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본: 『철학입문(哲學入門)』」 岩波新書(1940)
철학 입문은 철학 개론이 아닙니다. 따라서 그것은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개론서처럼 철학사에 나타난 여러 가지 학설을 분류하고 체계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며, 또 자기 철학 체계를 요약하여 서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철학은 학문으로서, 특히 궁극적 원리에 관한 학문으로서 통일성이 있어야 하므로 이 입문서에도 어떤 통일성, 적어도 어떤 궁극적인 것에 대한 지침이 있어야 한다.(중략) 다시 말해서 철학은 현실 속에서 태어난다. 그리고 그곳이 철학의 본래 출발점이며 철학은 현실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철학이 현실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어떤 현실이라는 것을 저 너머에 두고 그것을 연구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은 우리를 향해 있다기보다는 그 안에 우리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거기에서 태어나 거기에서 일하고 거기에서 생각하고 거기에서 죽는다. 그곳이 현실이다. 우리에게 있는 것은 철학의 언어로 대상(對象)이라고 불린다. 현실은 대상이라기보다는 우리가 그곳에 서 있는 발판이자 기반이다.<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