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

이디스 워턴 | 글항아리 | 2023년 11월 30일 | E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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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순수의 시대』 이디스 워턴의 숨어 있는 걸작
이탈리아 정원은 물론 서양 정원에 관한 최고의 고전
출간 120년 만에 국내 최초 완역!

영국이나 프랑스 정원과는 완전히 다른 ‘이탈리아 정원의 영혼과 형식’

『기쁨의 집』(1905), 『순수의 시대』(1920) 등으로 잘 알려진
미국의 소설가 이디스 워턴이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이탈리아 현지 취재여행을 다녀와 쓴 고품격 정원 안내서.
여행기이자 에세이, 정원 해설서이자 조경 분석서인 이 책은
우리를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로 되돌려놓고,
이탈리아의 아름답고 향기로운 정원으로 옮겨놓는다.


“유럽의 정원을 볼 때 그냥 ‘좋다, 아름답다’는 말만으로는 많이 부족합니다.
거기에 들어간 엄청난 정성과 역사적·이론적 바탕까지 조금 알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그 아름다운 공간을 설계하고 만들어간 과정에 투영된 정원에 대한
철학을 엿보고 싶어집니다. 그런 아쉬움을 달래주는 이 훌륭한 고전을
우리말로 옮겨준 점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_ 한동일, 『라틴어 수업』 저자

이디스 워턴의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Italian Villas and Their Gardens』(1904)이 출간된지 120년 만에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이디스 워턴은 소설 『순수의 시대』의 작가이자 최초의 여성 퓰리처상 수상자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직접 정원을 설계하고 가꾼 정원가이기도 했다. 워턴은 19세기 후반 미국 뉴욕의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나 유년 시절 이탈리아에 살았던 적이 있다. 수시로 미국과 유럽을 오갔으며, 이탈리아어에 능통했다. 이 책을 쓸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었던 그가 작가로서의 명성을 쌓던 41세가 되던 해, 한 잡지사로부터 이탈리아 정원에 관한 글을 의뢰받는다. 그렇게 떠난 수개월에 걸친 현지 취재여행의 산물이 바로 이 책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이다. 이 책은 이탈리아 정원뿐 아니라 서양 정원에 관한 최고의 고전 중 하나로 손꼽히며, 출간된 지 1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현직 판사이자 정원 마니아인 역자가 혼신의 힘으로 번역

이 책을 번역하는 이는 헌법재판소의 현직 판사다. 헌재 공보관직을 맡고 있는 김동훈 역자는 2015~2016년 이탈리아 로마 유학 시절 이 책을 만났다. 이후로 빌라와 정원 공부를 하는 한편, 틈틈이 방문하고 구석구석 사진도 찍었는데 이 책에 실린 사진은 대부분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다. 서울 근교와 시골 옛 할머니 댁에서 텃밭과 정원을 오랫동안 가꾸어오고 있는 그는 종일 농사와 정원 일을 하고, ‘어디에 무슨 나무를 심을까, 그 수종은 겨울을 무사히 날 수 있을까, 이 꽃나무의 높이와 색은 옆 나무와 어울릴까’ 등을 고민하면서 정원을 만드는 일이 엄청난 지적·감성적 소양을 요구하는 하나의 종합 예술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이번 책은 3년 전에 초역을 마쳤고, 계속 다듬으면서 저자의 원주 5개를 제외한 모든 각주를 직접 달고 꽤 상세한 해제를 쓸 만큼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그는 역자 서문에서 “이 책은 무미건조한 설명서도 아니고 감상에 치우친 여행기도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종합 인문 교양서라고 하겠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풍부한 묘사와 설명,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 간간이 드러나는 감상과 평가가 적절히 어우러져 우리를 이탈리아의 정원 속을 거닐도록 만듭니다”라고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한다.
마지막으로 1904년에 나온 이 책엔 맥스필드 패리시가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이번 번역본에서는 원서의 체제를 존중해 본문에는 패리시의 원래 그림을 실어주고, 좀더 생생한 현장 사진을 원하는 독자를 위해 역자가 찍은 사진은 각 장의 말미에 따로 모아서 실어두었다. 원전의 향기를 보존하면서도 이탈리아 정원을 처음 접하는 독자를 위해 책의 정보성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꽃이 없는 이탈리아 정원

