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1기 구청장 출신 법학박사의 정치 에세이
◎ 도서 소개
권력에서 주권으로!
정치인을 옭아매는 낡은 제도와 정당을 개혁하라
우리가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를 선택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봉건제를 끝내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치면서 채택된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러나 아직까지 찬란한 꽃을 피우지 못한 듯 보인다. 오늘날 우리 사회 출산율은 세계 꼴찌이고, 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국민의 행복지수는 바닥권이고, 공공 부분에 대한 국민의 신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는 분열되어 있고 서로 믿지 못한다. 한국 사람은 경쟁에 찌들어 도대체 행복하지 못하다.
저자는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음에도 변치 않는 정치의 낙후성이 이러한 사회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말한다. 정치가 정치인이나 파당의 정략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행복과 국익을 위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것이 정치인의 자질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하나, 저자는 그보다 먼저 우리의 정치제도가 시대에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다. 정치인의 활동, 즉 정치는 정치제도의 틀 안에서 이루어지고 규정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헌정 체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마련된 헌법과 그에 기초한 정치제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1987년의 헌정 체제는 소위 승자독식의 다수제 민주주의 유형으로서 정치의 양극화, 사회분열, 싸움판 정치 등의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어, 사회 각 분야의 발전에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제 1987년 헌정 체제를 한 단계 성장·성숙시켜서 대화·타협·합의의 합의제 민주주의로 발전시킬 때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민선 1기 양천구청장을 역임한 양재호 변호사는 이 책의 내용이 일반인들에게 지루하게 다가가지 않도록 정치사상가 장 자크 루소(1712~1778)를 소환했다. 그와 나누는 가상의 대화를 근간으로 자칫 딱딱하고 난해한 이론적 토론으로 빠질 수 있는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 추천의 글
한국 정치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에 관심을 두고 고뇌하여 온 저자가, 그간의 연구와 성찰의 결과를, 책으로 발간하였습니다. 1부는 하늘에서 잠시 내려온 루소와의 대담록이어서 흥미롭고, 2부는 저자가 쓴 정치 에세이로 엮어져 있습니다. 관찰이 정확하고 발상과 논증이 성실·정밀하여 우리 정치제도와 운용의 개선에 도움이 될, 귀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_박재윤(전 대법관)
우리는 극단적인 정치 양극화로 국정 불안과 비효율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험한 국제정세 속에서 국민적 단합이 절실한 외교 분야에서조차도 국론이 쪼개져 있다. 이는 1987년에 만들어진 승자독식의 편향된 정치제도에서 크게 비롯한다. 현장 정치 경험을 가진 법조인인 저자는 이 같은 위기의 극복을 위해 필요한 정치개혁의 방안을 다양한 외국의 사례들과 비교해가며 쉽고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선진 정치를 기원하는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_윤영관(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 전 외교통상부 장관)
한국 정치는 왜 퇴보하고 있는가. 찬란한 5천 년 역사의 현대적 정치 결말이 현재의 모습이라니 누구나 통탄할 일이다. 정치의 정상화, 선진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국민적 과제다. 이 책은 세 분의 시각을 통해 한국 정치의 모순을 지적하고 저자가 루소의 이름을 빌려 그 해결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론을 연구하고 실무를 경험한 저자의 탁월한 식견이 돋보인다. 정치를 말하려는 자, 이 책을 통해 사고와 행동을 정리하라.
_하창우(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 책 속으로
정치제도, 특히 민주주의 국가의 정치제도는 직접 민주체제와 대의 민주 체제로 나뉘지요. 저는 본래 인민주권의 직접 민주 체제를 주장했으나, 현대국가는 고대 도시국가와 달리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갖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대의 민주체계가 불가피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데요. 대의 민주주의는 국민의 주기적인 선거를 통하여 대리인(대표)을 선출하면 뽑힌 대리인(대표)이 국민을 대리하여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등 국정을 운영하지요. 이 과정에서 정당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요컨대, 대의 민주국가에선 선거와 정당이 중요합니다.
[한국 정치제도, 어떤 것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 21~22쪽]
일반적으로 혼합선거제라고 하면, 선거제도가 2개의 축으로 이루어진 것을 합니다. 한 축은 지역구에서 후보에 관한 직접 투표로 의원을 선출하고, 다른 한 축은 비례대표제를 통해 정당투표로 의원을 선출하는 것을 말합니다. 따라서 유권자는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대표에 의해 대표되는 동시에, 보다 큰 차원에서는 자신이 지지하는 특정 정당에 소속된 대표에 의해 자신의 이익이 대표되는 게 특징입니다. 달리 말하자면, 선거에 있어서 비례성이 강화됨과 동시에 의원과 유권자 간의 관계가 밀접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혼합형 선거제도에서 지역구는 대부분 1인 선출 선거구, 즉 소선거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유권자는 지지하는 지역구 후보에게 1표, 지지하는 정당(명부)에 1표, 그래서 1인 2표의 투표를 하게 됩니다.
