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 줄까?”
“……몰라, 모르겠어.”
활자로 존재했던 그가 실존한다는 것을 알아챈 후,
인어는 어쩌면 그를 구하기 위해 이 기억을 갖고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인어의 물음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그는 설레었고,
인어와 함께한 모든 순간은 그를 이루는 일부가 되어 버렸다.
버려진 운명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왕자,
그는 인어의 사랑하는 활자, 인어가 몰래 엿본 미래의 한 조각.
그를 구하고 싶다는 미련이란 물거품에서 태어난 인어,
그녀는 그와 함께 죽을 예정이었고, 그와 함께 살고 싶었다.
홀로 남은 인어는, 그를 구하고 싶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그런 꿈을 꾸었다.
그를 구하면 이 미련도 결국 사라지리라 생각했다.
여전히 인어는 버려진 왕자의 꿈을, 그를 살리는 꿈을 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