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이념과 문화의 융합을 해석해
고전 건축의 정묘함을 재현하다
중국 고대건축의 세계를 개괄한 푸시녠의 『중국 고대건축의 이해』는 베이징출판사에서 기획한 ‘대가소서大家小書’ 시리즈 가운데 한 권이다. ‘대가’는 저자가 대가임을 의미하고 ‘소서’는 분량이 적은 책임을 의미한다. 독자가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대가소서’ 시리즈의 기획 의도다. 물론 일반적인 대중서라고 하기에는 학술성이 짙은 책이다.
총 6장과 부록으로 구성된 책의 각 부분은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는 내용이다. 1장 ‘중국 고대 건축 개설’은 그야말로 중국 고대 건축에 대한 개설로, 중국 고대 건축의 역사를 통시적으로 훑고 중국 고대 건축의 특징과 유형을 요약하고 있다. 2장 ‘고대 중국의 목구조 건축 설계의 특징’에서는 『영조법식營造法式』(송)과 『공부공정주법工部工程做法』(청)에 근거해서 당나라 이후 목구조 건축의 설계 방법을 분석했는데, 학술성이 매우 짙은 내용이다. 3장 ‘중국의 고대 도성 계획에 관한 연구’는 역대 도성에 관한 내용으로, 한나라의 장안성, 수·당 시기의 장안성과 뤄양성, 북송의 변량(카이펑), 원나라의 대도성(베이징)을 다루고 있다. 이들 역대 도성 가운데 베이징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4장 ‘원·명·청 삼대의 도성 베이징성’에서 매우 상세히 다룬다. 5장 ‘명나라 베이징의 궁전·단묘 등 대형 건축군 총체적 계획의 특징’에서는 ‘모듈’을 통한 총체적인 설계의 각도에서 베이징의 궁전인 자금성을 비롯해 태묘와 천단을 분석하고 있다. 6장 ‘전국 시대 중산왕릉 「조역도兆域圖」에 반영된 능원 제도’는 전국 시대 중산왕中山王의 능묘에서 출토된 동판 「조역도」를 통해 왕릉의 왕당 건축과 능원 전체의 건축 설계를 분석한 부분으로, 학술성은 물론 실험성도 강한 내용이다.
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중국 고대 건축의 윤곽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되는 1장과 중국의 역대 도성에 관한 3장이 가장 접근하기 쉽고 흥미로울 것이다. 장안(지금의 시안西安)을 비롯해 뤄양, 카이펑, 베이징 등 중국의 역대 도읍지에 관심이 있다면 3장은 더욱 재밌게 읽힐 것이다. 베이징에 대하여 상세히 알고 싶다면 4장과 5장을 깊이 있게 읽으면 좋겠다. 6장은 능원 건축에 관심 있는 전문 연구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의 부록을 통해서는 중국의 건축사 연구 70여 년 역정을 살펴볼 수 있다.
중국 고대건축의 기원과 전개
고대 중국의 건축 행위는 70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천 년 동안의 창조와 융합을 거쳐, 평면상에서 확장되는 정원식院落式 배치에 목조 가옥 위주의 독특한 건축 체계를 점차 갖추게 되었다. 이 건축 체계는 근대까지 계속 사용되었으며 주변국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지속 시간이 가장 길며 끊긴 적이 없고 특징이 명확하고 안정적이며 전파 범위가 매우 광범한, 매우 강한 적응력을 갖춘 건축 체계다.
중국 고대 건축의 역사를 살펴보면, 발전 과정에 따라 여러 단계로 나뉘고 단계마다 지역과 민족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이채롭고 변화무궁한 옛 건축물을 통해, 차츰차츰 형성되면서 나날이 뚜렷하게 안정화된 공통의 특징 및 건축의 성격과 유형이 다른 데서 생겨난 다양한 건축 예술 스타일을 분명히 찾아볼 수 있다.
대체로 다섯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즉 신석기 시대, 하夏·상商·주周, 진秦·한漢~남북조, 수隋·당唐~금金, 원元·명明·청淸이다. 이 다섯 단계에서 중국 고대 건축 체계는 맹아가 싹트고, 초보적으로 형성되었으며, 기본적으로 고정화되고 성숙하여 전성기에 이른 뒤 지속적으로 발전하다가 점차 쇠락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중 한·당·명 삼대의 건축이 각 단계에서 발전의 절정에 이르러, 건설 규모와 기술, 건축 예술 스타일에 있어서 큰 성취를 거두었다.
