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갈래 세상사와 만 갈래 욕망을 읽어내는 지력의 보고寶庫 열국지
특유의 해학과 에로티시즘으로 그려낸
『고우영 열국지』 ‘무삭제판’ 출간!
중국 주 왕조 말기부터 춘추전국시대를 거쳐 진시황의 천하통일에 이르기까지, 통일과 분열을 되풀이한 난세와 그 과정에서 명멸한 인물들의 기록인 『열국지』는 동양 문화와 인간 이해의 보고寶庫라 일컬어진다. 저자 특유의 해학과 에로티시즘을 덧입어 탄생한 『고우영 열국지』는 1981년 7월 16일부터 1983년 12월 31일까지 일간스포츠에서 총 684회에 걸쳐 연재된 만화로, 이 무삭제판은 연재 당시의 신문과 대조를 거쳐 검열로 훼손된 원고를 원상 복원한 것이다.
『열국지』의 배경인 중국 주 왕조 말기부터 진의 천하통일까지의 시대는 동양 역사와 문화의 근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자나 진시황처럼 동양의 역사와 문화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활약했으며 관포지교, 결초보은, 와신상담 등 지금까지도 사용되는 고사성어들이 이때 생겨났다. 하나의 왕조가 다수의 열국으로 쪼개지고 또다시 통일에 이르는 혼돈의 시대를 살다 간 인물들이 남긴 자취는 수천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를 돌아보게 한다. 열 갈래의 세상사와 만 갈래의 인간 욕망을 기록한 『열국지』를 읽는 것은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인간 본성을 이해하는 지력智力을 기르는 지름길이라 할 수 있겠다.
『고우영 열국지』는 고우영 화백이 1981년 7월 16일부터 1983년 12월 31일까지 총 684회에 걸쳐 일간스포츠에서 연재한 작품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저자의 탁월한 식견과 그것을 풀어내는 재치와 해학, 에로티시즘 가득한 만담은 왜 그가 세대를 불문하고 사랑받는 불세출의 거장인지를 알게 한다.
『고우영 열국지』가 책으로 처음 출간된 것은 연재중이던 1981년인데, 당시의 판본(우석출판사 출간, 전 9권)은 검열로 인해 무분별하게 훼손된 상태였다. 상당수의 대사와 그림이 수정 또는 삭제되었으며 몇 페이지 달하는 분량이 통째로 누락되기도 했다. 마구잡이로 덜어내고 기워진 원고는 더이상 고우영 만화 본연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80년대 우석판 외에도 1999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판본(전 4권)과 2000년대 자음과모음출판사에서 펴낸 복간본(전 6권)이 있었지만, 훼손된 상태로 재출간되거나 복원 상태가 좋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무삭제판은 1999년 우석판을 저본으로 연재 당시의 신문과 대조하여 훼손된 곳을 원상 복원해 복간한 것이다. 이전의 어느 판본보다 원래의 원고에 가까우며 고화질로 제작되었다.
편집중 대조한 당시의 신문 지면은 국립중앙도서관의 마이크로필름으로 확인했다. 누락되거나 삭제되어 저본(우석판)에 남아 있지 않은 원고는 ㈜고우영과 한국일보에서 구했다. 저본에 있더라도 상태가 좋지 못한 페이지 또한 더 나은 원고를 찾아 대신했다. 현존하는 원고 상태가 모두 안 좋거나 원고 자체에 오류가 있는 일부 장면은 ㈜고우영의 고성언 이사가 가필하였다. 저자의 차남이기도 한 고성언 이사는 고인이 된 작가를 대신해 무삭제판 출간을 기념하는 서문을 쓰는 수고도 맡아주었다.
검열을 당한 책과 신문 지면의 연재를 비교해 읽어보면 과연 같은 작품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검열의 주 대상은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이라 했으나 전개상 반드시 필요하거나 성인 만화로서 적당한 수위를 지킨 곳까지 무분별하게 할퀸 흔적이 역력하다. 자결한 오자서의 목에 꽂힌 칼과 불구가 된 손빈의 두 다리가 지워졌고, 포사의 가슴골은 굵은 선으로 메워졌다. 전쟁 장면에서조차 칼과 화살, 박진감을 전하는 핏방울이 지워졌다. 사투리나 입말은 전부 표준어로 바뀌어 인물들은 개성을 잃고 납작해졌고, 몇몇 대사는 원래의 의도를 짐작하기조차 어렵게 수정되었다.
