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개성들이 그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주제를 소설화하려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꿈을 이루게 해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지킬 박사는 대중들 앞에서 고고한 태도를 보이고 근엄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즐거운 일에 탐닉하는 기질이 있다. 그는 그 기질을 스스로 세워 놓은 높은 가치관에 따라 판단하고, 거의 병적으로 부끄러워하며 그것을 감추려 애쓴다. 이중적인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그는 연구를 거듭한 결과 인간은 근본적으로 이중적인 존재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킬 박사는 그 부끄러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기 안의 두 본성을 분리하는 방법을 찾는다. 각각의 본성을 분리시켜 다른 개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당한 취급을 받던 한쪽은 다른 한쪽의 감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가게 될 것이며, 또 다른 존재는 자신 내부의 또 다른 자아가 하는 짓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는 그렇게 모순되는 존재가 갈등하면서 계속 함께 지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이 받은 저주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 그는 자신 내부에 존재하는 기질, 혹은 본능에 육신의 옷을 입히는 연구에 성공한다. 그 결과 하이드가 탄생한다. 그의 의도대로 하이드는 모든 도덕, 체면 다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행동한다. 그의 모든 행동은 오로지 즐기고자 하는 욕망의 발현일 뿐이다.
인간이 근본적으로 이중적인 존재일 수밖에 없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둘이 사이좋게 지내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많은 학자들이 말했듯 어려운 일이다. 인간 내부의 이중 기질, 혹은 본능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상호 너무 이질적이고 대립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어려운 길의 출발점은 역시 인간의 영혼은 그렇게 알록달록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는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이 소설이 보여주듯, 인간은 이중적이다. 그러나 내 안의 ‘또 다른 나’가 꿈틀거리더라도 기이하게 생각하지 말라. 기이하기는커녕 그게 정상이다. 그것을 인정하는 게 정상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이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읽고 ‘기이한 사례’라는 표현을 없앨 준비를 하면 된다.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내가 왜 이럴까, 갈등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두려워 마라. 그걸 기이하다고 여기는 게 오히려 기이한 병이다. 그걸 받아들여야만, 그 ‘또 다른 나’가 기형이나 괴물이 되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더 있다. 그래야만, 나와 생판 다른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