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분하면 몸이 불타오르는 아이들
어쩌다 이 아이들을 돌보게 된 한 여자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려는 세 사람의
다크하게 웃기고 무시무시하게 아름다운 이야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워싱턴 포스트>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선정 올해의 책
감정이 격해지면 몸에서 불이 나는 아이들이 있다. 마치 번개가 치듯 화르르 아이가 타오르며 몸에서 희고 푸르고 붉은 불꽃이 뿜어져나온다. 아이들이 입은 옷도 주위의 모든 것도 불에 타서 너덜너덜해지지만 정작 아이들은 멀쩡하다. 머리카락 한 올조차 불에 타지 않는다.
『신경 좀 꺼줄래』는 바로 이런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인 설정을 기반으로 한 소설로, “불타는 아이들”인 열 살 쌍둥이 베시와 롤런드, 그리고 친구의 부탁으로 이 아이들을 돌보게 된 릴리언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세번째 장편소설로 “그의 가장 완벽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은 작가 케빈 윌슨은 비현실적이고 초자연적인 소재를 지극히 현실적인 배경과 이야기에 완벽하게 조화시키며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증명했다. 가족, 사랑, 책임 등에 대한 이야기를 신랄한 유머와 따뜻한 온기, 경쾌한 재치를 유쾌하게 섞어 풀어나간 『신경 좀 꺼줄래』는 출간되자마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물론 미국 NBC 방송사의 <투데이 쇼> 북클럽에 선정되어 커다란 사랑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워싱턴 포스트> <피플>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등 다수의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엉망진창이라도 제대로 굴러가길 필사적으로 원하는
완벽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장 완벽한 이야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계속 아르바이트만 전전하며 살던 28살의 릴리언. 미래에 대한 고민 따위는 없이 그저 현재를 참을 만하게 만드는 데만 신경쓰며 하루하루를 흘려보내던 릴리언에게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 매디슨의 편지가 도착한다. 일 년에 몇 번 편지만 주고받을 뿐 특별한 교류는 없던 매디슨이 이번에 연락한 용건은 다름 아닌 릴리언이 맡아주었으면 하는 일자리가 있다는 것. 테네시에 있는 남편의 사유지로 와달라는 매디슨의 요청에 “삶에서 잃어서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는 릴리언은 곧장 가겠다고 결정한다.
릴리언의 삶이라고 언제나 이렇게 희망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어린 시절 가난한 산골 동네의 전도유망한 신동이었던 릴리언은 장학금을 받고 명문 사립 여학교에 진학하며 가난과 불행에서 탈출하길 꿈꿨다. “부잣집 여자애들이 정해진 미래를 향해 가는 길에 따는 리본 같은 것”이었던 그 학교에서 릴리언은 부유한 가문 출신의 매디슨과 룸메이트가 되고, 두 사람은 내면의 기이함과 울분을 공유하며 친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매디슨의 마약 소지 혐의를 릴리언이(정확히는, 릴리언의 엄마가) 돈을 받고 대신 뒤집어쓰며 릴리언은 퇴학을 당하고 두 사람은 소원한 사이가 된다.
이번에 매디슨이 릴리언을 찾은 것은 남편 재스퍼와 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들 때문이었다. 두 아이는 감정이 요동치면 피부에서 불꽃이 타오르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얼마 전 아이들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이후 외가에서 반쯤 방치된 채 지내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상원의원인 재스퍼는 국무장관 후보로 내정되었고, 재스퍼가 무사히 국무장관이 될 때까지 이 기이한 아이들이 일을 망치지 않도록 릴리언이 두 아이를 돌봐달라는 것이다.
아이를 돌본 경험이 있기는커녕 평생 아이가 있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도 해본 적 없는 릴리언은 당연히 이 불타는 아이들을 돌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아이들 역시 릴리언을 그다지 믿지 못한다. 하지만 아침에는 함께 요가를 하고 점심에는 농구를 하거나 수영장에서 놀거나 수학 공부를 하고 밤에는 책을 읽어주면서 함께 지내는 나날이 쌓여나가며 이들 세 사람은 점차 깊은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를 의지하게 된다. 그리고 릴리언은 이 아이들과 자신이 왜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스며들었는지 깨닫게 된다.
나를 빤히 보는 아이들을 보며, 내가 이 아이들에게서 나 자신을 보게 되리란 생각을 했다. 이 아이들은 나였다. 사랑받지 못하고 망가진 아이들. 나는 이 아이들이 원하는 걸 갖게 해줄 생각이었다. 애들은 나를 할퀴고 발로 찰 테지만 나는 이 아이들을 건드리는 사람은 누구라도 할퀴고 발로 찰 생각이었다. 본문에서
“이 소설의 다정함이 당신을 녹여버릴 것이다.” NPR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큰 사랑을 받았던 전작 『펭씨네 가족』(영화의 한국 개봉 제목은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에서도 볼 수 있듯 케빈 윌슨은 별난 등장인물들이 비관습적이고 색다른 가족 시스템 안에서 관계를 맺고 하나가 되는 사랑스러운 소설을 쓰는 데 특별한 재능을 발휘해왔다. 특히 작가는 우리가 태어난 가족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가족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신경 좀 써줄래』 역시 아웃사이더로 살아온 릴리언과 부모에게 제대로 된 돌봄과 애정을 받지 못한 쌍둥이가 맺은 일종의 대안가족 같은 관계가 소설을 이끌어나가는 핵심이 된다.
“너희는 내가 너희를 잘 돌봐줄 거라고 믿어야 해. 처음엔 좀 이상할 거야. 가끔 화도 날 거야. 그래도 어쨌든 난 너희를 돌볼 거야. 내가 그렇게 할 거야”라고 큰소리치며 쌍둥이를 매디슨의 저택 뒤쪽 게스트하우스로 데려온 릴리언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아니 오히려 자신은 사랑 같은 복잡한 감정은 알지도 못하는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여기지만, 이 아이들만은 품어 안고 싶다고, 세상으로부터 이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아이들은 비록 제멋대로에 몸에서 불도 나지만 더 나은 삶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현재를 그저 견디기만 하던 세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기까지, 그 과정은 뜨겁고 불타오르고 파괴적이지만 동시에 이상할 정도로 아름답다. 꼬여버린 인생을 냉소하며 뒤틀린 유머와 욕설을 퍼붓는 릴리언과 “이게 없으면 어떻게 우릴 지키겠어요?”라고 말하며 불꽃을 내뿜는 쌍둥이를 그리는 작가의 시선은 유머러스하면서도 온화하고 따뜻하다. “아이들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더 나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릴리언의 다짐처럼, 작가는 이들의 삶에 더없이 다정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그리고 그 다정함은 독자의 마음에 찬란한 불꽃을 피워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