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스트하우스를 떠나는 날, ‘다녀오세요’라는 인사를 들었다
아, 나는 다녀와야 하는구나, 다시 돌아와야 하는구나”
불시에 찾아오는 인연이 소중하고 귀한 도시
살아가듯 머무르는 ‘게으른 여행자’의 생활 여행
넓은 공원에서 정처 없이 길 헤매기. 동네 카페에서 창밖 구경하기, 작은 술집에서 홀로 술잔 기울이기. 일상에서는 작고 소중한 여유겠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각종 관광지를 돌아야 하는 여행자에게는 사치 같은 행동이다. 느긋하게 생활하던 사람도 여행지에만 가면 ‘시간은 곧 금이다’라는 표어 아래 계획대로 살아가기 바쁘다. 이 여행이, 이 시간이 성공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에 오늘도 동네 풍경은 보지도 않고 그저 발걸음을 서두르는 우리에게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의 저자는 말한다. “매일처럼 다니는 산책도 이곳에서는 여행이 될 수 있어요.”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는 저자가 ‘모리노키 게스트하우스’와 ‘게스트하우스 민타로 헛’를 오가며 약 10년 동안 만나온 인연들을 기록한 에세이다. 우연히 가게 된 홋카이도, 자연스레 배우게 된 일본어,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지원한 게스트하우스 헬퍼(스태프), 이후 10년간 게스트하우스를 오가며 알게 된 수많은 사람들. ‘생은 언제나 예측불허’라는 말처럼 저자는 이런 삶을 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도착한 홋카이도는 ‘홀로 되기’가 삶에 얼마나 큰 울림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줬고, 조마조마하며 시작한 일본의 게스트하우스 업무는 ‘뭐든지 그냥 한번 해보면 되는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우연으로 다가와 인연으로 이어진 저자의 수많은 경험들은 혼자되기를 낯설어하는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기를 주저하는 누군가에게 따뜻한 응원으로 다가갈 것이다.
처음을 가뿐히 뛰어넘자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될, 내 인생
누구에게나 모든 일에서 ‘처음’이 있다. 낯섦이 주는 두려움은 때로 설렘보다도 커서, 익숙한 안전지대로 숨고 싶게 만든다. 하지만 『삿포로 갔다가 오타루 살았죠』저자처럼 한번 슬쩍 내디뎌본 발걸음이 인생의 지도에 엄청난 이정표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나는 태생이 겁이 많고 처음 하는 것들을 주저하는 편이다. … 처음 누군가와 함께하거나 용기내서 한번 해보면 되는 것인데 그 한 번이 어렵고, 그 처음이 어려웠다. 모리노키는 나의 그 한 번이었고, 처음이었다. - 32쪽
‘처음’을 통과하고 난 다음의 인생은 전과 같을 수 없다. 뭐든지 한 번 해본 것과 한 번도 안 해본 것으로 나뉘니 말이다. 저자는 서른 살에 다녀온 홋카이도 여행을 두고 이렇게 말한다. “첫 여행의 잔잔한 여운이 나를 다시 홋카이도로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안전지대를 벗어났다는 성취감과 자신감에서 비롯된 이 감각은 ‘다음’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원동력은 우리의 삶을 생각지도 못한 세계로 이끈다. 저자의 경우에는 홋카이도와 사랑에 빠져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며 살아가듯 여행하는 삶이었다. 어느 한군데 정착하는 삶이 안정적인 삶이라는 고정관념과 시선 정도는 가뿐히 뛰어넘는 힘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처음의 공포’를 이겨내야 할 이유가 된다.
혼자 있는 것을 어색해하던 저자는 첫 홋카이도에서 홀로 낭만을 배웠고, 첫 일본어 수업에서 문장이 틀릴까 입을 다물던 시절을 지나 게스트하우스 손님들과 농담을 나누며 인연을 만드는 여행자가 되었다. 그러니 우리도 두근거리는 심장을 다독이며 ‘처음’을 가뿐히 뛰어넘어보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했고 잘할 것이고, 그래서 또한 잘될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