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브랜드 파워는 어디에서 나왔는가?
현대카드의 다양한 브랜드 활동 밑바닥에 있는 원칙과 로직을 파헤친다.
레드오션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어 독보적인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가능할까? 더욱이 기존 통념을 깨는 전략을 가지고 말이다. 우선, 오만하다. 고객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다. 그리고 그 누구와도 차별화되는 ‘OO답다’는 말을 들어야만 한다고 고집한다. 승자의 방식은 따라봤자 손해이기에 절대 따르지 않겠다고 한다. 설상가상 꼴찌인 주제에 시장의 룰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꼴찌가 꼴찌 같지가 않다. 분수를 모르는 걸까? 도대체 이건 뭐지? 뭐지? 2003년 현대카드가 그랬다.
아마 이쯤 듣고 나면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코웃음을 치며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만약…… 10년이 지난 후 그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면? 시장에서 실제로 증명했다면? 그건 그 자체로 통쾌하고 신 나는 이야기이자 모두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가 되고 만다. 무모한 도전이 아닌 위대한 도전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로 현대카드 브랜드 마케팅 이야기이다.
물론 현대카드가 신용카드업계 매출 1등은 아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느냐고? 매출 1등이 꼭 파워 브랜드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혹시 그동안 우리가 너무 1등과 최초에 길들어 있던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단순한 1등은 의미 없다. 그래서 매출 1등의 성공비법을 아는 것보다는 어떻게 의미 있는 브랜드가 됐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더 값지다. 이 책의 출간 의의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마케팅 현장 교과서가 된 현대카드 이야기!
사람들은 ‘현대카드’ 하면 ‘슈퍼 시리즈’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혁신’ 등의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게 마련이다. 스토리텔링 역시 뭐했다, 뭐했다, 뭐했다의 양질전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스토리텔링은 왜 그런 것들이 만들어졌는지 고객들이 이해할 때 만들어진다. 팩트Fact보다 리즌Reason이다. 그게 진실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브랜드를 만들어낸다.
이 책은 2002년 시장점유율 1.7퍼센트에 업계 최하위인 7위에서 2013년 지금의 브랜드를 갖기까지 10년간의 현대카드 브랜드 마케팅 도전의 여정을 담고 있다. 특히 브랜드 마케팅을 성공으로 이끈 그 이면의 숨겨진 원칙과 로직을 찾아보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리즌이다. 현대카드 브랜드 마케팅을 분석하는 책 제목을 ‘리즌’으로 한 데는 현대카드 조직문화의 특성을 가장 잘 담아낸 단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이언스 인 어 티파니 박스Science in a Tiffany Box.”
현대카드 직원들이라면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는 말이다. 화려함의 대명사 ‘티파니’와 딱딱한 ‘과학’이 대척점을 이룰 것 같지만 실은 한몸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논리에 근거한 감성, 감성이 살아 있는 논리’는 현대카드의 경영 철학이자 브랜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대카드는 그 어떤 브랜드보다도 원칙적이고 로직이 강하다.
이 책의 저자 김성철은 TBWA에 근무하는 동안 광고주 수주 경쟁 PT를 100여 회 진행하면서 50퍼센트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베테랑 전설적인 광고인이다. 그는 2003년부터 2009년까지 현대카드 광고를 담당했다. 그는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으로부터 “현대카드만큼 현대카드를 잘 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광고를 통해 현대카드가 파워 브랜드가 되는 데 깊이 관여했다.
새로운 기준Be standard은 이렇게 만든다!
‘OOO 이전과 OOO 이후’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은 브랜드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찬사다. 최고의 브랜드는 매출액이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힘의 유무에 있다. 현대카드는 그런 측면에서 논의될 수 있는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현대카드가 2003년 신용카드 시장 내에서 마이너리티였다가 지금의 지위를 갖게 된 핵심 엔진이 바로 ‘새로운 기준’을 만든 데 있다. 이 책은 새로운 기준이 된 20가지의 ‘리즌’을 크게 여섯 장에서 풀어내고 있다.
1. 시장과 소비자의 관습에 도전하라
“M도 없으면서 쯧쯧쯧…….” “현대카드로 메인카드를 교체하라.”현대카드는 2003년 당시 업계 점유율 1.7퍼센트의 꼴찌였다. 그러나 현대카드의 고객 커뮤니케이션 화법은 직설적이다 못해 도발적이었다. 당시 은행, 증권, 신용카드 등 금융업의 대 고객 커뮤니케이션 화법은 ‘안전’과 ‘신뢰’를 강조하는 메시지가 주류를 이루었다. “우리를 믿어달라.” “안전한 곳에 맡겨라.” “선진금융 기법을 보유한 회사이다.” 등. IMF 이후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가장 많이 쓴 말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런 미사여구를 사용했던 것과는 완전 대조적인 방법이었다.
현대카드는 그러면서 고객에게 쌓는 포인트가 아닌 쓰는 포인트로의 전환하도록 하며 파격적인 혜택을 주었다. 2003년 국내 최초 선 할인 제도인 ‘세이브 포인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현대자동차나 기아자동차를 구입할 경우 차종에 따라 20~50만 원을 먼저 할인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카드 디자인에도 신경 써서 고객이 갖고 싶은 카드로 만들어나갔다. 그러면서 차츰 신용카드업계를 ‘현대카드이거나 아니거나’의 시장으로 재편해나갔다.
2. 일관성은 가장 강력한 힘이다
브랜드 담당자들은 변화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하지만 실제 결과물이 생각만큼 혁신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작정 창의적인 것들이라는 미명 아래 신규 비즈니스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M의 성공 이후 S를 출시하면서 알파벳 브랜드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성공의 꼬리를 무는 방식이었다. 그 후 알파벳 카드의 가속이 붙어 T, U, I, K, A 등이 속속 출시되었다.
