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기 쉬운 작은 생명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해 더없이 인간적으로 그 본질을 표현한다는 평을 듣는 작가 유현미가 작지만 큰 땅, 텃밭을 가꾸며 온몸으로 만난 생명과 자연과 인간에 대한 단상을 아름다운 시로 엮어 냈다.
흙 파고 김매며 열심히 노동을 하다 떠오른 순간순간의 생각을 잡아낸 글과 그림, 일견 단조로워 보이는 흙 속에 그렇게나 치열하게 살아가는 생명들이라니, 마음 가는 대로 쓱쓱 만들어 낸 거짓 없는 장면은 놀랍도록 생생하고 찬란하다.
흙에 발을 디디고 밭일을 하다가 가끔 꿈결인 듯 꿀벌이나 사마귀, 애호박이 되고, 바랭이풀이 되었다가 그 풀을 매는 호미가 되었다가… 자연과 나와 무수한 생명과의 밀고 당기기는 능청스러우면서도 유쾌하고 진솔하다.
그래서 이 시를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잠자던 흙을 들썩이는 봄의 생명력에, 바람과 햇빛과 빗줄기와 놀며 우쭐우쭐 올라오는 새싹의 힘에, 아침저녁 쑥쑥 달라지는 열매의 우렁우렁 아우성에 덩달아 기운이 난다. 정말 이 소박한 영토에 한번 발을 들이면 헤어 나오기 어려울 수 있다는 말이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