[혼합선거제도란 무엇인가? | 64쪽]
이처럼 1987년 민주화 이후 본질적으로 승자독식의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를 지속해서 채택하다 보니,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절대적으로 다수의 의석을 점유하는 양당제가 되었습니다. 두 거대 양당은 허구한 날 권력 싸움에 시간을 낭비하고, 국정의 효율성은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거기다가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취득하여 대화·타협은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일방적, 독선적 입법을 강행하고 있지요. 이에 집권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의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하는 정치 파행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또 준연동형 선거제도의 설계상 오류로 소위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이라는 괴물까지 등장하였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운 선거제도이지요.
이제 한국은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여 국리민복을 향상하고, 비례성·대표성을 확대하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서 선거제도의 개선이 절대적으로 요청된다고 봅니다. 선거제도의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습니다.
[한국의 선거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 85~86쪽]
대통령선거는 전국 단위의 단순다수대표제로 이루어집니다. 즉 단 1표라도 더 많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그가 혼자서 위와 같은 막강한 대통령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선거에서 단 1표 차이로 떨어진 후보나 그 소속 정당에는 어떤 권력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즉 승자가 독식하는 시스템, 승자독식이지요. 이렇다 보니, 모든 정당, 모든 정치인이 어떻게 하든 대통령에 당선되려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 극단적 대결의 정치가 펼쳐지고, 그 와중에 국민도 분열되는 등 정치 양극화가 이루어집니다. 낙선한 쪽은 다음에 당선되기 위하여 당선자가 행하는 모든 정책을 무조건, 맹목적으로 흠집 내고 반대하여 국정을 파탄에 빠뜨리려고 합니다.
정치가 아주 살벌하고, 국가 운영은 혼란 속에 빠집니다. 이와 같은 대통령제의 승자독식 시스템이 소선거구 단순다수대표제의 선거제도 및 거대 양당의 정당 체제와 결합하게 되면, 그 폐단이 증폭되어서 나라가 망할 정도로 국가와 국민이 분열됩니다. 요즘 한국은 물론이고, 대통령제의 모국이자 정치 선진국이라 하는 미국에서도 이와 같은 정치의 양극화로 국가사회가 병들고 있습니다.
[한국의 선거제도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 142~143쪽]
그러려면,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불신과 경멸 대상에서 사랑과 친근함을 받는 존재로 환골탈태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당이 일반 국민의 일상적인 삶의 애로에 관심을 갖고 이를 해결해주는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또한 일반 국민이 마치 영화관이나 백화점을 찾아가듯이 거리낌 없이 찾아가고 싶은 카페 같은 조직이 되어야 한다(카페식 정당조직. 『안철수 현상과 제3정당론』의 저자). 가볍게 차 한잔 마시면서 생활 애로에 관해서 담소(대화)하고 그해결책을 토론하며, 그곳에 비치된 책도 읽고 문화프로그램도 향수할 수 있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소수의 정치꾼만이 출입하는 곳에서 지역주민들이 부담 없이 찾아가는 장소로 탈바꿈되어야 한다. 일반 국민이 정당을 찾아가서 지지자가 되고, 나아가서 당원이나 후원자, 자원봉사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
[정당조직의 개혁-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 223쪽]
한국 정치는 국민의 지탄을 받은 지 오래다. 더 이상 정치개혁이 지체되어선 안 된다. 개혁이 안 되면 혁명이 일어나게 됨은 역사의 교훈이다. 여·야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 학계, 시민단체, 일반 국민 모두 이번에 정치개혁=정당개혁=공천개혁을 반드시 완수해야 한다. 주권자인 국민은 낡은 정치의 종말, 새 정치의 출발을 대망한다. 그래야 민생도, 경제성장도, 통일도 이루어질 것이다. 소수 기득권층이 독점하고 있는 낡은 정치를 폭격하자! 모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새 정치의 깃발을 세우자! 국민주권 회복운동의 기치를 들자.
[마무리하며: 정당공천을 개혁하여 국민주권을 회복하자 | 241~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