이탈리아 정원에는 꽃이 없다고 하면 과장이지만 이탈리아 정원 예술을 즐기기 위해서는 그것이 꽃을 가꾼다는 요소와는 별개의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탈리아 정원은 꽃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반대로 꽃이 정원을 위해 있다. 꽃은 필요할 때 추가되는 부속물로서 부차적인 위상을 갖는다. 워턴의 말에 따르면 “마법 같은 정원에 가해진 우아한 터치 하나” 정도다. 왜일까? 이것은 자연적인 환경과 관계가 깊다. 너무 뜨겁고 건조한 이탈리아의 기후에서는 봄꽃을 제외한 어떤 꽃도 키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그 덕분에 멋진 발전이 가능했다. 대리석, 물, 다년생 식물이라는 정원의 3요소로 이탈리아는 계절과 관계없는 더 영구적인 효과들을 얻어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막 돌아온 이의 눈과 가슴은 형언할 수 없는 정원 마법으로 가득 차 있다. 마법의 주문에 걸린 어떤 사람들은 이탈리아 정원의 마법을 긴 시간의 효과 덕분으로 본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그 많은 아름다움을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정원은 집과 연관해서 연구되어야 하고, 또 그 둘은 풍경과 관련지어 탐구되어야 한다. 오래된 채색 기도서와 초기 목판화에서 알 수 있듯, 중세의 정원은 성안의 한 구획일 뿐이었다. ‘단순한 것들’이 성 가운데 우물 주위에서 길러졌고 과일나무는 벽에 붙여 키워졌다. 그러나 이탈리아 문명이 급속히 개화하면서 성벽은 허물어졌고, 정원은 확장되어 연못, 잔디밭, 장미 덤불 및 가지치기된 길을 흡수하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빌라villa는 특히 중부와 남부에서는 거의 언제나 언덕 면에 기대어 지어졌다. 어느 날 건축가는 테라스에서 밖을 내다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둘러싼 주변 경관이 빌라에 자연스럽게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빌라와 경관이 단일한 구성의 한 부분을 형성했던 것이다.

3요소-건축선과의 조화, 집주인의 요구, 주변 경관과의 어울림

이 사실에 대한 인식이 르네상스 시대 위대한 정원 예술의 발전을 향한 첫걸음이었다. 그다음 걸음은 건축가가 자신의 그림 속에 자연과 인공을 융합시킬 수 있는 수단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이제 그는 세 가지 문제를 다루어야 했다. 우선, 정원은 집의 건축선에 어울려야 한다. 그다음으로 집주인의 요구에 부합해야 한다. 그늘이 있는 길, 볕이 잘 드는 잔디밭, 그리고 화단과 과수원을 구비하는 한편, 그 모두에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원은 주변 경관에 어울려야 한다. 그 어떤 시대와 나라에서도 이 삼중의 문제가 16세기 초부터 18세기 말까지의 이탈리아 빌라에서만큼 성공적으로 처리된 경우는 없었다. 그런 옛 정원 마법의 근본 비밀은 다양한 요소들의 혼합, 인공의 고정되고 정형적인 선으로부터 자연의 변화무쌍하고 불규칙한 선으로의 미묘한 전이,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정원의 본질적 편리함과 살기 좋음에 있다.
수많은 요소가 매력적인 전체 인상에 기여한다. 그렇지만 본질을 캐치하기 위해선 이 모든 걸 지워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런 뒤에야 어떤 우연한 효과에서 독립된, 디자인의 깊은 조화가 그 아래에 있음을 알게 된다. 이는 이탈리아 정원의 설계가 정원 자체만큼 아름답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원을 만드는 재료인 석조물, 상록의 나무, 흐르거나 고인 물의 효과, 그리고 무엇보다 자연경관의 모든 선이 다 함께 예술가의 디자인 중 한 부분을 형성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어떤 계절에서나 똑같이 아름다운 것이며, 그조차 기본 설계의 보조물일 뿐이다. 정원에 내재하는 아름다움은 다음과 같은 부분을 모아놓은 데 있다. 긴 감탕나무 산책로가 수렴하는 선, 볕이 잘 드는 열린 공간과 시원한 숲그늘의 교차, 테라스와 잔디밭 사이 혹은 벽 높이와 길 너비 사이의 비율 등. 이러한 디테일 중 르네상스 시대의 조경가landscape architect가 간과할 만한 것은 전혀 없었다. 그는 그늘과 햇볕의 배분, 그리고 석조물의 곧은 선과 초목의 물결치는 선의 배분을, 주변 경관에 대한 전체 정원 구성의 관계에 무게를 둔 것만큼이나 주의 깊게 고려했던 것이다.

