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어느 날 소설을 쓰겠다는 우연한 객기로 시작했습니다. 줄거리도 방향도 없이 무작정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렇다고 문학에 대한 소질이나 기본적인 상식이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제 한계는 고작 원고지 스무장까지였습니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을 때부터 오히려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래도 믿는 구석은 있었습니다. 다들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 부모 잘 만나 대학도 졸업하고 많은걸 갖췄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조그만 하숙방에 틀어 박혀 날밤 지새우며 휑한 눈으로 출근해야했던 힘들었던 날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었던 젊은 2년간을 친구 이야기로 대신했습니다.
벌써 30년 동안이나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창고 깊은 곳에 갇혀 있었던 색 바랜 원고 뭉치 속의 이야기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준 좋은땅 출판사에 감사드리며 이 글을 ‘지우’에게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