소비자들은 복잡한 것을 싫어한다. 알파벳이라는 규칙은 소비자에게 ‘단일한 대오’의 상표라는 인식구조를 심어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브랜드 관리를 더욱 쉽게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알파벳 시리즈 출시 후 10여 년이 흘렀다. 현대카드 알파벳 개별 브랜드의 확장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렇게 하나의 성공을 다음 성공의 모티프로 삼고 각각의 성공에 흔들리지 않는 일관성을 유지했던 것이 현대카드 개별 브랜드 모두를 생명력 있게 이끈 원동력이다.
3. 자신만의 생태계를 만들어라
“신용카드 회사가 스포츠 경기를 주최한다고? 현대카드는 대체 뭐 하는 회사야?”
현대카드는 2005년 ‘마리아 사라포바 vs. 윌리엄 비너스’ 경기를 기획했고 2006년에는 신성 발굴 목적으로 김연아 경기를 개최했다. 김연아 경기는 국내 ‘아이스쇼’ 바람을 불러온 계기가 되기도 했다.
현대카드가 기획하고 개최한 빅매치는 ‘신용카드는 이래야 한다’는 불변의 정의란 없다는 발상에서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금융회사 반드시 해야 하고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따로 있는가도 되묻는다.
“신용카드 회사가 무슨 스포츠 경기를 주최하느냐?”가 기존 관습이라면 “신용카드 회사가 별것을 다 하네!”가 현대카드만의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어떤 업이든 현대카드식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경험케 하고 소비자들의 시야를 확장시켜주었다. 브랜드와 함께 고객도 성장시킨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현대카드라는 단어 속에서 살아 있는 생명력을 느끼게 된다.
4. 자신만의 화법으로 말하라
사람들은 현대카드 광고를 ‘튄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현대카드의 광고는 “광고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센세이션했다. 겉으로만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현대카드 광고는 단 한 번도 전략과 분리된 적이 없다. 광고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사옥 디자인 등과 통일된 톤앤매너로 표현됐다. 회사의 목표 및 그에 따른 전략적 사고를 반영해왔다.
2003년 리런칭 후 “M도 없으면서 쯧쯧쯧……”을 시작으로 ‘현대카드 미니’ ‘아버지는 말하셨지’ ‘영화 패러디’ ‘플레이 더 블랙’ 등의 상품광고가 쏟아졌다. 그 후 브랜드 파워가 생기면서 현대카드의 정신과 철학을 본격적으로 알려나갔다.
2006년 ‘정말이지 놀라운 이야기’. 2007년의 ‘믿거나 말거나’ 등은 마스터 브랜드를 알리는 시작점이었다. 2008년 ‘생각해봐’ 시리즈는 현대카드가 걸어온 남다른 행보를 혁신적인 이미지와 매치시켰다. 2009년 이후에는 화두를 전환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시장을 흔들고 새로운 기준을 만들겠다”는 철학을 모든 활동의 이유와 근거로 삼았다.
현대카드의 광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하나의 줄기이다. 슬로건은 바뀌었지만 몇 년에 걸쳐 같은 메시지를 반복하고 있다. 그 사실이 오히려 놀랍기까지 하다. 그래서 현대카드 광고는 지극히 현대카드스럽게 됐다.
5. 파트너를 보면 브랜드의 지위를 알 수 있다
현대카드가 사랑받는 이유는 겉으로 드러나는 대외적인 마케팅이나 디자인 때문이 아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행보로 금융계의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단 한 번도 금융업의 본질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또한 기업의 이익보다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치중했다. 그러기 위해서 세계 일등에게서 일등의 방법을 배우고 있다. 2005년 8월 세계적 초우량기업 GE 소비자금융과의 전략적 제휴를 비롯해 그 이후로 ‘뉴욕현대미술관MoMA’ ‘자갓Zagat’ ‘마사 스튜어트 리빙Martha Stewart Living’ ‘타센Taschen’ ‘모노클Monocle’ 등과 손잡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최근 현대카드는 빅뱅, 장기하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음원을 발표하고 대중음악계도 시도하지 않는 생태계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현대카드가 얻는 경제적인 이익은 없다. 현대카드가 그런 시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들의 정신이며 철학이다. 세상 곳곳에 숨겨진 새로운 기준들을 찾고 혁신의 모티프를 현실로 구현해내는 것이 현대카드가 지향하는 진정한 협업이다.
브랜드가 의외의 경험을 지속해서 제공할 때 브랜드는 활력을 갖게 되고 고객과의 관계가 강화된다. 바로 파워 브랜드가 되는 방법이다.
6. 존재감을 갖기 위해선 시장의 기준이 되어라
현대카드가 승률이 높은 이유는 자신들에게 맞는 전쟁터를 고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는 타고난 승부사의 기질을 지녔다. 스스로 게임의 룰을 만들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여 싸움을 건다. 경쟁자들이 따라올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놓고선 또다시 다른 게임의 장으로 이동한다.
사람들은 현대카드가 신용카드 시장점유율 1위인 줄 알고 있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그럼에도 브랜드 인지도, 브랜드 선호도, 최초 상기도 조사 등에서 늘 상위에 랭크된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현대카드라는 브랜드 존재감이 확고하다는 의미이다.
존재감이란 장악력이다. 시장의 실질적인 리더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그런 존재감을 획득하게 되었을까? 그건 바로 현대카드의 일하는 방식에서 비롯됐다. 현대카드만의 조직문화에서 나온다. 조직문화의 특징은 디테일이다. 현대카드의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유무형의 것을 가리지 않는다. 카드 플레이트에서부터 사무공간의 소품 하나와 고객 접점의 메시지부터 내부의 커뮤니케이션까지 예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