다. 당신은 자신의 진가를 알고 있다”라고 적었다. 이 소설은 실제로 써먹을 수 있게 확실하고 실용적인, 혹은 기발한 살인법을 제공하진 않는다. 다만 우리 자신이 정말 살인을 결심하게 된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그 동기와 동력은 무엇일지, 그 큰일을 감행할 자기 자신은 어떤 경험과 가능성으로 이뤄진 존재인지에 대해 한번쯤 사유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살인이라는 행위를 단어 그대로 보지 않고 좀더 폭넓게 해석한다면, 긴 세월 자신을 옭아맨 무언가를 끊어내고 자유로워지기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더욱 유용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소외된 이들의 목소리를 따뜻하게 품어 그려내는 스토리텔러이자
반전 매력을 지닌 스릴러 작가, 로절린드 스톱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로절린드 스톱스는 64세에 첫 장편소설을 출간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다. 장성한 자녀 다섯과 손자녀 셋을 두었고, 평소 수많은 사람과 강아지에 둘러싸여 생활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고 있다. 수년간 장애아동 및 그 가족들을 위해 일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를 다정하고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긴장감 넘치고 촘촘한 스릴러물을 탄생시키며 깊이 있고 다채로운 작가적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나이듦과 장애를 소재로 한 데뷔작 『그녀가 알았던 낯선 사람』, 세 노년 여성의 살인 이야기를 그린 『초보자를 위한 살인 가이드』에 이어 또 어떤 울림이 있는 작품을 선보일지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노년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