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계가 주목한 작가의 데뷔작!
“나는 그냥 나로 오래오래 지내고 싶었다.”
◎ 도서 소개
√ 〈우리들의 블루스〉, 〈보건교사 안은영〉 심달기 배우 추천
√ 심사위원 만장일치 제127회 문학계 신인상 수상
√ 키노쿠니야 서점 선정 2023 베스트 도서
√ 제167회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상 후보
√ 제36회 마시마 유키오상 후보
일본에서 이례적으로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문학계 신인상을 받은 작품이 드디어 우리에게 찾아왔다.
“안이하게 언어화할 수 없는 것들이 이 소설 안에 존재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그들이 부딪치는 벽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소설”
“육체에서 짜낸 생생한 말의 촉감이 느껴지는 문장이 가득하다.”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설”
화려한 심사평을 받으며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이 소설은 주인공 마도카를 중심으로 청소년들의 삶과 그들만의 특별한 고민을 담고 있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로 쓴 이 작품은 한번 펼치면 멈출 수 없다. 우리는 곧바로 마도카의 삶에 빠져들 것이다.
◎ 줄거리
생리를 하지 않기 위해 몸무게를 40킬로그램 밑으로 유지 중인 고등학생 마도카. 여자 고등학교에 다니는 마도카는 학교 아이들에게 ‘왕자님’으로 떠받들리는 학생이다. 하지만 그 모든 인기에도, 마도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다른 사람으로는 대체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타인’이다. 꼭 연인이 아니더라도, 모든 관계의 피라미드 위에 위치한 특별한 타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교생 실습을 온 우미를 만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마도카의 친구는 우미의 트위터 계정을 보여 주는데…….
◎ 책 속에서
갱지에서 빛이 난 것은 13년 인생에 처음이었다. (첫 문장)
원래도 평균 체중 이하였던 터라 금세 생리를 하지 않았다. 왜 이걸 금지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6쪽)
아즈미 선생님이 첫 단에 쓴 글씨를 다 지울 즈음 덧니를 번득이며 옆에 서곤 했던 모리는, 아직 자리에서 색색의 펜을 하나씩 필통에 넣고 있었다. 둘째 단을 지우기 시작한 아즈미 선생님의 뒷모습에서 모리의 기색을 살피는 듯한 시선이 느껴졌다. (10쪽)
쓰바사는 직접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의 뒷면을 과시하듯 들어 보였다. 반짝이가 든 투명 케이스 너머로 금발을 나부끼는 아이돌과 눈이 마주쳤다. 지난주에는 다른 여자애의 폴라로이드 사진이었던 것 같은데.
오지로도 알아차린 듯했다.
“쓰바사, 최애 또 바뀌었어?”
“바뀐 거 아니야. 늘어난 거지.” (15쪽)
남자 친구가 된 그 애는 마도카가 다른 친한 남자애와 이야기하면 눈에 보이게 질투하기 시작했다. (...) 그 애가 불태운 질투심에 마도카의 솜털이 그슬렸다. (30쪽)
우미는 가을경에 교생 실습을 나왔다. 고등학교 1학년 담당이었는데, 칠판 글씨가 하도 지저분해 읽을 수 없다는 평판이 다른 학년에까지 퍼졌다. (32-33쪽)
얼른 겨울 방학이 끝나 여학교로 돌아가고 싶었다. 자기보다 작고 몸에 지방이 붙은, 명백히 여자의 형태를 한 동물만 가득한 세계에서 이물 취급을 받아도, 잠정 남자로 떠받들려도, 그냥 마도카로 오래오래 지내고 싶었다. (48쪽)
리트윗과 ‘좋아요’ 숫자를 보고 도망치고 싶어졌다. 모리가 남친과 최근 시작한 커플 틱톡 계정은 모리가 아는 사람과 남친이 아는 사람이 예의상 눌러 주는 ‘좋아요’밖에 없었다. 그것보다 훨씬 많았다. 어마어마한 숫자가 심장을 압박해 숨이 막혔다. (64쪽)
발을 내디디면 원이 깨지니까 이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 다정하게 손을 잡아 준 사람을 실망시키지 않도록 잠자코 웃으며 그 자리에 머문다. (74쪽)
유일무이한 타인이 곁에 있어 주기를 바랐다. 마도카를 그냥 마도카로 봐 주고 마도카에게 하는 말을 해 주는 타인을 원했다. 그런 타인을 자신도 소중히 여기며 잘해 주면서 죽을 때까지 함께 있고 싶었다. (75쪽)
오늘 하루 마도카는 유사 연애 무대의 장치였다. 매년 있는 일이다. 여자애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온다. 새빨갛게 얼굴을 붉히며 친구의 도움을 받아 초콜릿을 주는 아이도 있다. (87쪽)
“우리 여덟 살 밑이면 초등학생이야. 우리 반 누가 초등학생이랑 사귀면 헐, 싶을 거 아냐.”
쓰바사를 기점으로 광란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다들 손뼉을 치며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 (99쪽)
냄새에 형태가 있다면 그건 아즈미 선생님을 노리듯 책상과 의자 다리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 모여들었다. 낡은 교단 위에 올라선 아즈미 선생님만이 아래 쪽의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102-103쪽)
아무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미 모두가 읽었다는 표시만 오지로에게 전달됐다.
말은 아무 데도 가지 않고 그저 그곳에 머물렀다. (11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