역사는 반복되고 인간은 불변한다
혼돈의 물살을 온몸으로 헤쳐나간 열국의 군상들
『고우영 열국지』 무삭제판은 잃어버린 처음 그대로의 재미를 되살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현대 표준어규정에 따르면서도 작품 원래의 재미와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입말과 사투리, 예스러운 표현은 원문 그대로 실었다. 훼손된 원고 복원 외에도 연재 당시 독자들에게 남겼던 화백의 새해, 연말 인사를 모두 실었으며 연재 시점이 궁금해질 법한 대목에는 연재 날짜를 표기하여 읽는 재미를 더했다. 표지에는 80년대의 첫 단행본 표지의 그림을 되살려 복간의 의미를 더했다. 또 연재 당시 지면의 마지막 단 왼쪽 두 칸은 광고가 있던 자리였는데, 우석판에서는 이 공간에 새로운 컷을 채워 넣었다. 그려진 시점에 차이가 있다보니 앞뒤와 이질감이 있을 수 있으나 무삭제판에는 추가된 이 컷들도 모두 실었다. 이렇게 제작된 무삭제판은 총 684회 15장의 『고우영 열국지』를 전 7권으로 새롭게 구성하였다.
한국 만화 중에 고우영 만화만큼 오랜 시간 꾸준히 읽히고 있는 작품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그 저력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으뜸은 역시 40년이 넘는 세월에도 퇴색되지 않는 ‘재미’일 것이다. 만화의 미덕은 뭐니뭐니 해도 재미이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경지의 재미로 시대를 초월해 독자들을 사로잡는 만화 천재 고우영. 그의 만화가 선사하는 참 재미를 『고우영 열국지』 무삭제판을 통해 새롭고 온전하게 만나보길 바란다.
▶ 각 권 줄거리
[1권] 주나라의 쇠락과 춘추전국시대의 개막
제1장 웃지 않는 포사
주나라 시절, 주유왕에게 간언한 노신 포향이 죽을 위기에 처하자 그의 아들은 절세미인 포사를 바쳐 아버지를 구한다. 포사에게 빠진 왕의 폭정이 날로 심해지자 신후는 융을 끌어들여 왕실의 전복을 꾀하고 주나라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제2장 이전투구
동생을 부추겨 반역을 꾀한 어머니를 보지 않겠다 맹세한 정장공과 며느리로 맞이하려던 제나라 공주 선강을 가로챈 위선공, 이복 여동생인 문강과의 정분으로 나라를 어지럽힌 제양공까지― 춘추시대를 뒤흔든 오욕 칠정의 이전투구!
[2권] 제나라를 일으킨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제3장 관포지교
함께 생선 장사를 하던 친구 관이오와 포숙아는 각각 제나라의 두 공자에게 출사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로 다짐한다. 승자가 된 포숙아의 소백이 제환공으로 등극하고, 한때 적이었던 관이오는 포숙아의 간청에 힘입어 재상에 오른다.
제4장 제환공
명재상 관중의 활약으로 제환공은 중원의 패자로 거듭난다. 벌레처럼 꼬여든 간신배 수초와 역아가 끊임없이 관중을 모함하나 제환공은 변함없는 신임을 보낸다. 그러나 죽어가는 관중의 당부에도 두 간신을 내치지 못했던 제환공은 결국 쓸쓸한 최후를 맞이한다.
[3권] 19년의 방랑 끝에 중원의 패자가 되다
제5장 진문공
두터운 인망을 얻던 진나라의 공자 중이는 아버지의 첩 여희의 계략에 빠져 19년이 넘는 세월을 방랑한다. 개자추를 비롯한 충신들의 지극한 보필 끝에 나라로 돌아온 그는 마침내 왕좌에 올라 중원의 패자로 거듭난다.
제6장 결초보은
진나라의 위과, 위기 두 형제는 아버지의 유언을 어기고 아버지의 애첩을 재가시킨다. 이후 전쟁터에 출정한 형제는 괴력의 소유자 두회를 만나 연전연패의 위기에 빠진다. 그때 한 노인이 꿈속에 나타나 묘수를 건네주는데…
제7장 신하의 아내
주색을 밝히던 제장공은 신하 최저의 아내 당강을 탐하고, 분노에 휩싸인 최저는 왕을 제거할 결심을 세운다.
