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림의 자사호이야기〉는 보이차 전문점 청담지유명차 유튜버가 애정하는 자사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를 마시면서 늘 사용하는 도구가 자사호이다. 저자는 매일 아침부터 저녁까지 차와 자사호를 다루면서 지낸다. 이 책은 차를 마시고 즐기는 저자의 십 수 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는 자사호 이야기이다.
당연히 자사호를 소개하는 서적들이 많다. 기존 자사호 이야기는 도자기와 차 도구라는 전문 영역에서 주로 다루어져 왔다. 〈수림의 자사호이야기〉는 어려울 수 있고 딱딱할 수 있는 자사호 이야기를 생활 언어로 풀어낸 책이다. 낯선 외국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우리와 공감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도자기의 엄숙함을 자연과 문화 그리고 생활 속 감정으로 풀어내고 있다.
책은 크게 네 파트로 구성되었다. 1부에서는 저명한 자사호 작가 8인의 명작을 마음의 세계로 재해석하고 있다. 특히 자사호 디자인에 담긴 의미를 저자만의 감성으로 풀어낸다. 중국공예미술대사 계익순 작가의 작품을 필두로 자사호의 재료와 디자인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는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해진다.
2부에서는 저자에게 인문의 소회를 전한 자사호 이야기가 주로 실려 있다. 자연주의를 연상하게 하는 여준경 작가의 만원춘색과 유가의 오상(五常)을 소재로 한 장서봉 작가의 자사호가 대표적이다. 옛날 자사호를 주로 사용했던 사람들은 문인들이었다. 특히 강남의 사대부 문화의 중심에 자사호가 있었고, 자사호는 자연과 인문을 표현하는 중요한 예술품으로 역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저자는 자신이 보고 겪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소회를 자사호의 옛 정취와 연결하여 풀어낸다.
3부에서는 2021년 1월 한중도자문화교류전으로 열렸던 ‘신시대명호전’에 출품되었던 자사호에 대한 작가의 소회를 전하고 있다. 전시 행사는 해당 시기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2021년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징되던 시기였다. 당시 행사에 출품된 자사호는 그러한 시대 정황을 반영했고, 저자 역시 열 두 명의 전시 참여 작가의 작품을 선정하여 자신의 소회를 표현하고 있다. 전위 작가의 과취나 윤우근 작가의 성라기포 등이 대표적이다.
4부는 저자가 평소 좋아하던 자사호 작가들의 작품을 직접 선정하여 청담 차예관에서 전시를 열면서 만난 자사호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탕선무 작가의 여의옥주를 통해 자사호가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울 수 있는가를 전하고 있다. 그리고 패기 넘치는 허학군 허신재 부녀 작가의 자사호 이야기에서는 대박이라는 말로 시작해 그들의 사유 체계가 자사호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 지를 소개하고 있다.
〈수림의 지사호이야기〉는 저자의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저자와 함께 차를 나누는 이웃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 등장하는 자사호 사진들도 저자의 사진이 있는가 하면, 이웃이 찍어 보낸 사진도 함께 하고 있다. 자사호 작품마다 때로는 거시적으로 때로는 미시적으로 사진이 배치되어 있어 자사호라는 도자기를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일종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사랑의 대상이 차호인 거죠. 여기 실린 글들은 차호를 향한 저의 설레임과 그리움, 영감과 사랑을 표현했고, 여기 실린 사진들은 차호를 바라보는 소장자님들의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겼습니다.”
책을 펴내며 전하는 저자의 이야기 일부이다. 이 책은 국내에서 펴낸 최초의 ‘자사차호 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