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탈바꿈하는 삶과 영혼의 성장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대표작
『데미안』에서 우리들을 매혹시켰던 것은 무엇보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라는 멋진 표현이었을 것이다. 이 표현이 우리를 매혹시킨 것은 무엇보다 자유를 향한 꿈, 비상의 꿈을 우리 젊음이 간직하고 있었고 이 작품이 그 꿈을 자극했던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 표현에는 자유, 비상의 의지만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세월과 함께 성장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죽는다. 겉으로 보면 그냥 일회적인 삶이다. 그런 절대 법칙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없다. 모든 살아 있는 존재들이 반드시 맞이해야만 하는 숙명이다. 그런데 인간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고 꿈꾼다. 그리고 그 상상 속에서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탄생을 위한 과정이 되기도 한다.
죽음에 그렇게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의 삶의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의 삶 자체가 일회적인 삶이 아니라 여러 번 죽었다 살아나는 삶으로 바뀌게 된다. 이런 정신적인 죽음을 통해 우리는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 단순히 물리적으로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 ‘탈바꿈’의 삶이 된다. 세상에 태어나 성장한 뒤 하나의 정점을 찍고 하강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정상을 경험하고 추락했다가 다시 태어나는 삶이 된다. 알을 깨고 나온다는 것은 단순히 갇혀 있던 곳에서 탈출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알 속에 갇혀 있던 존재에서 하늘을 나는 존재로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 새롭게 탄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적인 탈바꿈을 다른 말로 쉽게 표현하면 깨달음과 같은 것이다. 그런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어떻게 될까? 놀라운 마술이 벌어진다. 세상 전체가 새롭게 변하는 것이다. 물론 물리적으로는 별로 변한 게 없이 전과 다름없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세상을 다르게 보게 되면서 그 세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된다. 단순히 성장하는 삶이 아니라 탈바꿈하는 삶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여러 번 살게 되고, 세상 자체를 바꿀 수도 있게 된다.
『데미안』은 자신의 작품은 ‘본래 소설이 아니라 영혼의 전기’라는 헤세의 말처럼 길을 잃고 헤매고 영혼의 갈증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영혼의 길잡이가 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