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작위도, 심지어 악역인지조차도 애매한 원작 소설의 엑스트라로 빙의했다.
놀랄 만큼 아무런 밑천이 없는 원작 주인공과, 놀랄 만큼 이 세계에서 먹힐 만한 능력이 없는 나.
가진 것도 없이 빈털터리로 살아가기엔 삶이 너무 피로하다.
내가 바라는 건 오로지 무사히 이 소설 속을 탈출하는 것뿐.
진상스러운 공작가도, 쎄한 황태자도, 문란한 이국의 귀족도 다 필요 없다.
“XX, 제발 내보내 줘!”
그렇게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아카데미에서 고군분투하는 와중, 탈주를 자꾸만 망설이게 만드는 한 사람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