북부로 갈수록 정교하고, 남부로 갈수록 폭넓고 단순

옛 이탈리아 정원의 연구자는 웅장한 경관을 마주한 건축가가 그 설계를 확장하는 동시에 단순화하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게 된다. 보는 이의 눈을 사로잡는 넓고 길게 펼쳐진 경관이 없는 곳에서는 테라스, 분수, 미로, 포르티코의 복합적 구성, 그리고 디테일의 복잡성이 발견된다. 이탈리아는 북부로 갈수록 경관이 덜 장엄해지고 정원은 더 정교해진다. 반면, 캄파냐 평원을 내려다보는 로마의 거대한 정원 부지는 진중하고 장엄한 라인으로 설계되며, 자질구레한 부분은 많지 않다. 그리하여 그 총체적 효과는 폭넓음과 단순함이다.
정원 가꾸기가 이 시대에 부흥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본 원칙들에는 별로 주의가 기울여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원 애호가는 옛 이탈리아 정원을 막연히 즐기는 데 만족하지 말고, 그 정원들로부터 자신의 집에 적용할 만한 원칙들을 추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옛 이탈리아 정원은 살기 위한 곳이었다는 점을 유심히 관찰해야 한다. 현대의 정원들, 특히 적어도 미국에서는 정원의 이런 용도가 좀처럼 고려되지 않고 있다. 이 목적을 위해 집만큼이나 부지 역시 신중하고 편리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두 사람 혹은 그 이상이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넓은 길이
있어야 하며, 그 길은 부지의 한 구획에서 다른 구획으로 잘 이어져야 한다. 집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그늘은 물론, 겨울에는 볕이 잘 드는 길도 있어야 한다. 또 나무가 우거진 어스름한 길에서 꽃이 피는 열린 공간으로, 혹은 평평하고 잘 깎은 잔디밭으로 편하고 자연스럽게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테라스와 정형식 정원은 집 옆에 붙어 있어야 한다는 것, 감탕나무 길이나 월계수 길은 직선의 석조물과 생장하는 수목 사이의 전환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형태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 그래서 그 길을 통해 건축물에서 한 걸음씩 멀어질 때마다 자연으로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번역이 불가능한 이탈리아 정원

이탈리아 정원에 대한 숭배는 영국부터 미국까지 널리 퍼져왔다. 그런데 많은 사람은 여기에 대리석 벤치를, 저기에 해시계를 배치함으로써 이탈리아의 ‘효과들’을 달성할 수 있다는 느낌을 갖는다. 하지만 많은 돈을 들이고 깊은 고민을 해 만들어낸 결과물조차 별로 신통치 않다. 그리하여 일부 비평가는, 이탈리아 정원은 말하자면 ‘번역 불가능’하다고, 그것은 다른 풍경과 다른 시대에서는 적절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고 추론해왔던 것이다.
건축의 웅장함, 그리고 색변色變이나 오랜 세월에 기대는 특정한 효과들은 분명히 얻어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옛 이탈리아 정원에서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정원이 진정한 영감이 되려면 문자 그대로가 아니라 정신으로 복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대리석 석관과 꼬인 돌기둥이 이탈리아 정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대신 옛 정원 예술의 원칙에 따라 설계되고 식재된 부지는, 비록 문자 그대로의 의미에서는 이탈리아 정원이 아닐지라도 그보다 더 멋진, ‘영감이 된 모델만큼이나 자신의 주변 환경에 잘 어울리는 정원’이 될 것이다.
이것야말로 이탈리아 빌라에서 배울 수 있는 비밀이리라.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 빌라와 정원을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이탈리아 정원의 사랑스러움에 대한 막연한 감탄에만 그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이디스 워턴 Edith Wharton(1862~1937)

이디스 워턴은 1862년 미국 뉴욕의 한 부유한 명문가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작가로서의 재능을 보였으나,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규범상 같은 상류층의 자제와 결혼해야 했다. 하지만 작가의 꿈을 추구하여 장편소설 『기쁨의 집』(1905), 『순수의 시대』(1920) 등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책 『이탈리아의 빌라와 그 정원』(1904)은 한 잡지사의 의뢰를 받아 이탈리아 현지 취재여행을 다녀와 쓴 글이다. 1913년 이혼 후 유럽에 정착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7년 75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소설 30여 권, 여행기와 자서전 등 많은 작품을 펴냈다.

그림
맥스필드 패리시 Maxfield Parrish(1870~1966)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미국의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패리시 블루’라고 불리는 독특하고 강렬한 색감과 이상화된 신고전주의 이미지로 유명했으며, 미국의 시각 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이 책의 삽화를 위해 26점의 아름다운 수채화를 그렸다.

옮긴이 김동훈

1977년 태어나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헌법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법시험 합격 후 헌법재판소에서 헌법연구관 겸 공보관으로 일하고 있다. 2015~2016년 로마대학의 방문학자로 있으면서 틈틈이 이탈리아 건축과 정원 공부를 했다. 가장 행복한 삶은 ‘낮엔 밭에서 일하고, 저녁엔 책을 읽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지은 책으로 『한국 헌법과 공화주의』가 있고, 「이탈리아의 헌법과 헌법재판제도」 등의 논문이 있다.

목차소개

옮긴이 서문
이탈리아 빌라 지도

서문 이탈리아 정원의 마법

1장 피렌체의 빌라들
2장 시에나의 빌라들
3장 로마의 빌라들
4장 로마 인근의 빌라들
1. 카프라롤라와 란테
2. 빌라 데스테
3. 프라스카티
5장 제노바의 빌라들
6장 롬바르디아의 빌라들
7장 베네치아의 빌라들

원서의 그림과 사진 목록
언급된 책의 목록
언급된 건축가 및 정원가
옮긴이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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