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와일드가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고,
바질 홀워드는 실제의 나의 모습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분신 같은 작품
세월이 흘러도 늙지 않고, 젊음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게 된 도리언 그레이는 모든 사람들의 부러움과 경탄의 대상이 된다. 현실적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어느 누가 세월의 무게를 빗겨갈 수 있겠는가? ‘내가 겉은 이래 보여도 마음만은 아직 젊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아니, 우리는 모두 그런 착각 속에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도리언 그레이는 모든 사람들의 꿈, 죽는 순간까지도 버리지 못하는 착각의 화신 그 자체다. 그래서 오스카 와일드는 ‘도리언 그레이는 내가 되고 싶었던 존재’라고 말했다. 어찌 오스카 와일드만 도리언 그레이 같은 존재가 되고 싶었을까? 우리는 누구나 잃어버린 청춘을 아쉬워하고, 그 청춘이 영원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럴 수 없음을 안다. 모든 것이 덧없는 것을 알면서도, 세월이 흐르면 늙을 수밖에 없고,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알면서도, 그 무언가에 온 정열과 사랑을 바친 그 순간이 영원하기를 바라기도 하는 게 인간이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그런 보편적인 인간의 꿈을 보여주면서도 대표적인 데카당스 문학의 하나로 꼽히는 것은, 이 작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헨리 워튼 경을 통해 모든 사회적 윤리와 관습을 통렬하게 비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적이고, 자유롭다. 그러면서 그는 독설을 내뿜으며 많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냉소적이다. 작가는 ‘헨리 워튼 경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 자신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오스카 와일드는 헨리 워튼의 모습으로 세상을 살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오스카 와일드는 ‘바질 홀워드는 실제의 나의 모습이다’라는 말도 했다. 그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를 그린 예술가다. 그러니 오스카 와일드가 그를 실제의 나의 모습이라고 말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바질 홀워드는, 헨리에게는 그냥 따분한 사람이라며 경멸을 받고, 도리언 그레이에게는 도덕적인 충고만 일삼는 피하고 싶은 사람일 뿐이다. 게다가 그는 도리언 그레이에게 살해당하는 가련한 인물이다. 작가는 바질 홀워드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자기 자신도 냉소의 대상으로 삼은 셈이다. 이렇게 작가의 분신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여러 인물들을 통해 오스카 와일드를 만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