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펴내며
존재와 자연
물은 얕아 모래 흔적 드러나고 / 흩날리는 향기 뜰을 덮는다 / 시간은 이제 점점 짧아지는데 / 사람 일이란 게 그런 거라서 / 생각난다 그 옛날이 / 서로 만나는 우리들이 바로 친구지 / 오늘에야 마침내 두 아들을 두게 됐구나 / 밤 오자 등불 밝혀 오직 당신과 함께 / 가을 소리 닿는 곳 없다고 말하지 마라 / 내년에 피는 건 다른 꽃일 거야
사색과 감성
내 손님일 뿐이었다는 걸 / 내일은 내가 나를 잊겠지 / 산촌의 방아소리 희미하게 들려온다 / 함께 놀던 사람 지금 몇이나 남았을까 / 살림이 가난해도 여유 있겠지 /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너인 듯 / 내년 되어 올해 지은 시를 본다면 / 구름이 오고 가도 산은 다투지 않는다 / 너를 바라보는데 애가 끊어질 듯 / 천년이 지난 뒤엔 또 살기를 바라겠지
해학과 풍자
왜 사람만 만나면 침을 흘리나 / 어째서 함께 사는 즐거움을 잊어버리고 / 비록 그 아이 살게 되더라도 / 왜 하필 슬프게도 무당을 후대하는가 / 이상한 맛이지 좋은 맛 아니거든 / 겉 다르고 속 다를 바에야 / 토사물 사이를 윙윙대며 다녀도 / 지나치게 펴면 네 몸이 욕을 당한다
삶과 사랑
냇물에 비친 나를 봐야지 / 지금 내 맘이 어떤지 아나 / 머물렀던 발자국 찍혀 있네 / 내 맘에 맞는 게 중요한 것 / 왜 이토록 괴로울까 / 친구들을 데리고 벼를 벤다 / 내 마음을 기쁘게 할 일을 찾아 보거라 / 병의 괴로움이 없다면 / 질투를 받을 바에야 비웃음을 사는 게 좋지 /
말을 몰고 가네 석양을 밟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