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한낮, 얼음알갱이들이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잔잔하던 호수 위로 얼음덩어리가 떨어지며 크고 작은 파문이 번져 나갔다.
호수의 파문처럼 시은의 심장이 요란스럽게 뛰었다.
질끈 눈을 감았다 뜬 시은은 딱 한번만 미쳐보기로 했다.
“나랑, 데이트할래요?”
갑작스럽게 쏟아진 우박보다 더 느닷없는 고백에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이안은 결연한 표정으로 데이트 신청을 해 오는 시은에게 입을 맞췄다.
그렇게 여행지에서의 연애가 시작되었다.
유효기간이 정해진 연애인 줄 알았다.
***
“내가 먼저 보고, 먼저 반해서 데이트 신청했어요. 내가 더 많이 좋아한다고요.”
“내가 언제 반했는지, 얼마큼 좋아하는지 모르잖아. 그리고 내가 먼저 봤는데.”
“언제요? 나 언제 봤는데요?”
“캐리어 끌고 도착했을 때.”
시은은 리옹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정신없이 게이트로 달려가던 때를 떠올렸다.
그때만 해도 지금 같은 일들이 벌어질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로맨틱한 파스텔 톤의 도시에서 보석 같은 남자를 만났다.
“아주 사랑스러운 사람이 이웃이 되는구나 했는데.”
별인 줄 알았는데 빛이었다.
시은이 빛처럼 내려 그의 옆에 안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