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잔이 (내게) 최고의 본보기였으며,
세잔이 죽은 다음 어디든 그의 흔적을 따라다녔다” -릴케
화가 세잔의 작품세계를 다룬 최초의 미술비평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아내 클라라 릴케에게 쓴 편지 가운데 화가 폴 세잔Paul Cezanne에 관한 비평만을 모은 책이다. 1907년 10월 파리에서 열린 전위미술전 살롱 도톤Salon d’Automne의 중심전시 가운데 하나는 1년전 세상을 떠난 세잔 회고전이었다. 두 개의 전시실에 56점의 작품이 전시되었는데 이렇게 많은 세잔의 작품이 전시되기는 처음이었다. 전시회를 찾은 릴케는 불화살을 맞은 것처럼 가슴에 섬광이 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뛰어난 통찰력으로 자신이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을 사건의 한복판에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살롱 도톤이 열리는 20여 일 동안 릴케는 거의 매일처럼 전시장을 찾았다. 그는 깊이 관찰하고 분석한 편지를 독일에 떨어져 지내고 있던 아내 클라라 릴케에게 보냈다. 이는 화가 세잔과 세잔의 작품세계를 다룬 최초의 본격 미술비평이었다. 편지를 고이 간직하고 있던 클라라 릴케는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흐른 1952년에 세잔에 관한 부분만 추려 한 권의 책(Briefe Uber Cezanne)으로 그 내용을 세상에 공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