[4권] 복수의 화신 오자서와 와신상담의 오월 쟁패
제8장 오자서
초나라 시절, 왕이 세자의 신부를 가로채자 충신 오사가 간언하다 죽음에 몰린다. 초평왕과 간신 비무극이 그의 두 아들을 꾀어내어 함께 죽이려 하지만, 비상한 인물이었던 차남 오자서는 세자를 데리고 달아난다. 복수의 칼을 갈던 오자서는 오나라 공자 광이 왕위에 오르는 데 공을 세운 뒤 오의 군대를 일으켜 마침내 초나라로 향한다.
제9장 와신상담
월과의 전쟁에서 오왕 합려가 죽자 그의 후계자 부차는 복수심을 불태운다. 월을 굴복시킨 부차는 월왕 구천을 포로로 끌고 와 갖은 치욕을 안기면서도 ‘구천을 죽이라’는 오자서의 충언을 무시한 채 그를 살려 보낸다. 월로 돌아간 구천은 쓸개를 핥으며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고, 20여 년 후 두 나라는 명운을 건 마지막 혈투를 벌인다.
[5권] 난세 속 성현의 가르침과 반면교사 열전
제10장 성현의 제자들
진나라 말기, 조‧위‧한씨의 협공에 의해 지씨가 멸망하자 지씨의 가신 예양은 복수를 위해 조씨의 수장 조양자의 암살을 시도한다. 암살은 실패로 돌아가지만 예양의 충심은 조양자마저 감탄시킨다.
악씨 부자의 아들 악서는 중산국으로, 아버지 악양은 위나라로 출사한다. 위나라의 사령관이 된 악양이 중산국을 침공하자 중산국 왕은 아들 악서를 삶아 국으로 만들어 악양에게 보낸다.
탁월한 재주를 지녔으나 출세 앞에서는 냉혈한이었던 오기. 벼슬을 얻기 위해 가차없이 부인의 목을 벤 그였지만 병졸의 발에 난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며 인망을 얻기도 한다. 마침내 염원하던 정승이 된 그는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는데…
복양 땅의 부자 엄수는 거지 협루의 출세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그러나 정승이 된 협루는 엄수와의 약속을 저버리고, 이에 앙심을 품은 엄수는 복수를 다짐하며 백정 섭정에게 접근한다. 섭정은 자신의 가족을 돌봐준 엄수를 위해 대신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6권] 의형제에서 천하의 라이벌로, 손빈과 방연
제11장 귀곡 선생
만물의 이치에 통달한 귀곡 선생 왕허에게는 뛰어난 제자들이 여럿 있었다. 그중 방연이 세상에 나가길 원하자 왕허는 그의 앞날을 점쳐준 뒤 하산을 허락한다. 한편 또다른 제자 손빈에게는 『손자병법』을 건네는데…
제12장 앉은뱅이
손빈이 자신과 같은 위나라 조정에 출사하자 위기감을 느낀 방연은 손빈을 역적으로 몰아 그를 제거하려 한다. 방연의 계략에 빠져 두 다리를 잃은 손빈은 뒤늦게 방연의 적의를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미친 시늉을 한다.
제13장 의형제들-상
무사히 제나라로 탈출한 손빈은 뛰어난 지략으로 방연의 군대를 물리친다. 손빈이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방연은 제나라의 내분을 꾀한다.
[7권] 전국시대의 종말과 진시황의 천하통일
제13장 의형제들-하
손빈은 한때 의형제였던 방연을 처단하기로 결심하고, 솥다리 자국으로 그를 유인해 방연과 위군을 몰살한다. 이로써 제나라는 패권을 거머쥐게 되고, 거만해진 제선왕 앞에 종리춘이라는 추녀가 나타난다.
제14장 공수래공수거
귀곡 선생의 또다른 제자 소진과 장의 역시 입신양명을 꿈꾸며 하산하지만 쉽사리 기회를 얻지 못한다. 갖은 고초 끝에 연나라의 정승이 된 소진은 친구 장의를 일부러 홀대하여 진나라로 향하게 하는데…
제15장 진시황제
어릴 적부터 남다른 면모를 보였던 진왕 정은 왕위에 오른 뒤 역모를 꾀한 이부동생과 공신 여불위를 제거하여 왕권을 강화한다. 마침내 전국시대를 종결하고 천하통일의 대업을 이룬 그는 스스로를 ‘진시황’이라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