중국 고대 건축의 기본적 특징
중국 고대 건축은 오랜 발전 과정에서 다른 건축 체계와 분명히 다른 몇 가지 기본 특징을 점차 형성했다. 이는 상·주 시기에 기본 형태를 갖추기 시작해 청나라 말까지 적어도 3000년 동안이나 이어졌다. 그동안 발전과 변화, 침체와 쇠락을 겪으면서 높은 봉우리도 있었고 깊숙한 골짜기도 있었다. 건축 풍격의 변천은 더욱 눈부시게 다채로웠다. 중국 고대 건축의 기본 특징은 늘 존재하면서 나날이 발전하며 완성되었는데, 대략 다음 세 측면으로 귀납할 수 있다.
첫째 측면은 목구조를 가옥의 주요 결구 형식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이는 대량식, 천두식, 밀량평정식으로 나뉘며 대량식과 천두식은 경사지붕 가옥의 구조다. 그중에 대량식이 가장 널리 사용되었는데, 역대로 관식 건축은 모두 대량식을 사용했으며 화중華中·화북·서북·동북 지역에서도 이 방식으로 집을 지었다. 천두식은 화동·화남·서남 지역에서 유행했지만, 이들 지역의 사원과 중요한 건축은 대부분 대량식을 사용했다. 밀량평정식은 신장·티베트·내몽골 각지에서 유행했다.
가옥에 목구조를 채택하면서 다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이 생겨났다. ① 세 부분으로 나뉘는 외관, ② 지붕면이 오목하고 지붕 끝이 위로 치켜 올라간 지붕 형태, ③ 중요 건축에 공포를 사용, ④ ‘칸’을 단위로 하여 모듈 방식의 설계 방법을 채택, ⑤ 실내 공간의 유연한 분리, ⑥ 결구 부재와 장식의 통일, ⑦ 여러 색으로 칠하고 그리는 채화 등이다.
둘째 측면은 “중축선을 중심으로 좌우 대칭을 이루는 정원식 배치”라는 점이다. 단층 가옥을 위주로 한 폐쇄형 정원식 배치를 채택했다. 가옥은 ‘칸’을 단위로 하는데, 몇 개의 칸이 병렬로 연결되어 한 채의 가옥을 이루고 몇 채의 가옥이 주택 부지의 주변에 배치되어 정원을 둘러싸게 된다. 이러한 정원식 배치는 중국 고대 건축의 또 다른 특징을 결정지었다. 즉, 중요한 건물이 모두 정원 안에 자리해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건물일수록 겹겹의 정원이 앞쪽에 배치되어 있어, 사람들이 정원을 차례대로 걸어 들어가면서 바라볼 수는 있으나 도달하기는 어려운 기대 심리를 갖게 만든다. 이렇게 해서 주요 건물이 마지막에 눈앞에서 펼쳐졌을 때 감동과 흥분의 감정을 증대하고 이 건물의 예술적 감화력을 강화할 수 있다.
셋째 측면은 “격자 형태의 도로 시스템을 기반으로 완벽한 계획에 따라 건설된 도시”가 발달했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늦어도 상나라 전기(기원전 16~기원전 15세기)에 항토夯土 공법으로 쌓은 성벽이 등장했다. 서주에서 전국시대(기원전 11세기~기원전 3세기)까지 정치·군사·경제적 필요에 근거하여 일정한 계획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도시를 건설하는 전통이 점차 형성되었다.
중국 고대 건축의 주요 유형
중국 고대 건축은 장기간 발전하면서 여러 용도를 충족시키기 위해 몇 가지 다른 유형이 점차 형성되었다. 대체로 궁전, 단묘壇廟, 주택, 원림, 성과 도시의 공공건축, 상업용 건축, 종교 건축, 능묘, 교량 등 몇 가지 큰 범주로 귀납할 수 있다. 건축의 성격에 따라 그 건축 예술에 대한 요구사항도 다르다. 고대의 훌륭한 장인은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건축 체계 속에서 다양한 기법을 유연하게 운용하여 각 유형의 건축이 지닌 독특한 풍모를 창조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